⑫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상
테리 길리엄 감독이 1985년에 내놓은 {브라질 Brazil}은 은유와 풍자와 상징을 통해서 이상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국내에 이 영화가 {여인의 음모}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되어 있다.) 영화는 조지 오웰의 소설인 [1984]의 분위기를 차용한 환상적인 블랙 코미디물이다.
1920년대에서 1930년대의 SF영화에서 그렸던 미래의 이미지를 차용한 듯이 고딕풍의 건물들과 중절모와 트렌치 코트가 등장한다. 타자기를 연상시키는 컴퓨터와 사무실에 설치된 서류 뭉치들을 실어 나르는 공기 압착식의 튜브들과 같이 전혀 미래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골동품같은 장치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세트들을 배경으로 서류 하나가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극단적인 관료 사회가 냉소적이며 풍자적으로 묘사된다. 이 영화는 관료적 전체주의 국가에서 소심하고 나약한 공무원 한 사람이 스스로의 꿈과 자유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사무착오로 인해서 엉뚱한 사람이 반정부 분자로 몰려서 처형된 후, 그 부조리를 파헤치려는 피해자의 이웃 여성과 그 여자를 꿈에서 본 뒤 맹목적으로 쫓아다니는 주인공과 그 모든 것을 은폐하려는 정부의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 매우 의미심장한 은유와 풍자를 제공하고 있다. 주인공은 여인과의 사랑을 통해서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나 결국 좌절한다.
영화 속의 가상적인 미래는 악몽처럼 그려진다. 인간의 자유와 꿈을 짓밟는 거대한 조직에 대한 상장적 묘사가 뛰어난 영화이다.
{브라질}은 국내에도 많은 골수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컬트 SF영화이다. 헐리우드의 세계적인 명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가 조연으로 출연을 하기도 했다.
1936년에 나온 카메론 멘지스 감독의 영화인 {미래 여행 Things to Come}은 H.G.웰즈의 소설인 [다가올 세계의 모습]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어떤 변천 과정을 거쳐서 어디까지 도달할 것인지를 다룬 SF 대작이다. 이 영화는 1940년에서부터 시작하여 2036년에 이르기까지의 인간 문명과 역사를 서사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역사의 굴곡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앞으로 진보하는 인류의 미래를 예고한다. 웰즈는 진보의 무대가 앞으로는 우주 공간이 되리라고 내다보았다.
조지 오웰의 걸작 소설인 [1984]를 영화화한 {1984년}(1956,영국)은 과학 기술이 발달함으로써 개개인에 대한 밀착 감시가 가능해진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 사회에서는 창조적인 사고를 억압하기 위해 언어까지 개조한다. 원작 소설인 [1984]는 디스토피아 문학의 고전 걸작으로 손꼽힌다.
캐나다 출신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마가렛 애트우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핸드메이드 The Handmaid's Tale}(1990)에서도 아주 사실적인 표현으로 미래의 악몽을 묘사한다. 이 영화는 핵 방사능의 오염으로 황폐하게 변한 지구에 새롭게 건설된, 기독교 신앙을 근간으로 하는 가부장적인 전체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집단의 힘에 의해 유린당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핸드메이드]}에서 묘사되는 사회는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이 철저히 통제되고 여자들에게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는 철저한 남성 위주의 세계이다.
여자는 길리아드 공화국이라는 정부와 남성의 노예일 따름이다. 가사일을 전담하는 임신 능력이 상실된 '마르다',임신은 가능하지만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서 하층 계급의 남자들에게 배속되는 '이코노 와이프', 핵 방사능에 생식 기관이 오염되지 않은 여자들로서 특권 계층의 씨받이 역할을 하는 '핸드메이드'와 매춘부로 길리아드 공화국의 여자들은 사회적인 신분이 나위어져 있다. 이들은 입는 옷의 색깔도 각기 정해져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사령관의 씨받이로 배속된 게이트라는 이름의 여자이다. 이 여자는 핸드메이드이다. 2015년경에 공화국을 탈출하기 위해 남편과 딸과 함께 국경을 넘다가 국경 수비대에 남편을 잃고 체포된 후 교육을 받고 핸드메이드가 되었다. 그녀는 사령관과 가까워지는데, 이를 질투한 사령관의 부인이 그녀에게 운전사를 접근시켜서 관계를 갖도록 한다. 공화국에서 핸드메이드의 간통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결말에서 게이트는 지하 조직의 부탁을 받고 사령관을 살해한 후 탈출을 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71년작인 {클락웍 오렌지 A Clockwork Orange}도 걸작으로 평가를 받는다. 엔소니 버제스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열다섯살의 비행 청소년 알렉스는 폭력 써클의 리더인데, 강간과 패싸움, 절도, 살인 등을 마구 저지르다 붙잡혀 감옥에 수감된다. 과학자들은 혐오 요법 등의 '정신 제어'를 통해서 알렉스를 폭력적 성질과 성적인 본능이 제거된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렇지만 자유 의지가 제거된 알렉스는 과거보다도 더 나쁜 상태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인간이 악을 응징한다는 이유로 인간의 정신을 물리적으로 개조한다면 그것은 인간성의 말살로 귀결되고 만다는 디스토피아적인 경고이다.
1951년 조지 팔 감독이 발표한 {지구가 충돌할때 When Worlds Colide}에서는 두 개의 행성이 지구에 접근하여 한 행성은 해일과 지진을 일으키며 비껴 가지만 다른 하나가 지구와 정면 충돌하여 전 인류가 멸망하는 상황을 그린다. 우주선을 타고 탈출한 40명의 사람들만이 살아 남는다. 최근에 나온 {딥 임팩트}는 이 영화에 많은 부분의 바탕을 두고 있다.
브루스 피트만 감독이 1995년에 TV용으로 만든 영화 {해리슨 버저론 Harrison Bergeron} 은 미국의 유명한 유머 SF작가인 커트 보네거트 2세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전 국민의 극단적인 획일화를 이루려고 하는 디스토피아적인 국가이다.
모든 국민의 행복을 위한 평등의 추구라는 미명하에 권력을 지닌 중앙행정본부에서 국민의 정신적, 지적 통제를 통하여 사고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발상은 현대 사회龁 획일화 현상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1981년에 나온 영화인 {롤오버 Rollover (비디오명: 화려한 음모)}는 미래의 금융 환란을 다룬 영화이다. 미국의 달러화의 가치 폭락으로 전 세계가 공황 상태에 휩싸이는데, 그 실태를 보고하는 뉴스에서 한국의 서울이 제일 먼저 등장한다. 이 영화는 경제적인 파국에 의한 어두운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하고, 사회의 혼란이 이어진다. 우리 나라의 경제적인 위기를 아주 정확하게 예측한 영화이다.
호주의 감독인 조지 밀러 감독이 만든 {매드 맥스 Mad Max}시리즈는 자원 고갈과 전쟁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마침내 원시적인 야만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분위기의 황폐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핵전쟁 이후의 암울한 시대에서 인간들은 자동차를 탄 채로 결투를 벌이고 희귀한 연료를 독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매드 맥스}시리즈의 세트와 의상 디자인은 수많은 아류작들을 양산하였다. 일본의 인기 만화인 [북두의 권]도 아마 이 {매드 맥스}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호주 출신의 인기 배우인 멜 깁슨이 젊은 시절의 멋진 모습으로 나온다.
1973년에 나온 영화인 {소일렌트 그린 Soylent Green}(비디오명: 최후의 수호자)은 인구의 증가에 따른 자원의 고갈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된 21세기의 뉴욕시를 그렸다.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건물의 층게에까지 사람들이 기거하게 된 21세기의 뉴욕시의 모습이 나온다. 식량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식품인 소일렌트 그린이 개발되는데, 주인공은 이 소일렌트 그린의 원료가 죽은 사람들의 시체라는 것을 밝혀낸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유명한 컬트 SF걸작인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1982)의 배경이 되는 미래도 암울한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이다. 공해와 쓰레기에 찌든 암울한 풍경이 미래의 도시를 채우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터미네이터 The Terminator}시리즈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다소 황당한 시나리오의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컴퓨터의 발달이 마침내 인간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견을 담았다.
1997년, 프랑스에서 꼴린느 세로 감독이 만든 영화인 {뷰티풀 그린 Beautiful Green}은 목가적인 이상향을 묘사한 영화이다. 인간과 똑같은 외계인들이 글자 그대로 자연과 벗삼으며 목가적인 이상향에서 살고 있는데, 어느날 지구를 살펴보기 위해 지구인의 피를 이어받은 한 여자가 자원하여 지구로 온다. 그녀는 메마르고 삭막한 현대 도시와 도시인들의 삶에 많은 곤란을 겪게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비롯해 헐리웃의 쟁쟁한 감독 다섯 명이 모여서 찍은 영화인 {딥 임팩트 Deep Impact}(1998)는 혜성에 충돌하게 된 지구의 운명을 그렸다. 영화는 어마어마한 해일이 도시를 삼켜버리면서 습격하고 혜성의 파편이 지구의 대기권을 시커멓게 감싸는 장면을 매우 설득력있게 묘사하였다.
마이클 베이 감독이 만든 1998년작 {아마겟돈 Amagedon}도 {딥 임팩트}와 비슷한 내용의 영화이다. 지구를 향해서 거대한 혜성이 다가오고 이 혜성은 지구와 충돌할 궤도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에서는 석유 시추를 하는 굴착 기술자들을 모아서 우주선에 태우고 혜성으로 보내 핵폭탄을 묻어 혜성을 폭발시키려고 한다. 혜성은 두 조각으로 폭파되고 지구는 가까스로 충돌을 피한다.
앤드류 니콜 감독이 만든 1998년 개봉작인 {게타카 Gatacca}는 1998년에 국내에서 개봉된 SF영화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작으로 SF팬들에게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인 빈센트/제롬 역할에 에단 호크가 출연하였고, 제롬/유진 역할에 주드 로우가 출연하였으며, 우마 써먼이 아이린으로 나왔고, 로렌 딘이 빈센트의 동생인 안톤으로 출연하였다. 어네스트 보그나인도 잠깐 조역으로 출연한다. 앤드류 니콜 감독의 처녀작이며 각본 데뷔작이다.
{게타카}는 유전 공학의 발달이 사회 구조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근미래를 그렸다. 전체적으로는 매우 깔끔하고도 세련되고 지적인 디스토피아 스릴러물이다.
주인공인 빈센트는 우주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거대 기업인 게타카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젊은이이다. 이 시대는 게놈 프로젝트의 성공과 복제 기술의 성공에 의해서 여성이 자연 출산의 고통에서 해방된 시대이다. 사회에서 개인이 받는 대우는 유전자의 우열에 의하여 결정이 된다. 그러므로 열악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성공을 하기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빈센트는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은 꿈을 지니고 있지만 그는 열성적인 유전인자 때문에 사회에서 부적격자 판정을 받은 사람이다. 빈센트는 비밀리에 유전자 브로커를 만나 완벽한 유전인자를 가진 제롬을 소개받고 그의 아이덴티티를 빌려서 게타카에 재취직하는데 성공한다. 그는 우주 비행사 후보가 된다. 그런데, 로켓 발사 일주일전에 회사의 중역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제롬으로 변신한 빈센트는 실수로 흘린 속눈썹 한 개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에 쫓긴다. 결국 빈센트는 우주선에 탑승하여 우주를 향해 떠나는 데 성공한다.
(출처:장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