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시리즈물로 인한 행복이 크다. 그 주인공들은 조르주 심농과 해리 포터. 
 

 

 

 



 

 

 




어제부로 이 열 권이 내 책장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좌르륵 꽂히게 되었다. 흐뭇....해서 입이 다 벌어질 지경. 게다가 어제 도착한 2권의 책은 아직 읽지 않은 상태라는 이 기대감. 호호홋!




















조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사게 된 해리포터 한글판 1~4부. 영문판은 다 가지고 있지만 조카가 보기에는 좀 어려울 듯 하여 한글판을 1부만 사줬더니 조카왈. "고모, 전 아즈카반의 죄수가 궁금해요. 1부랑 2부는 영화로 봤는데 그 다음이 너무 궁금해요." 부리나케 알라딘 들어와 바로 4부까지 주문해버렸고 어제부로 우리 조카 손에 골인..ㅋㅋ 책 읽고 싶다는 말이 제일 반갑고 고마운 비연고모. 해리포터 시리즈야 나도 열광해서 보는 것이니 더욱 더 좋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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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래서 조금은 심란한 마음올 지내고 있다. 이게 뭐 하고 싶다 안 하고 싶다 라는 차원의 문제는 아닌 듯 하고 그냥 뭔가 큰 변화에 앞서 가지게 되는 불안감과 기대감과 당혹감과 어쩌구저쩌구가 다 합쳐진 심리상태라고나 할까. 아뭏든, 덕분에 8월 한달 빈둥거리며 그닥 하는 일도 없이 정신머리 놓고 지냈더니 벌써 24일이지 뭔가. 사실 책도 더 읽고 싶었고 더 사고 싶기도 했고(홋!)... 미술관도 가고 싶었고...(ㅜㅜ)... 이제 남은 일주일동안이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할 거 하며 지내야겠다 싶다.


이 책을 읽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뇌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냥 인터넷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뇌구조가 후천적으로도 변화한다는 신경생리학적 얘기로부터 인쇄술의 발달로 인한 인식 깊이의 변화 등에 대한 얘기까지 역사와 과학을 아우르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처음에 문자라는 것이 나와서 사람들의 생각을 말이 아니라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을 당시에도 인간이 수동적인 존재로 변화할 것이라 부정적인 예측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금에 와서는 인쇄술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을 업, 업그레이드시켰다고 보는데 말이다. 저자는 그러나, 인터넷을 틀리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게다. 생각하기 귀챦아지고 머리에 저장하기보다는 search로 해결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인터넷은 인간을 바보로 만들 것이다 라는 것이 주장인 듯. 아직 반 정도밖에 읽지 않아서 결론을 알 수는 없으나 충분히 예측가능한 전개이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이나 SNS나 이런 것들이 나오면서부터는 그것에 하릴없이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 늘어난 나를 봐도 알 수 있다. 그냥 무심결에 아이폰을 켜고 트위터나 블로그나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헤매다니며 몇 시간씩을 보내기도 하니까. 그렇게 되면 머리 한켠에서 바람이 인다. 비어가는 느낌? ㅎ 책이라는 것은 인내가 필요하고 긴 문장들을 참고 읽어내는 시간들이 필요한 반면, 인터넷 등의 글들은 짧고 명료하고 게다가 남의 이야기들이 많아서 나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기보다는 그냥 injection 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하루에 몇십분이라고 정해놓고 인터넷 등을 뒤지는 습관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읽으려고 놓아둔 책들은, 아무래도 9월부터 새로운 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실용서 위주가 되고 있다. 가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고르게 된 것.


 

 

 

 

 

 

 




제대로 역할을 부여하고 실행하게 만들며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무시하지 않고 일로서 승화시키는 것, 이런 것들이 나와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정리를 해볼 필요는 있겠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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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1-08-2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이직(전직?)하시는 건가요.
9월부터 어떤 생활을 시작하실지 저도 궁금하네요 ㅎㅎ
시간 있을 때는 역시 시리즈가 최곤 거 같아요! ㅎㅎ

비연 2011-08-25 22: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9월부터 재밌어야 할텐데 말이에요^^

비로그인 2011-08-2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직과 전작을 하시는군요 ㅎㅎ

심농 시리즈는 두 권째 보고 있는데 그 특유의 말투가 좀 익숙해지려고 합니다. 9월이 되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저도 좀 궁금한데. 좀 재밌었으면 하는 바람 ㅠㅠ 이 있숩니닷!!

비연 2011-08-27 14:4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감사합니당~^^ 심농시리즈는 갈수록 좋아요. 갈수록 깊이도 있어지구요. 아아. 정말 읽기가 아깝다니까요. 9월에 재미난 일들 생기면 여기서 보고할께요..ㅎ
 

 

 

 

 

 


밀레니엄 3부작을 다 읽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이 책들을 손에 든 순간부터 책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니만 결국 3000페이지 가량 되는 이 분량을 일주일 만에 다 해치운 듯 하다. 덕분에 다른 독서도 많이 못 했고 일은..으윽. 생각하지 말자. 암튼, 이 시리즈, 대단한 흡인력이 있다.

<밀레니엄> 잡지의 미카엘 블룸크비스트 기자와 천재적인 해커이자 암울한 과거를 가진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축으로 하여 30년을 아우르는 역사를 한 편 완성했다고 보면 된다. 방예르 가문의 잃어버린 손녀를 찾는 일로 만나게 된 이 둘이 이루어내는 스펙터클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와 그 배경을 이루는 정치와 금융계의 부패, 여성에 대한 폭력, 인권유린, 비밀 결사조직, 공권력의 잘못된 사용 등에 대한 뛰어난 사회의식들이 잘 어울려 있다. 마치 이것이 실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있고 잘 짜여진 구도들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원래 10부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하니 3부에서 대단락을 이룬 이야기 이후에 리스베트의 동생인 카밀라의 이야기도 나왔을 것 같고 미카엘과 모니카의 사랑이 어떻게 진전되었는 지도 나왔을 것 같고 <밀레니엄> 잡지가 어떻게 발전해나가지는 지도 나왔을 것 같고... 아니 도대체,  스티그 라르손, 왜 가버리신 건가요. 아직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남았는데...;;;; 돌아와줘요 돌아와줘요.

제일 맘에 드는 장면은 역시 3부의 마지막. 스포일의 위험이 있어서 말은 못 하겠지만, 그 장면, 맘에 든다. 이 소설은 리스베트가 많은 상처들을 딛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방법을 알아나가는 과정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읽어볼 만 하다고 본다. 왜 사람들이 그리도 열광하며 이 책을 좋아라 했는 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은 무궁무진하지만.

3부까지 다 읽고 나니 뭐랄까. 허탈하다. 더 많은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인생을 알고 싶은데, 그 끈이 툭 끊어져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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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8-1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까와서 3부 하나 남겨두고 있는데 흑 ㅡㅜ 스티그 라르손 부인이 쓴 책이라도 사서 읽어야 할까요?

비연 2011-08-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도 참다가 참다가 봤는데 정말 다 읽고 나니 허탈요. 예전 말로 시리즈 마지막권 읽고 나서의 느낌과 비슷하다는ㅠ 작가의 부인이 쓴 책이 있었다니. 저도 읽어볼까...요...?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이다. 발견하고보니 신형철이라는 평론가에 대한 좋은 평가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표지가 마음에 들고 제목이 마음에 들고 해서 8월의 첫 책으로 골라보았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종류를 알고, 네가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개운함을 느끼는지 알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인가? 나는 네가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일곱 시간을 자고 눈을 떴을 때 네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네 귀에 가닿을 때의 그 느낌을 모른다. 일시적이고 희미한, 그러나 어쩌면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울림일 그것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첫 장을 펼치자 이 글이 나온다. 아뜩하다. <몰락의 에티카>.. 평론가의 첫 평론집에 나온 글을 뽑아 다듬어 옮긴 글이라 한다. 나는 이 책을 보관함에 얼른 담았다. 이런 글이라니.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라니.

느낌이라는 층위에서 나와 너는 대체로 타자다. 나는 그저 '나'라는 느낌, 너는 그냥 '너'라는 느낌.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일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확히 표명될 수 없는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그러니까 어떤 느낌 안에서 두 존재가 만나는 짧은 순간.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너를 사로잡고 있는 느낌을 알 수 있고 그 느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느낌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만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느낌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사랑은 능력이다.

느낌의 공동체. 산문집 제목이 나온다. 그리고 사랑은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사랑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 느낌의 공동체,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이 '느낌'이라는 말이 사무치게 좋다.

사랑할수록 문학과 더 많이 싸우게 된다. 사랑으로 일어나는 싸움에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더 많이 그리워한 쪽이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

책머리의 글. 사랑을 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이 느낌. 싸우고 미워하고 뒤돌아섰다가도 그의 안위가 걱정되고 그의 생활이 궁금해져서 참다가 참다가 자존심이라는 것을 뒤로 한 채 먼저 말을 걸게 되는 사람이, 더 많이 그리워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사랑하면 사람은 바보가 되는 것이겠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 감정, 관심, 그리고 사랑. 첫 몇 장에서부터 신형철이라는 평론가, 나를 사로잡고 있다.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는 미망을 오래전에 버린 것처럼,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는 글을 쓰겠다는 허망도 이제는 내려놓고, 그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을 더 삼엄하게 학대하려고 한다. 자부도 체념도 없이 말하거니와, 읽고 쓰는 일은 내 삶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아...나는 이 책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강렬한 '느낌'에 8월의 첫날부터 들떠있다. 누군가를 들뜨게 한다는 것. 누군가로 인해 들뜰 수 있다는 것. 이 여름날, 참으로 신묘스러운 감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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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0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신형철님은 좋겠어요 :D

알라딘에서만 벌써 몇명째인지..^^ 비연님 쫌만 지나면 가을입니다~

비연 2011-08-06 13:32   좋아요 0 | URL
이 분의 글, 마음에 사무치는 글들이에요..
이 무더운 8월이 지나면 어느새 가을이겠죠. 기대되요.
 


요즘 들어 이 책 저 책 두서없이 읽고 있다. 경제학 책도 읽었다가 소설도 읽었다가 여행기도 읽었다가.. 왔다리 갔다리. 마음이 허한가. 책에 더 몰입하게 된다. 어제 읽은 두 권의 책은 일본 작가의 글이었다. 오쿠다 히데오와 미야베 미유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제목이 '야구를 부탁해'라서 야구 얘기만 있는 줄 알았더니만 여기저기 출판사 사람들과 다니면서 쓴 칼럼(?) 비스므레한 것들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물론, 북경올림픽과 메이저리그를 보러간 얘기도 포함되어 있지만, 록 페스티발도 갔다가 섬의 사찰들도 순례했다가..오쿠다씨 이번엔 매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려.
큰 기대를 하고 보면 실망일 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개인적인 투덜거림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이거 뭥미? 이런 기분이 들 때도 종종 있었으니까. 다만, 가끔씩 보이는 그의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피식 웃게 하는 면이 있어서 나는 볼 만 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딱인 책이라고나 할까.
그러고보니 요즘 두산이 못해서 야구를 등한시 하고 있다. 그 호쾌한 야구 스타일은 어디로 잡아먹혔는지, 요즘 야구 하는 걸 보면 속이 터져서 말이다. 당연히 야구장 가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어제도 혹시나 싶어 TV를 켰으나 역시나 롯데에게 역전패. 그것도 시시하게 경기 질질 끌다가...으으. 정말 난 잘하는 두산도 좋지만 재미있게 야구하는 두산이 더 좋은데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다. 잘 해야 재미도 나게 하는 거겠지. 공부도 잘 해야 할 맛이 나고 그럴수록 재미도 나겠고 그럴수록 옆에 있는 사람도 시원한 마음으로 앉아 있을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경기가 안 풀리니 지는 것이고 그러니 내용이 재미없을 수 밖에. 어쨌든, 덕분에 인생 재미 반은 사라진 비연이다. 에잉.



미미여사야 내가 제일로 좋아라 하는 작가이고 그래서 그녀가 쓴 책은 이잡듯이 다 읽어대고 있으니 이 책도 내 레이더망에 바로 걸린 게 당연하다. (아. 그러고보니 '낙원'을 안 읽었구나. 으으).. 유령 얘기라고나 할까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얘기라고나 할까 그런 이야기들의 단편모음집이다. 미미여사의 글빨과 상상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겠고, 그래서 이 단편집도 재미나게 다가온다. 물론 전부 다가 괜챦았다는 것은 아니고.
혼령이라는 게 있는 걸까. 육체는 없이 영혼만 떠다니는. 이승에서 다 하지 못한 일을 하려거나, 아니면 이승의 사람이 잊어주지 않고 잡고 있어 떠나지 못한 채 부유하거나... 혹은 원한이 깊어 시간을 초월해 원혼으로 존재하며 원수를 갚기 위해 남아 있거나... 그게 살아있는 사람 눈에 보이게 되면 '무서움'이고 '공포'이겠지만, 어쩌면 삶과 죽음이 백짓장 차이인지라 공존하는 게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귀신들, 원령들은.. 때론 무섭게 때론 재미나게 때론 애절하게 다가오지만, 사람의 마음을 저버리지 못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들의 사연은 살아있는 자들과 연결되고 그래서 부득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나라 영화 <헬로우 고스트>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아 그러고보니 한 권 더 읽었구나. 하루 반 만에 세 권씩 읽어대는 이 신공이라니. 아주 침대에 들어붙어서 책만 읽어대는 비연을 상상하면 된다.



아지즈 네신의 책.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지가 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도대체 체 게바라는 혁명 얘기만 나오면 등장하는 캐릭터다. 그런 일상성 정형성도 싫고 진정한 혁명의 정신을 자꾸만 상품화하는 것 같아서 더 싫다) 아지즈 네신은 터키의 '국민' 작가로 내가 늘 찾는 작가다. 현실의 세태를 이야기하고 그 속의 무지몽매한 대중을 묘사하면서도 늘 유머와 해학을 잃지 않는 글들. 그래서 읽고 나면 아 짜증나 미치겠어 도대체 이 넘의 세상은 왜 이래..라는 생각보다는 (그만큼 답답한 상황임에도) 조금 여유로운 마음을 북돋아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글들. 하지만 본인의 인생은 치열한 투쟁의 역사였고 감옥을 들락날락한 적도 많았던 투사의 인생이었다. 그의 인생과 더불어 그의 글을 함께 좋아한다.
이 책도 비슷한 맥락의 책인데 읽다보면 정말이지 실소가 피식~ 나오는 내용들이다. 그지없이 관료적인 공무원들, 거시적인 대의보다는 개개인의 소소한 이득에 연연하는 소시민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권할 만 하고. 

 
이번 주말에는 좀 무거운 주제로 골라 읽어보려 한다. '독식비판'이라는 책. 최근에 미국의 금융시장 붕괴와 여러가지 사회현상들에 즈음하여 이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들을 모색하는 움직임들이 크다. 우선, 소수의 부자들만 계속적으로 세를 불려나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따라서 나올 수 밖에 없는 분배에 대한 문제들이 논의되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읽은 '경제학의 배신'도 마찬가지 맥락의 책. 물론 이 책은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잘못을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고 보며 그 대안으로 시민이 제대로 된 소비자로서, 그리고 제대로 된 공동체를 구성함으로써 현재의 시스템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이 책 '독식비판'은 지식이 너무나 많이 축적된 사회에서 구동해야 할 경제적 시스템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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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왔다는 소식 접하자마자 바로 사버린 심농의 07, 08번째 책들.







 

 

 

 

 



그리고 오늘 일요일 종일 다 읽어버린 심농의 이 책들. 열린책들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생기는. 한권한권 재미없는 책이 없구나... 갈수록 심농의 경험 - 배와 선원과 남자와 항해와 외국 - 이 농익어가는 맛이 느껴지는 작품들. 지금까지의 책들이 모두 1931년 한 해에 써졌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는. 덕분에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출판된 심농 책들을 다 읽어버리는 데 쓴 시간들이란...흠...pass. 어쨌거나 책장에 가지런히 꽂힌 하얗고 담백하고 보기만 해도 가벼워보이는 책들의 모양새는 나로 하여금 행복감마저 느끼게 하고.

다음 책들은 언제 나오는 거지? 또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비연..이러다 일 다 못해서 경을 칠 일이 발생하겠구나...싶지만 어쩌랴. 일단 사면 안 읽고는 못 배기니. 그냥 나의 바램에 부응하련다. 큭.

문득, 이 작가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졌다. 구글 검색을 두드려보니..몇 가지 사진들이 뜨네.
 

 


아항. 이런 모습이셨군요. 메그레반장처럼 파이프 담배를 즐기셨나보다.

“나는 언젠가 프랑스 인구의 절반 이상이 600단어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통계를 읽었다. 그러니 내가 추상적인 단어들을 써서 무엇하겠는가? 추상적 단어는 두 명의 독자 머릿속에서 다른 의미를 띠게 마련이다. 결코 같은 식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항상 ‘물질적인’ 단어만 쓰려고 해왔다. 탁자, 의자, 바람, 비 같은. 만일 비가 온다면, 나는 ‘비가 온다’고 쓸 뿐이다. 내 책에서는 물이 진주가 되는 일 따위는 눈을 부릅뜨고도 찾지 못할 것이다.”

마음에 드는 문장론이다. 조르주 심농이 직접 밝힌 본인의 문장론. '물질적인' 단어들만 쓰려고 한다는.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아닌 문장들. 그래서 그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붉은 색과 검은 색, 노란 색 등의 색감을 교묘하게 배치하고 인물들의 숨가쁜 일상들, 좇고 쫓김들을 그 숨소리까지 느껴질만치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그의 글. 그의 간결하고 담백한 글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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