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만지의 출판 방식을 두고 비판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여러분들이 공감하시더군요.개인적으로 지만지의 책들은 홯페한 집 외에 두권인가 더 있는데 황폐한 집을 읽고 극 실망하여 다른 책들은 아예 읽지 않았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Bleak House, 1853년)은 영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 중 하나이자, 현대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황폐한 집》의 핵심 줄거리는 '잔다이스 대 잔다이스(Jarndyce and Jarndyce)'라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악명 높은 유산 상속 소송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소송의 핵심 비밀을 쥐고 있던 비정한 귀족 여성 데들록 남작부인의 과거가 드러나려 하자, 그녀를 협박하던 사악한 변호사 털킹혼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버킷 경감이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하나 결국 소송은 막대한 재판 비용으로 인해 유산이 단 한 푼도 남지 않고 모두 탕진되면서 허무하게 종결되나 너무나 복잡하게 꼬여버린 소송 때문에, 소송에 관련된 사람들의 삶은 점차 피폐해지고 파멸에 이른다는 내용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황폐한 집의 영문학사상의 의의는 찰스 디킨스의 예술적 정점이자, 빅토리아 시대 영국 소설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걸작이고 할 수 있습니다.
황폐한 집은 출간 당시 별개의 영역이었던 사회 고발 소설과 추리 미스터리의 결합한 첫 작품으로 당대 영국의 가장 썩은 제도였던 사법부(대법관 재판소)에 대한 맹렬한 고발을 서사의 뼈대로 삼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변호사 살인 사건과 버킷 경감의 수사 과정(Whodunit)을 도입했는데 이는 범죄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의 부패에서 비롯된다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시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사의 입장에서도 영문학사에서 최초의 전문 직업 경찰 탐정인 '버킷 경감'을 탄생시켰는데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이 안락의자에 앉아 머리를 쓰는 천재적 개인이었다면, 버킷 경감은 스코틀랜드 야드라는 조직을 배경으로 발로 뛰며 증거를 수집하는 현대적 형사의 모델이자 변장술, 정보원 활용, 심리 압박 수사 등 그가 보여준 기법은 훗날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비롯한 현대 추리소설 속 형사 캐릭터의 표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 기법에 있어서도 디킨스는 방대한 소설을 이끌어가기 위해 플롯을 두 개의 시선으로 나누는 대담한 문학적 실험을 감행했는데 냉소적이고 객관적인 어조로 런던 전역의 부패와 안개 낀 도시의 어둠을 거시적으로 조망한 3인칭 현재 시제 서술자 시점과 따뜻하고 도덕적인 시선으로 인물들의 내면과 감정을 미시적으로 그려낸 1인칭 과거 시제 서술자(에스더 서머슨)시점란 상반된 시선을 교차 편집함으로써 문학 평론가들로부터 소설 플롯 구조의 대단한 기술적 성취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영국 믄학사와 추리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을 발체 번역해서 읽다가 중간에 끊겨 이건 뭐지하는 황당한 느낌을 받았지요.
그런데 이번 지만지를 조망하면서 황페한 집을 다시 검색하니 뜻밖에도 이후 국내에서 완역한 책이 나왔네요.



황폐한 집은 천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라서 한권으로 된 책을 읽으시려면 동서를 편하게 읽으시려면 비꽃의 3권을 추천합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좋아하시거나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적극 두 출판사의 책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저 역시도 눈이 좋아지면 꼭 읽어 볼 예정입니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