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나를 놓지 않는다~
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른 캐릭터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다.
술은 입과 가슴이 마시는 것이지 '손가락'이 마시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가끔 이렇게 글을 쓰다가 흥이 나지 않으면 손가락을 쬐끔 째고
거기에 소주 몇 방울을 부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든다.
나의 키보드는 나의 손가락은 나와 속도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모에 관한 후기를 쓰려는 이유는
일단 '사진'을 찍어놨기 때문에 어딘가에 소모를 해야 한다는 점이고,
이보다 더 중요한 점 같은데, '호모 알라디누스'에 관한 오랜 성찰이 일단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호모 알라디누스? 그게 뭐냐구?
일단 사전적 의미는 '알라딘 소통공동체'에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 유난히 서로 친해지기를 좋아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적어도 세 가지와 친한데 책, 사람, 생활.
호모 알라디누스는 '생활인'이고,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소시민'이다. 그 앞에 좀 상투적인 수식어를 붙이자면 '건강한 생활인'이라고나 할까?
그들을 모이게 하고 이어주는 유일한 단서는 '책'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서 '책'은 숨거나 녹아 있다. 이 부분이 호모 알라디누스를 설명하는 데 핵심을 이룬다. 책을 쓰는 저자든 전문 직업인이든 그들은 직업적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세상에 대한 위악 같은 것과도 친하지 않다. 모든 것들이 녹아서 하나의 '생활'을 이룬 사람들 중에서 유난히 유쾌한 웃음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왼쪽부터 Daydreamer(데이드리머) 님, kleinsusun(클레인수선) 님, 시비돌이 님(지승호 님), 라주미힌 님, 아프락사스 님, jade(제이드) 님, 멜기세덱 님. (사진을 찍을 때 달판 님과 체셔 님은 어딘가로 함께(?) 사라졌고, 승주나무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두 개 올리는 이유는, 몇 가지 단서를 말하자면 데이드리머 님을 위해 1번 사진을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수선 님이 포즈를 잡지 않으셨기 때문에 2번 사진 역시 있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에 애꿋게도 라주미힌 님이 '희생(?)됐다. 시비돌이 님의 포즈에 은근한 변화가 있다. 그리고 제이드 님 좋겠다. 아니 아프 님, 멜기세덱 님이 좋겠다인가? 잘 모르겠다. 암튼 재밌다>
<멀리 보이는 순서대로 달판 님, 제이드 님, 수선 님, 라주미힌 님. 달판 님은 묘하게도 팝콘을 들고 있는 모양이 되었는데, 다들 아무것도 달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팝콘 같은 것을 먹는다는 것은 마치 1명을 더 데리고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함.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나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수선 님은 혼자 보기 힘든 영화라서 함께 보았노라고 했는데,역시 보느라 힘들었다고 했다. 나는 전혀 다른 이유 때문에 힘들었다. 라주미힌 님은 뒷 시트에 맞게, 달판 님은 앞 시트에 맞춰 옷을 입고 왔다(?)>
※ 달판 님의 사진을 뒤적거려 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이 사진밖에 없어서 달판 님에 대한 인상을 간단히 덧붙인다. 달판 님은 롯데를 좋아하는 부산 팬이란다. 지금도 생각나는 강렬한 말.. 롯데가 몇 년 전 죽을 쑤고 있을 때 사직 구장에 걸렸다던 거대한 현수막 "니들이 응원해라, 우리가 야구하께" 달판님은 미소가 포근한 사람이다. 당신이 파묻히기 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총각이시다.
<모과양 님. 주로 오프 때에만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이 가능하시나, 오늘은 '데이'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빛내주었다.(데이, 오프, 나이트 등의 용어는 의학용어임을 밝힘) 밝다. 시련을 품어서 그런지 더욱 밝고 (이런 말이 허락된다면) 예쁘다. 이런 말을 덧붙이는 이유는 예전에 내가 울면서 썼던 '엄마와 토마토'라는 글에 남긴 모과양 님의 인상기가 생각났기 때문. 호모 알라디누스라는 개념에서 중요한 부분을 채워준 인물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가?
일단 모과양 님에게 항상 '단비' 님이라고 불러서 미안하다. 영화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합류했다. 영화 이후에 합류한 분들은 모과양 님, 단비 님, 세실 님은 아프 님의 말에 의하면 실종됐다 함. 저기 멀리 보이는 아프 님을 주목할 것(?)>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프 님과 제이드 님.. 아프 님! 그 웃음의 의미는(?) ㅋㅋ 아무튼 이 자리를 주선해 주셔서 감솨~~>
※ 밝힐 수 없는 분의 간곡한 요청으로 인해 사진을 수정합니다. 고생 좀 했죠. 이제 좀 마음이 놓이시죠?
<단비 님. 빨래를 누가 훔쳐가 버려서 울상이었다가 승주나무의 도움을 받아 밝아진 표정. 매우 유쾌하고 당당하게 살며 많은 이야기거리를 달고 다니는 단비 님.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나는 '외로움'을 보았다. 그것이 타지 출신들이 느끼는 일상적인 외로움인지는 모르겠으나(단비 님은 삼성을 좋아하는 부산인) 내가 최근에 밟아본 나이언덕을 지나고 계시다는 전제 하에 많은 방황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주된 짜증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단비 님의 독특한 캐릭터로 극복하시기를 바람. 그리고 님의 버리기 아까운 많은 말들이 하나의 '길'을 이뤄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
<"누구냐 넌"(앗, 반말) 인터뷰의 달인 지승호 님. 어제의 자리가 '작가와의 대화'가 되지 않기 위해 절제의 묘를 보여주셨다.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나는 '세상을 헛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다들 아는 인터뷰 '기자'(본인에 의하면)를 여태 몰랐을까. 인터뷰는 내가 매우 필요로 하는 스킬이므로 두고두고 살펴봐야겠다. 그래서 어둡게 숨겨뒀다. 혼자 보려고..흐흐>
<지승호 님과 체셔 님. 갠적으로 지승호님께 미안하다. 사진은 여러 번 찍었고, 포즈도 취해 주셨는데,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 다음에는 기술을 연마해서 올바른 사진을 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체셔고양이 님. 그냥 뜬금없이 낭만고양이가 생각난다. 나에게 '키보드 좌파, 키보드 지식인'이란 말을 가르쳐준 분. 체셔 님에 대한 주석은 라주미힌 님의 것이 맘에 드므로 여기에 인용한다. "알라디너의 말초신경과 금기를 꾸준하게 맛사지 시켜주신 체셔고양이님도 반갑고"(영화 번개 후기라)>
<깜찍한 제이드 님. 한의학 본과 2학년이다.(혹시나 해서 참고로) 자취 경력 2개월, 알라디너 생활 1개월. 우리가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할 알라디너이다. 그런 의미로 그 분의 서재주소를 링크한다. (
http://blog.aladin.co.kr/704730134 이거 맞나? 틀리면 리플로 정정해주세요.. 그리고 글 좀 남기시구^^) 이건 정말 내 탓이 아닌데, 사진을 찍는 위치 때문에 포스터 사진이 되어 버렸다. "함께 일할 가족을 모집합니다">
<다음 모임에 가면 이분께 맞을지도 모른다. 웬만하면 사진을 잘 안 찍으시는 데이드리머 님께서 포즈까지 취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별로 좋지 않게 나왔다. 내가 마음에 안 든다. 데이드리머 님은 다음과 같은 말로 위안을 삼아 주시기를 "사진이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대" >
<도대체 멜기세덱 님과 수선 님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문제가 뭘까? "멜기세덱"이라는 이름을 부르기가 너무 어렵다는 여러 알라디너에 의견에 따라 그 자리에서 '공식 호칭'(애칭)을 정한 결과 다들 '세덱'이 좋겠다는 결론이 났다. 다만 입을 벌릴 때 너무 크게 벌리지 말 것. 입술을 아랫니와 윗니 사이에 담았다가 빼면서 경쾌하고 크게 입을 벌리면 '새댁'이 되어버리니 조심. 암튼 새댁, 아니 세덱 님은 보면 볼수록 호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풍기는 아우라가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기를>
<수선 님과 찍은 셀카~ 오른쪽 얼굴은 잊어버리시라. 수선 님은 호모 알라디누스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인 것 같다. 아프 님이 퍼다준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삼성정밀화학 해외영업 담당 성수선(나이는 생략) 과장"인데, 과장 답지 않고 신입 사원 답다. 이 '신입사원'이라는 말은 내 생각에 실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찬사가 되지 않을까 한다. 세상 물쩡 다 알고 그 관료제의 지리멸렬함과 관리자라는 피곤함을 뚫고 나온 표정이 바로 이 표정이다. 이런 표정이 아직도 나올 수 있는 비결을 묻는다면 그는 역시 '책'이었다고 하지 않을까? 책을 좋아하지만 책에 파묻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책을 마법의 양탄자 삼아 세상의 이곳저곳을 여행할 것만 같은. 그러면서도 피곤하지 않고, 자신이 다닌 세상의 목록을 기록하기보다는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아직도 강성하여 표정을 뚫고 나에게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