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의 하나가, 한번 사람한테 정이 떨어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아예 안 보고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같은 직장에 근무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참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대체로 사람들과 잘 지낸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나만의 착각일 지도 모른다) 한두명 정말 싫은 사람이 생기곤 한다. 뭐랄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경우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어찌 보면 다른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는. 그래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그런 것이라 난감하다.
지금도 그렇다. 회사에 있는 M양하고는 말도 섞기 싫어진 상태이다. 이유는.. 매무 소소하지만 매일 쌓이다 보니 그 감정의 손상된 결이 회복이 안 될 상태에 도달했다고나 할까. 뭐든 말할 때마다 자기는 다 알고 있다는 미소를 띄우고 - 그러나 사실 내가 봐선 아는 게 그닥 없다 - 말 시작이 항상 '내가' 로 시작한다는 점. 본인이 편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권유하는 점. 예를 들어, 오늘 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좀 해야겠는데 잠깐만 비켜주세요 그러면 다른 방이 더 넓어서 좋지 않나요 라는 식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 이게 거의 매번이라는 점. 회의를 할 때 의견을 말하지 않는 점. 자기 의견은 없고 항상 남의 말에 예스/노만 말한다는 점. 그러면서도 뭐든지 자기가 했다고 생각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점. 무슨 전화 한통을 걸었어도 , "제가 전화를 했거든요" 라든가 자료 정리를 한다손 치면 "제가 자료를 정리했거든요" 라든가. 내가 봐선 본인 직급에서 할 일이 아닌데도 해놓고서는 꼭 자기가 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 무엇보다 작년 플젝할 때 날 전혀 안 도와준 점. 그게 가장 클 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사람은 자기 이해관계에 가장 약하니까.
그렇게 마음 속에 미움이 쌓이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고운 눈으로 보지 못하게 되었고 같이 회의하기 싫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말도 안 하게 되었다. 난 사실 인사도 잘 안 하는데, M양은 다른 상사가 있을 때는 아주 뻔뻔하게 "안녕하세요~오"를 외치고 그냥 사원들만 있을 때는 그냥 쓱 지나쳐버린다. 행동거지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 이것도 내가 싫어하는 거구나...
그렇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 꼭 좋은 사람만 있으란 법도 없는데, 이 나이가 되어도 사람 싫은 거에 관리를 잘 못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냥 무덤덤하게 지내면 될텐데, 꼭 티를 내는 내가 말이다. 감정적으로 전혀 안되니까 굳이 노력하는 것으로 나를 지치게 하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마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본다.
뭐 이런 책이라도 읽어야 하는 걸까. 싫은 사람과 잘 사귀는 기술. 어쩌면 M양이 내 인생에 그다지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는 지도 모르겠다. 만약 나도, 그녀가 내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대하지는 못 할지도. 나도 같은 사람인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끔찍하네.
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좋고, 책을 읽는 사람이 좋고, 많은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유머러스한 사람이 좋고, 표내지 않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람이 좋다. 일을 잘 하면서 성질 부리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일을 못 하면서 성질 좋은 척 하는 건 참지 못할 일이다. 미워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것 아닌가. M양은 후자에 속하는데, 사실 성질이 좋지 않은 것을 간파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미워해도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올해 계획 중 하나가 '짜증내지 않기' 와 '다른 사람 미워하지 않기', 그리고 '사람들 잘 관리하기'인데, 미워하지 않는 게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 미워하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스트레스라고나 할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되 처음부터 사람들에 대한 미움을 가지지 않도록 내 마음관리를 해야겠다 싶다.
오늘은 수요일. 일주일 중에 가장 고단한 날이다. 주중의 딱 반에 해당해서인 것 같은데.. 그래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은 지도 모르겠다. 에잇. 일이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