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이 책 저 책 두서없이 읽고 있다. 경제학 책도 읽었다가 소설도 읽었다가 여행기도 읽었다가.. 왔다리 갔다리. 마음이 허한가. 책에 더 몰입하게 된다. 어제 읽은 두 권의 책은 일본 작가의 글이었다. 오쿠다 히데오와 미야베 미유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제목이 '야구를 부탁해'라서 야구 얘기만 있는 줄 알았더니만 여기저기 출판사 사람들과 다니면서 쓴 칼럼(?) 비스므레한 것들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물론, 북경올림픽과 메이저리그를 보러간 얘기도 포함되어 있지만, 록 페스티발도 갔다가 섬의 사찰들도 순례했다가..오쿠다씨 이번엔 매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려.
큰 기대를 하고 보면 실망일 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개인적인 투덜거림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이거 뭥미? 이런 기분이 들 때도 종종 있었으니까. 다만, 가끔씩 보이는 그의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피식 웃게 하는 면이 있어서 나는 볼 만 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딱인 책이라고나 할까.
그러고보니 요즘 두산이 못해서 야구를 등한시 하고 있다. 그 호쾌한 야구 스타일은 어디로 잡아먹혔는지, 요즘 야구 하는 걸 보면 속이 터져서 말이다. 당연히 야구장 가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어제도 혹시나 싶어 TV를 켰으나 역시나 롯데에게 역전패. 그것도 시시하게 경기 질질 끌다가...으으. 정말 난 잘하는 두산도 좋지만 재미있게 야구하는 두산이 더 좋은데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다. 잘 해야 재미도 나게 하는 거겠지. 공부도 잘 해야 할 맛이 나고 그럴수록 재미도 나겠고 그럴수록 옆에 있는 사람도 시원한 마음으로 앉아 있을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경기가 안 풀리니 지는 것이고 그러니 내용이 재미없을 수 밖에. 어쨌든, 덕분에 인생 재미 반은 사라진 비연이다. 에잉.



미미여사야 내가 제일로 좋아라 하는 작가이고 그래서 그녀가 쓴 책은 이잡듯이 다 읽어대고 있으니 이 책도 내 레이더망에 바로 걸린 게 당연하다. (아. 그러고보니 '낙원'을 안 읽었구나. 으으).. 유령 얘기라고나 할까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얘기라고나 할까 그런 이야기들의 단편모음집이다. 미미여사의 글빨과 상상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겠고, 그래서 이 단편집도 재미나게 다가온다. 물론 전부 다가 괜챦았다는 것은 아니고.
혼령이라는 게 있는 걸까. 육체는 없이 영혼만 떠다니는. 이승에서 다 하지 못한 일을 하려거나, 아니면 이승의 사람이 잊어주지 않고 잡고 있어 떠나지 못한 채 부유하거나... 혹은 원한이 깊어 시간을 초월해 원혼으로 존재하며 원수를 갚기 위해 남아 있거나... 그게 살아있는 사람 눈에 보이게 되면 '무서움'이고 '공포'이겠지만, 어쩌면 삶과 죽음이 백짓장 차이인지라 공존하는 게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귀신들, 원령들은.. 때론 무섭게 때론 재미나게 때론 애절하게 다가오지만, 사람의 마음을 저버리지 못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들의 사연은 살아있는 자들과 연결되고 그래서 부득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나라 영화 <헬로우 고스트>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아 그러고보니 한 권 더 읽었구나. 하루 반 만에 세 권씩 읽어대는 이 신공이라니. 아주 침대에 들어붙어서 책만 읽어대는 비연을 상상하면 된다.



아지즈 네신의 책.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지가 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도대체 체 게바라는 혁명 얘기만 나오면 등장하는 캐릭터다. 그런 일상성 정형성도 싫고 진정한 혁명의 정신을 자꾸만 상품화하는 것 같아서 더 싫다) 아지즈 네신은 터키의 '국민' 작가로 내가 늘 찾는 작가다. 현실의 세태를 이야기하고 그 속의 무지몽매한 대중을 묘사하면서도 늘 유머와 해학을 잃지 않는 글들. 그래서 읽고 나면 아 짜증나 미치겠어 도대체 이 넘의 세상은 왜 이래..라는 생각보다는 (그만큼 답답한 상황임에도) 조금 여유로운 마음을 북돋아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글들. 하지만 본인의 인생은 치열한 투쟁의 역사였고 감옥을 들락날락한 적도 많았던 투사의 인생이었다. 그의 인생과 더불어 그의 글을 함께 좋아한다.
이 책도 비슷한 맥락의 책인데 읽다보면 정말이지 실소가 피식~ 나오는 내용들이다. 그지없이 관료적인 공무원들, 거시적인 대의보다는 개개인의 소소한 이득에 연연하는 소시민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권할 만 하고. 

 
이번 주말에는 좀 무거운 주제로 골라 읽어보려 한다. '독식비판'이라는 책. 최근에 미국의 금융시장 붕괴와 여러가지 사회현상들에 즈음하여 이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들을 모색하는 움직임들이 크다. 우선, 소수의 부자들만 계속적으로 세를 불려나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따라서 나올 수 밖에 없는 분배에 대한 문제들이 논의되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읽은 '경제학의 배신'도 마찬가지 맥락의 책. 물론 이 책은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잘못을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고 보며 그 대안으로 시민이 제대로 된 소비자로서, 그리고 제대로 된 공동체를 구성함으로써 현재의 시스템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이 책 '독식비판'은 지식이 너무나 많이 축적된 사회에서 구동해야 할 경제적 시스템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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