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만지의 토스토예프스키 합권 가격과 이숲의 고독한 미식가 합본가격이 같은 출판사의 낱권 합계가격보다 비싸다고 비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출판업계에 종사한 적이 없기에 평범한 상식으로 생각하지면 일반인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묶음 상품'은 더 저렴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에, 여러 권을 한 권으로 묶은 합본의 정가가 오히려 낱권 가격의 총합보다 더 비싼 경우를 보면 의아해지기 마련입니다.
알라딘을 검색해 보니 많은 책들의 경우 합본의 가격이 낱권 합계보다 더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지더군요.




<어른을 위한 안데르센 동화집-현대지성사 낱권 각 8천원(97년)/합본 35,000원(99년) 46%가격인상>




<반지의 제왕-아르테 반지의 제왕 3부작 149,400원(21년) 합본 230,000원(23년) 54%인상>
<셜록홈즈 세트-문예춘추사 셜록홈즈 10권 86,000원>43,000원(2011년 50%가격인하) 외디즈 펀딩 금장 에디션 천권한정 합본가격 110,000원 정가대비 28%인상/가격인하가 대비 3배인상>
일반적으로 출판계에서 합본의 가격이 낱권 합계보다 더 높게 책정되는 데는 크게 4~5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고급 사양의 '소장용 장정' 도입 (가장 큰 이유)
합본은 대개 책을 가볍게 읽고 버리는 독자가 아닌, 책장에 오래 두고 보관하려는 ‘헤비 독자’나 ‘수집가’를 타깃으로 삼습니다. 이 때문에 제작 단가가 대폭 상승하는 고급 사양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일반 낱권은 얇은 종이 표지(페이퍼백/무선제본)를 쓰지만, 합본은 수백~천 페이지가 넘는 무게를 버텨야 하므로 두꺼운 합지와 천을 대는 하드커버 양장으로 만드는데다가 표지에 금박·은박 형압을 넣거나, 내지를 쉽게 해지지 않는 최고급 미색지나 특수 보존지를 사용하고 북케이스(아웃박스)까지 추가되면서 제작 단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예)토스토예프스키 4권합권,고독한 미식가 합권,반지의 제왕 합권
2.가치 상승을 위한 '독점 콘텐츠' 추가
단순히 본문만 합치는 것이 아니라,합본에 새로운 부가 기치를 부여하기 위해서 작가의 미공개 단편, 특별 서문, 초기 스케치, 상세한 작품 해설, 인물 관계도 등을 독점으로 추가하거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와 계약하여 합본판 전용 컬러 삽입 삽화나 삽지를 추가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예)반지의 제왕합권,셜록홈즈 합권
3.소량 생산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상실
일반 책의 가격은 많이 찍어낼수록 권당 단가가 내려가는 반면에 본(애장판)은 살 사람만 사는 한정판 성격이 강해 소량(예: 1,000~2,000부)만 인쇄하는 경우가 많기에 인쇄 부수가 적으면 종이 값, 인쇄 기기 가동비 등의 고정 비용이 높게 배분되어 결국 권당 정가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예)셜록 홈즈 합권(천권 한정 펀딩)
4.완전히 새로운 판형 및 편집 비용
이미 있는 판형을 그대로 묶는 것이 아닙니다. 책이 너무 두꺼워지면 가독성을 위해 글자 크기, 자간, 여백을 새로 조정하는 내지 디자인(조판) 레이아웃 재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며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편집자의 인건비가 고스란히 정가에 반영된다고 합니다.
▶예)대다수 합권본들
5.기존 낱권 출간 시점과의 '물가(인플레이션) 차이'
낱권이 출간된 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합본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에 현 시점에서 과거보다 오른 종이값, 인쇄비, 인건비 물가가 반영되어 당시 낱권 합계가격보다 합본 가격이 인상 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예)고독한 미식가 합권,셜록 홈즈 합권
결론적으로 현재 합본책 가격이 비싼 이유는 단순한 '알맹이 묶음'이 아니라, "소장 가치를 극대화한 완전히 새로운 프리미엄 상품"으로 기획되어 제작비와 마케팅 구조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죠.
뭐 합본 가격이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출판사의 입장을 잘 알겠는데 솔직히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책을 소장하고픈 일반 독자가 아닌 하드코아 독자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겠다는 출판사의 얍삽한 속셈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 씁쓸해 집니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