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별거 아닌 일도 밤에 혼자서 이것저것 주워섬기다 보면 절로 우울해진다. 어느 해. 그날 저녁 나는 또 기다리는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에 무척 실망하고 최악의 상황도 상상해 보고 그랬더랬다. 그리고 매일 다니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던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빈속에 믹스커피를 마시고 직원들을 기다렸다. 하나 둘, 출근하는 직원들과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열심히 일하는 척 괜히 오버해 가며 잉크토너도 갈고 서고에서 서류철도 하나씩 꺼내고 슬쩍슬쩍 인터넷 검색도 하며 전화에 대고는 최고로 아름다운 척, 친절한 척 하는 목소리 연기도 열심히 하며, 여느 날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똑같은 하루 속에 퐁당 빠졌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어제의 그 고민이 태양이 풀잎 위의 이슬을 삼키듯 저절로 스러져 버리는 것이다. 시간은 멈추고 눈앞의 기한이 더 크게 느껴지고 매일매일 똑같은 농담과 한탄을 나누는 직원들은 언제까지나 내 옆에서 그대로 그 나이로 정지해 줄 것만 같았다. 내가 내 삶에서 한번씩 거창한 것들을 추구하고 기다리는 일들이 마치 전생의 꿈만 같게 느껴졌다. 일이 있어 다행이다, 라는 아주 드문 안도감을 느꼈다. 

   
 

 일은 우리의 원근감을 파괴해버리는데, 우리는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일에 감사한다. 우리가 이런저런 사건들과 난잡하게 뒤섞이도록 해주는 것에, 파리로 엔진오일을 팔러 가는 동안 우리 자신의 죽음과 우리의 사업의 몰락을 아름다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게 해주는 것에, 그것을 단순한 지적 명제로 여기게 해주는 것에 감사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근시안적으로 행동한다. 그 안에 존재의 순수한 에너지가 들어 있다.

 
   

 

이거였구나! 싶은 통찰들. 현대에서 '일'은 마치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처럼 아주 대단한 의미와 가치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떠받들여 진다. 소개팅에서 제일 먼저 거론되는 '그'나 '그녀'를 소개하는 문구는 직업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직업에 맞추어 보지도 않은 그들의 인상, 성격, 기호를 상상한다. 그 사람이 수행하는 '일'안에서의 작업과 보수는 그 사람 자체로 환원되어 버린다. 일에 매달려서 새털같은 날들을 하나씩 하나씩 빼먹고 일에 근거해서 상대방을 판단하는 일은 안 그러는 것보다 쉽고 덜 불안하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회의실에 저소득층 어머니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심리적 갈망을 새로운 제품의 조직원리로 통합하겠다고 덤비는 비스킷 공장의 디자인 책임자, 위성발사를 위해 일하는 우주센터 직원들, 5년 전 여자친구의 죽음 후 종일토록 떡갈나무를 진지하게 관찰하고 그리는 화가, 송전선을 따라 여행하는 송전엔지니어, 감사 업무에 불멸을 위한 기회는 없다는 사실을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회계사들, 상업화의 가능성은 요원한데도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어마어마한 환상과 꿈을 둘러친 빈곤한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일'이 그 자체로 심원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존재를 유지해 나가는 동력과 삶의 기만들을 망각할 수 있다는 그 수단적 역할에 경의를 표한다.   

냉소 같기도 하고 비아냥거림 같기도 한 내용이 알랭 드 보통의 목소리를 빌려오면 섬세하고 진지한 고백처럼 들린다. 그러니까 이대로도 좋다는 것. 무언가 더한 의미와 가치 추구를 위한 명분을 구태여 찾아 헤맬 필요가 있을까? 라고 진지하게 회의감을 드러내는 저자의 모습은 안도감을 준다. 코 앞의 일들에 코를 박고 있는 것은 삶에 있어 아주 유용한 일이다. 그런 것들을 다 비워내 버리고 진지하게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쏘아 대기 시작하면 자멸이다. 존재의 동력은 그것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가끔씩 빵빵하게 채워져 있을 때 터지지 않게 바람을 빼주는 역할 정도가 삶에 대해 존재에 대하여 던지는 '왜'라는 질문일까. 이 책은 그러니까 다양한 직업의 초상화라기 보다는 (작가의 의도는 이것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시선을 멀리 떨구지 않고 바로 코 앞에 던질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의 그 편협한 구획 나누기의 미덕을 강조하면서 그 미덕의 한계를 지적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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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3-04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같은 글귀인데, 저랑 정반대로 읽으셨네요.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책들 중에 '불안'과도 좀 비슷해요.

blanca 2011-03-04 23:2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리뷰를 쓰면서도. '불안'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고 읽는 중간의 감상과 다 읽고 난 후의 감상이 차이가 나서 저도 놀랐어요. 제가 사실 제대로 보통의 저의를 이해했는지는 확신이 없답니다.

하이드 2011-03-10 09:10   좋아요 0 | URL
보통의 저의도 있지만, 독자의 저의도 있는거니깐요. 그건 독서하는 각자만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독서하는 순간순간마다 달라지는 것. 정답이야 보통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 그래서 책 읽고, 같이 이야기하는게 재미나요.

마녀고양이 2011-03-0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처음 다섯줄을 읽으며 내가 쓴 줄 알았잖아요(물론 문체야 블랑카님이 훨 멋지지지만)...
나랑 왜 그리 똑같아! 자기랑 나랑 진짜 유사한 점들이 있어서 한번씩 깜짝 놀란다니까요. ^^

그러게요, 쓸데없는 일인 듯 싶어도 코 앞에 할 일들은 사람에게 에너지를 주는거 같아요.
결국 인간에게 남는 것은 실존적 고민 뿐이라 하면, 그걸 내내 생각하다가 어찌 살겠어요.
그래도 나 이번 학기에 <실존과 심리 치료> 듣는데.. 으아, 이거 흥미로와요.
대학원도 그래서 원래 목표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틀어뜸, 올 연말에 합격해야 갈 수나 있지만 말이죠. ㅎㅎ

blanca 2011-03-04 23:2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원래 목표와 다른 곳이라니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상담 분야인 것은 맞는지도 궁금하구요. 대학원 가시기로 하셨군요. 합격이야 당근 따논 당상일 것 같은데요. 시간이 흘러서 자꾸 자꾸 앞으로 전진하시는 모습이 부럽기만 합니다.

2011-03-05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3-0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소모된다는 기분을 느낄 때 마다 자주 펼쳐드는 책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말했듯 `오전 **시 미팅' 이런 메모를 하면서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으니까요. 찰나의 가장 유한한 고민을 통해 무한성을 잠시 잊습니다. 이런 말이 괴이하게 들릴 정도로 내가 소모되는 일들을 통해서, 계속 살아있습니다.꼭 성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도, 굳이 자아실현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마저 했더랬습니다.

blanca 2011-03-04 23:30   좋아요 0 | URL
쥬드님, 맞아요. 성찰하고 자아실현 찾다 보면 항상 현실은 모자라요. 그래서 자꾸 내일을 기약하다 보면 사정없이 늙어 버리고. 지금 이 순간에 코를 박는 것도 견디기 위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된 것은 1763년 5월 16일 런던의 데이비스 서점에서 보즈웰과 존슨이 처음 만난 덕분이었다. 당시 영국 문단의 거두였던 존슨은 53세였고 영웅 숭배의 기질이 있던 스코틀랜드 사람 보즈웰은 22세였다. 자신의 사명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한 보즈웰은 위대한 문인의 말, 습관, 의견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단절이 있었지만, 그는 존슨이 1784년 사망할 때까지 이 기록을 계속했다.

보즈웰은 존슨으로 하여금 말을 하게 만들었다. 존슨이 말하기 싫어하는데 억지로 말하게 한 것이 아니라, 존슨의 사람됨이 활짝 꽃피어나게 했다.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독서계획> 중

 

패디먼은 제임스 보즈웰의 <새뮤얼 존슨의 생애>이 영어로 된 최고의 전기이며, 나아가 세계 최고의 전기라고 극찬한다. 자서전, 평전이라면 껌뻑 죽는데 아직 최고의 전기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살았구나, 싶어 

분노의 검색질을 시작했다. 그.러. 나. 이 책은 없다. 번역본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니 확신은 못하겠다. 사무엘도 넣어보고 존슨도 넣어보고 존슨전도 쳐 보고 했으나 책의 이미지는 뜨지 않는다. 원서? 18세기의 천여 페이지가 넘는다는 평전의 원서를 내가 어떻게 읽겠는가. 언감생심이다. 잡담과 스캔들을 좋아해 언제나 그 현장에 있었다는 보즈웰. 유명인을 쫓아 다니는 열성 팬의 원조로 새뮤얼 존슨이라는 인물을 아예 창조해냈다는 보즈웰의 글을 읽을 방법은 과연 없는건지 내가 무식해서 책을 못찾고 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고 실망스럽다. 

게다가 오늘 책을 주문하고 추가로 주문했어야 할 책이 자꾸만 생각나 취소했다 다시 하고 별 쇼를 다했는데 또 생각나고 이런 상황이다. 

 

지금 봤다. 박완서 샘의 추모편. 죽기 전에 뵐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살았는데 야속하게 하필 이사하는 날 그 눈 내리던 날 먼저 가버리신 분. 어쩌면 저렇게 노란색을 잘 소화해 내셨을까. 빨리 주문하지 않으면 책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 초조하다. 병이다.--;; 

 이 표지를 자꾸 보니까 더 허무하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없구나, 싶어서.

 

 

 

서점에서 스무 살 언저리에 위대한 사람을 우연히 만나 그 사람을 쫓아다니며 거의 삶의 반을 그 사람의 전기를 완성하는 데에 쓰고 그 사람 자체를 재창조하는 과정이 삶이었던 사람. 그 사람을 직접 만날 수는 없으니 이 책을 꼭 읽고 싶다.  1763년. 2011년. 자꾸 자꾸 과거로 휙휙 흘러가 버리는 현재가 아까워 숨을 가다듬게 된다. 늙고 죽는 게 무섭고 납득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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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3-0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옛날옛날에 그 얘기 듣고 원서로 가지고 있어요. ... 가지고만 있어요 'ㅅ'

blanca 2011-03-02 20:49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그럼 이건 정말 번역본이 없는 거군요. 흑흑. 하이드님이야 영어가 되시니깐 마음만 먹으시면 바로 읽으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거 정말 두껍던에 아마존에서 주문하셨어요? 침만 계속 흘리고 있어요.

하이드 2011-03-03 08:20   좋아요 0 | URL
아마존에서 주문했는데, 이 시리즈는 800페이지가 우리나라 책 이라이트 400페이지보다 작고 얇아요.
우리나라 책들 이라이트가 얼마나 부피 많이 차지하는지 ㄷㄷ

양철나무꾼 2011-03-0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범신의 '은교'가 생각나는 페이퍼예요~^^

blanca 2011-03-02 20:50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아, 왜 '은교'가 생각나시나 했더니 퍼뜩 깨달았아요. 적요 시인이 등단까지 시켜주는 그 젊은이(이름이 가물가물)의 모습이 비슷하군요. 맞아요. 비슷한 구석이 있네요.

stella.K 2011-03-0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 문인들의 강연회에 쫓아 다니면서 이쪽에 사명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능... ㅋㅋ
아, 정말 그러네요. 노란색을 잘도 소화해 내시는 박완서 선생님!
맞아요. 늙고 죽는 게 무섭고 납득이 안 가요.ㅠㅠ

blanca 2011-03-02 20:51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스텔라님 강연후기는 항상 현장감이 생생하고 너무 좋아요. 정말 그쪽으로 진출하시는 것 아니에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믿을 수가 없을 만큼. 그래도 오는 봄은 참 좋네요.

비로그인 2011-03-0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사람이 죽는 게 너무 슬프다.
라는 저의 말에 저희 모친 '슬픈 일이 아니지. 사람이 늙고 죽는 건 모두 시간과 자연의 일이니, 언젠가는 일어날 일일 뿐이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이런 일도 다 있구나. 라고 쓸쓸해 하셨던 모친이 떠올라서, 바로 선물포장에 편지를 써서 주문했어요. 쓸쓸한 일들이 너무 많아지는 봄입니다.

blanca 2011-03-02 20:53   좋아요 0 | URL
쥬드님 어머님은 달관하신, 초연한 그런 아름다움을 아시는 분 같아요. 맞아요. '죽음'이라는 게 막상 내 주변 인물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예전에 죽을만큼 힘들다,는 말을 조금만 힘들어도 내뱉곤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어차피 싫어도 죽을 테니까요. 다만 나이드는 건 항상 두려워요.

비로그인 2011-03-0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과 죽음의 이미지가 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어떨 땐 오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꽃샘추위가 한겨울 한파보다 더 뼛속 깊이 추위를 느끼게 하는 모양이에요...

blanca 2011-03-02 20:53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는 영화 <시>에서 봄이 와서 새순이 돋느 것을 보면 너무 이뻐서 눈물이 난다고 했던 초로의 여인의 고백이 너무 와닿아요. 그냥 너무 이쁘면 난 이 이쁜 걸 영원히 볼 수는 없겠구나, 싶어서요. 오버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마녀고양이 2011-03-0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두 그 기분 알아요.
분노의 검색질.. 응응, 맞아요, 원하는 그 책이 없을 때 기분이라니. 난 요즘 M.C.에셔의 책을 원해요!!

blanca 2011-03-02 20:55   좋아요 0 | URL
분노의 검색질 ㅋㅋㅋ 저는 제 자신을 잘 못 믿어서 끝내 안 나와도 누군가는 '있다'고 댓글을 달아주기를 바라면서 이 페이퍼를 작성했나 봐요^^;; M.C. 에셔는 누구일까요? 궁금해지네요.

cyrus 2011-03-0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가끔 유명 서양고전 같은 거 읽고 싶은데 검색하면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아서 아쉬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닌거 같아요, 저는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 소개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blanca 2011-03-03 20:59   좋아요 0 | URL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처음 들어 보는데 어떤 작가인지 궁금하네요. 외국어 실력이 좀 되면 더 넓은 세계를 살 수 있을 터인데 그게 참 쉽지 않아요.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잘 아는 번역가를 친구로 두는 ㅋㅋ 번역 안된 책은 선물로 번역을 강요하는 아주 파렴치한 상상을 해봅니다.^^;;

kimpk 2011-03-0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SS reader로 구독하고 있는 독자입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책을 영어로 읽고 싶으시면 http://www.gutenberg.org/ebooks/1564 로 가면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이 풀려있으니 안심하고 다운받아 읽으시기 바랍니다.

blanca 2011-03-03 20:57   좋아요 0 | URL
kimpk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잘 활용할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03-03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엘 존슨 이야기 얇은 것으로 시사영어사 세계명작영어학습문고 72번 나다니엘 호오도온 <전기 이야기>가 있어요.아이작 뉴톤,벤자민 프랭클린 전기가 함께 있습니다.단 영한대역이 아니고 왼쪽엔 영어원문, 오른쪽에 단어풀이가 되어 있어요.존슨 이야기 분량은 원문과 단어풀이 모두 합해서 28쪽입니다.

blanca 2011-03-03 21:00   좋아요 0 | URL
노자님, 그게 이상한게 저도 이런 책에서 읽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제대로 원본을 보고 싶은데 아직 수요도 그럴 계획도 없는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모르는 건 노자님께 물어보면 되겠군요. 만물박사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3-03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슨과 보스웰의 일화는 영어권에선 매우 유명해서 영어교재 같은 데 가끔 나와요.아마 그런 데서 보신 듯.위에 제가 소개한 책은 난이도 표시가 되어 있는데 고3이상 대학생용으로 나와 있지요.이 정도면 고급편입니다.영어권에서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교재인데 아무래도 외국인에겐 어렵겠죠.

cyrus 2011-03-0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에는 많이 생소한 작가인데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도 살짝 언급되는 여성 작가에요.
제인 오스틴과 동시대에 활동했습니다. 대표작이 <남과 북>인데 국외에서는 캐스켈도 오스틴 버금가는
여성작가로 평가를 받는데 반면 국내에서는 워낙에 오스틴, 브론테 자매의 인지도가 세다보니
지금까지도 여전히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거 같아요,,

원서로는 펭귄 북스에서 나온게 있던데 펭귄클래식 카페에서 어느 회원분이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작품 번역에 대해서 질문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답변으로 번역 계획이 없다고 했을 정도이니,, 국내에서 소개되기에는 아직 먼 거 같습니다. ^^;;

blanca 2011-03-06 22:27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로맨스 소설 작가인지 궁금하네요. 번역 계획이 없다니 저까지 덩달아 아쉬워지네요. 원서는 정말 진도가 안 나가더라구요. 다만 원문의 뉘앙스를 십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시대 배경, 사회적 배경까지 알고 있어야 가능한 고유 명사 앞에서는 좌절합니다.

순오기 2011-03-0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샘 추모특집 보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아요.
결제는 10일 이후에~ ^^

blanca 2011-03-08 20:2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 아직 이 책 주문 안했어요. 먼저 읽으실 것 같은데요. 감상이 기다려집니다.
 

책을 고를 때 리뷰에서 찾아 헤매는 대목은 무엇보다 그 책이 재미있는지의 여부, 그 여부를 초월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관한 얘기다.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느냐,  어렵게 얻은 숨통 트이는 시간을 그 책에 할애해도 아깝지 않느냐. 

책에 대한 책에는 그런 얘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가독성에 대한 얘기는 슬쩍 피한다. 추천도서목록은 위압적이기 쉽다. 그 추천 도서 목록을 피하는 독서에 약간의 죄책감과 자괴감을 얹어 주는 경우까지 있다. 책에 관한 책은 자기가 읽고 자기식으로 해석해 내는 책들에 대한 일종의 지적 허영이나 과시로 흐르기 쉽다. 그 책을 읽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가 되는 분위기는 숨이 막힌다. 

 

이 책은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자기식의 해석과 자화자찬의 대척점에 서 있다. 정말 읽을 책을 찾아 헤매는 독자를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다. 이미 읽은 책들조차 이 책을 통해 재독의 욕구를 느끼게 할 만큼 매혹적인 책지름신이기도 하다. 작가, 비평가, 출판사의 편집장, 라디오쇼의 사회자까지 거친 저자는 그가 사망해던 그 해에 증보를 거듭한 이 책의 완결판을 펴내게 된다. '평생독서계획'이라는 제목 만큼이나 이 책에서 다루는 책들은 장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독자들의 지속적인 흥미를 이끌어 낼 책을 선별해서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수정판을 거치면서 도서 목록은 계속해서 수정작업을 거친다. 시간의 혹독한 평가를 이겨내지 못한 지나치게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책들은 빠지기도 하고 그 시점에서는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어도 후에 재평가된 책들은 다시 이 책의 초대를 받게 된다.

기원전 2,000년경의 <길가메시 서사시>로부터 치누아 아제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까지 133명의 작가들에게는 각각 12매의 원고가 할애된다. 그 작가들의 생애, 뒷얘기, 대표작, 추천작 등이 얘기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가 재미없는 책은 솔직히 재미없다,고 신랄하게 얘기한 점, 과감히 축약본을 읽으라고 권하는 대목들, 건너뛰고 읽어도 무방하다고 독려해 주는 얘기들은 귀를 솔깃하게 한다. 이런 얘기를 기다렸다. 저자가 이 책들은 자기 계발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발견의 도구로 사진 필름의 현상액 같은 것이라고 묘사했던 '독자들과의 간단한 대화'는 정말 정직한 얘기였던 것이다. 다만 사마천의 <사기>, <금명매>,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 등을 삽입한 것은 그런 대로 동서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생각되지만, 아무래도 미국적이고 미국인의 정서에 맞는 책들 위주였다는 한계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달과 6펜스>에서 인간에게 연민과 눈물어린 따뜻한 시선을 보냈던 서머싯 몸의 이 책을 읽으면 단박 그의 소설이 그 자체는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도 책에 관한, 그리고 그 책을 쓴 작가들에 대한 얘기다. 다만 아주 신랄하다. 그 신랄함은 작가의 생애에도 닿아있고 그 작가들의 작품의 허술한 지점에도 파고든다. 소설은 즐기면서 읽는 것이라 어떤 소설이라도 그것을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면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사정없이 뱉어 놓고 난 다음 서머싯 몸은 발자크도 플로베르도 심지어 톨스토이까지도 눈치 보지 않고 욕할 부분을 잡아 채어 주무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뒷담화가 참 묘한 게 욕먹는 당사자를 꼭 한 번 확인해 보고 싶다는 아이러니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을 읽고 나면 대체 서머싯 몸은 그 책의 어디를 그렇게 물고 늘어졌나, 꼭 다시 확인해 보게 만든다. 노이즈 마케팅이 생각난다. 사생활을 까발리고 욕먹을 짓을 했다고 한껏 욕해서 관심을 불러일으킨 다음 이 당사자가 어떤 것을 내놓았나 몰려 가게 만드는 그 교묘한 상술은 이미 여기에서 예고된 것 같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쉰세번째 생일을 맞은 날, 예전부터 좋아해온 몇몇 책들을 다시 읽어보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그런 망구엘의 결심을 따라 1월부터 12월까지 망구엘이 카사레스의 <모렐의 발명>을, 키플링의 <킴>을, 샤토브리앙의 회고록 등을 읽어나가는 여정이다. '이 책을 강추한다', 따위는 아쉽게도 없다. '이런 어려운 책을 나만 읽고 이해했다',는 식의 자기자랑도 생략되어 있다. 그저 그 나이의 그 만큼의 깨달음, 그리고 상념, 겹치는 독서이력 등을 잔잔하고 아름답게 하나씩 펼쳐 보이고 있다. 예쁘고 단아한 책이다. 독서는 편안하고 고독하며 느릿한 감각적인 행위라는 그의 정의는 그의 책에도 해당된다. 

 

 

 

 

 

 

 

이제 우리나라의 차례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책들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시사다큐 전문프로듀서인 저자는 우울한 날 다른 인간을 할퀴고 싶지 않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펼쳐 든다. 그리고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나 우울함을 태생적으로 지닌 이들을 떠올리며 위로 받는다. 남자들이 미워죽겠는 날은 <개선문>이나 <장미의 이름> 같은, 남자들이 예뻐 죽겠다는 책을 찾아 읽으면 된다고 얘기한다. 이 책은 어쩌면 쓰는 사람 자기 자신을 위한 독백이 될 수도 있는 지점과 그런 상황을 공유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거나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읽는 사람들을 토닥거리는 지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과 저자의 일상은 한데 엉켜 있고 그 책이 재미있다거나 아주 유익하니 꼭 읽어 달라는 당부는 툭툭 털어버린지 오래다. 이것이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고 이 책을 펼쳐 들지 않을 수도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펼치면 줄긋고 싶은 문장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리고 두고두고 참고하게 된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여인이 같은 책을 어떻게 그녀의 일상에 뭉클하게 끼워 넣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즐겁다.  

 

 김연수가 권하는 추천도서목록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발췌독의 자료다. 그가 추린 소설들의 인상깊은 대목이 인용되어 있고 김연수의 시 같은 짧은 소회가 간략하게 덧붙여져 있다. 김연수의 글은 앞서의 인용된 작품과 크게 관련되어 있지 않을 때도 있다. 뒤라스의 <연인>의 한 대목, 그리고 사랑은 3D업종이라는 김연수의 얘기. 이런 식이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다 그가 추린 작품들의 대목에 흠뻑 젖게 된다. 저자의 글은 짧고 저자가 읽은 책의 원문은 길다. 신기한 게 막상 그 인용된 소설을 읽으라고 하지도 않는 저자의 글들을 읽으며 그 책을 읽겠다고 메모하게 된다. 그건 인용의 힘이기도 하고 저자의 성실한 삶에 대한 뜬금없는 고백때문이기도 하다. 진정성은 그냥 교감하게 되는 것 같다. 

 

 

읽을 책들의 목록은 늘어만 간다. 살아 온 만큼 더 살면 기력이 쇠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때는 이제 내가 살아온 삶과 읽어낸 책들의 기억을 소환하며 하루 하루를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평생독서계획> 저자 클리프턴 패디먼의 얘기처럼 책을 읽는 행위는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가정을 꾸리고 여타 다른 체험들을 하는 것과 대등한 행위라는 말이 맞다. 한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과 어느 책을 읽고 그 책의 내용에 흠뻑 빠지는 것은 같은 무게다. 먼저 사랑을 경험해 본 친구의 조언은 언제나 어느 정도는 위안이 되는 법이다. 그런 책들에 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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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3-01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관한 책들만 모은 유용한 페이퍼네요. <평생독서계획>에다가 동양의 고전들을 더 보태서 저만의 평생독서계획표를 짜야할까봐요.그런데 저자가 많은 책을 읽고 난 다음에 골라서 저 책을 썼을 것이라 생각해보니 제가 계획표를 짜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에 급 좌절...

blanca 2011-03-01 15:28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안그래도 이 추천도서목록을 표로 만들어 게시하신 분도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동양 고전 부문이 빈약한 편인데 반딧불이님이 이 분야 추천도서목록이나 계획표를 만드시면 많은 분들이 도움이 될듯합니다. 저도 엑셀로 좀 관리를 해야 하나, 생각만 하고 있어요^^;; 무언가 체계를 좀 잡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너무 난삽해져 가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양철나무꾼 2011-03-01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평생독서계획'은 읽다말다 하게 돼요.
저도 평생 독서 계획을 짜야 하겠지만, 일주일 한달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걸요.
문제는 계획을 잘 짜놔도 어느새 읽고 싶은 새책이 나와주신다는거죠~ㅠ.ㅠ

blanca 2011-03-01 15:29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그렇죠? 저는 매일 새로 나온 책 검색하다 장바구니가 그득해집니다. 되도록 한 권씩만 주문해서 읽으려 해요. 안그러면 밀릴 것 같아서요. 오늘 서점 구경갔는데 아아아, 세상엔 왜이리 읽은 책이 많은 걸까요....

송도둘리 2011-03-0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겨울 고전 몇 권과 신간 몇 권을 더해서 겨울독서계획을 만들어봤는데...겨울의 끝자락에서 검토해보니 고전보다는 짧고 쉬운 신간을 훨씬 더 많이 읽었네요.^^;; 근데 '그 책을 읽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가 되는 분위기는 숨이 막힌다.'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무엇을 읽느냐보다 왜 읽느냐가 더 중요한 거겠죠. '평생독서계획'이란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blanca 2011-03-01 15:3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독서계획을 만드셨어요? 우아, 저는 그런 생각조차를 못해본 것 같아요.이 책은 쉬엄쉬엄 곁에 두고 읽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저는 고전도 새로 나온 반짝반짝거리는 책에 눈길이 가더라구요.

cyrus 2011-03-0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독서계획> 읽어봤는데,, 페디먼이라는 사람,, 정말 대단한거 같더라구요, 왠만한 유명한 고전들을
죽을 때까지 읽을 수 있는게 쉽지 않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피터 박스홀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보다는 페디먼의 책이 더 나은거 같아요. 피터 박스홀의 책에는
거의 대부분이 서양 문학이 많은데다가 시, 희곡, 수필 작품이 극히 드물거든요.

blanca 2011-03-01 15:33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 <읽어버린 기억을 찾아서>를 다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랐어요. 게다가 몇 번이나 읽은 책도 있고.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지요. 안 그래도 <죽기 전에~>도 비슷한 류의 책인 것 같아 눈길이 가더라구요. 이 책이 더 좋군요^^ 다행이네요. 갑자기 읽어야 할, 읽고 싶은 책들이 무진장 늘어 나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1-03-0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구엘의 독서일기는 저도 가지고 있는데 도무지 책장을 끝까지 넘길수가 없더라구요. 절반쯤 읽다가 손을 놓고 말았어요. 그런데 블랑카님의 이 글을 읽고 나니, 이쯤에서 다시 읽어볼까 싶어져요. 손 놓은지 일년이 다 되어가서 사실 그 책안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네요, 블랑카님. 예쁘고 단아한 책이라니, 저도 다시 도전해봐야 겠어요.

책에 대한 책을 말씀하셔서 말인데요, 블랑카님.
혹시 [채링크로스84번지]란 책은 읽어보셨나요? 저는 그 책을 읽으면 블랑카님이 흥분하실 정도로 좋아한다는 데 만원 걸겠습니다. 훗 :)

blanca 2011-03-01 22:22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채링크로스84번지> 벌써 읽었어요! 암요. 만원 ㅋㅋㅋ 난중에 다락방님한테 커피 한 잔 대접할 날이 오면 커피값으로 퉁 칠게요^^;;

다락방 2011-03-02 08:44   좋아요 0 | URL
댓글 쓰고 저장을 누르는 순간, 음, 블랑카님은 읽으셨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괜히 댓글 남겼네요. 하하하핫;; 무안해요. 하하하핫;;

blanca 2011-03-02 20:47   좋아요 0 | URL
에이, 무한하긴요. 다락방님도 참^^;; 좋은 책을 같이 읽었다는 게 좋은 거지요.

비로그인 2011-03-01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독서계획.
참 쪼그만 책에 많은 내용이 들어 있죠? ㅎ 저도 말씀하신 정직하고, 솔직한 얘기들이 와닿던 책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나저나 다락님과의 내기는 과연 어떤 분이 이기실지..ㅎ (오랜만에 와서는 쓸데없는 거에 궁금하고 그러네요 킄)


blanca 2011-03-01 22:23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안그래도 책이 너무 초끄매서 넘 좋더라구요. 요새는 조그만 책이 좋아요. 다락방님과의 내기는 위 댓글을 참고해 주세요^^;;

2011-03-01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1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1년 전에 읽은 책이, 정말 감명깊게 읽은 책이.. 기억이 안 나는거예요!
아아..... 기력은 쇠하고 에서 꽈당. 정말이지, 읽고 망각하고 읽고 망각하고, 이래도 읽어야 하는 걸까요?
거기다, 왜 이리 세상에 책이 많은거죠.

blanca 2011-03-02 20:48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 요새 무서울 정도로 기억이 안 납니다. 그래서 기록하는 수밖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써놓아야 겠다고 생각한 것까지 잊어버릴 때도 있어요--;; 이미 나온 좋은 책들, 그리고 계속 쏟아져 나오는 신간, 시간, 돈, 공간만 좀 된다면 막 사들일 텐데요.
 

안나 카레니나가 선로 위에서 무릎을 꿇고 달려오는 차량을 맞는 장면은 <안나 카레니나>의 엔딩이 아니다. 톨스토이가 여느 작가와 달리 가지는 위대함은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았던 사랑의 당사자가 죽음을 맞고도 이 이야기는 도약할 구석을 찾아 튀어 오른다. 사건의 대단원은 안나가 아닌, 그녀의 주변 인물이자 톨스토이의 분신인 레빈의 머릿속을 오고 가는 각종 상념들 속으로 슬며시 가라 앉는다. 이 대목은 지리멸렬하지도 사변적이지도 않게 삶 그 자체의 심원한 의문들과 한계들을 자문하며 독자의 가슴과 머리를 쥐고 사정없이 흔들어 댄다. 생각하는 나, 내가 보고 있는 생동하는 모든 것들도 결국은 이 순간을 지나면 다 스러져 갈 것이라는 명확한 인식. 톨스토이는 그런 면에서 독자들을 얼마쯤은 꼭 서글프게 한다. 결국 모두 다 끝나고 만다.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나고 만다.  

 

 

 

 

 

 

 

 

 

 

톨스토이의 가정생활은 개인적으로 비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나 그가 말년에 저작권 문제로 아내와 일으킨 분란은 마치 그가 탐욕스러운 악처를 만나 파멸에 이른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내 소피아와 보낸 결혼 전반기 십오년은 그 스스로무척 행복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1862~1877) 그는 필생의 대작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를 낳았다. 임종도 못 지키게 할 만큼 경멸하고 미워했던 아내와 함께 일구었던 가정이 한때 그의 창작의 자양분이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사랑했던 여인이 아이를 낳고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모해 가는 모습은 그의 작품 속 여인들에게 종종 투영된다.

<전쟁과 평화>는 1812년 나폴레옹 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세 귀족 가문의 영락과 성쇠를 그리고 있다. 베주호프, 볼콘스키, 로스토프 가는 실제 톨스토이의 모계와 부계 가문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이 가문 출신의 안드레이 공작, 피에르 백작, 니콜라이 등이 전쟁에 참전하여 경험하게 되는 전장의 모습은 각기 다른 시각에서 역사 속에서의 '전쟁'의 모습을 고찰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과감하게 이야기에 개입하여 죽고 죽이는 살육을 일으키는 힘, 언어로 압축되고 마는 전장의 허구, 그 안의 필연적이고도 허무한 죽음을 저미고 헤치고 벗겨 낸다.  

 
 

전쟁의 목적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전쟁은 장난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 가장 더러운 사업이야. <중략> 전쟁의 목적은 사람을 죽이는 거야. 전쟁의 도구는 간첩, 반역의 장려, 주민의 황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강탈과 절도, 전략이라는 이름이 붙은 속임수와 거짓말이야. 
-4권 p.335

 
   

톨스토이가 그리는 전장은 사령관이 내린 명령하에 병사들이 일치단결하여 용감무쌍하게 싸우는 곳이 아니다. 명령은 정작 제대로 전달되지도 해석되지도 실행되지도 않는다. 전장에 남는 것은 무용한 언어들의 편린이 지워진 그곳에서 포탄과 유탄의 틈 속에 자신의 생명을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생의 의지들이다. 이 의지들은 산발적이고 비논리적이다. 1812년, 병사들과 그 병사들을 지휘했던 총사령관 개개의 의식적인 의지는 전인류적인 목적과 역사의 흐름 속에 녹아 뭉그러졌다. 이 어처구니 없는 거대한 살육의 현장은 그럼에도 반성없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더러운 사업, 톨스토이식의 전쟁의 명명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무기대신 전장을 점령한 것은 공허한 명분과 연극이다. 전쟁은 어떻게 해도 정당화될 수 없는 비열하고 추잡스러운 사업에 불과하다.  

 

영웅은 없다

<전쟁과 평화>에서 영웅 나폴레옹은 없다. 그는 저열하고 어리석고 모순적인 존재로 발가벗겨진다. 모스크바를 점령하고도 그곳의 풍부한 식량을 활용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퇴각하게 되는 그의 모습은 유능하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와 한참 떨어져 있다. 톨스토이식으로 보자면, 우리들은 '나폴레옹'을 만들기 위하여 '나폴레옹'을 지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톨스토이는 위인, 영웅이 견인하는 역사를 수긍하지 않는다.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전체 민중의 의지와 열정, 의도의 총화가 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것이다. 전장의 총사령관 쿠투조프의 냉소적, 방어적 태세가 부정적으로 폄하되지 않은 것은 언어로 명분으로 치장된 영웅이 전두지휘하는 '전쟁' 그 자체의 허구를 신랄하게 지목한 것이다. '그는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허무맹랑한 헛소리다. 권력은 사기다.

 

   
  예술가들에게는 이 인물이 생활의 온갖 면에서 적응한다는 의미에서 영웅은 존재할 수도 없고 또 존재해서도 안 된다. 다만 인간들이 존재해야 한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몇 마디의 말> 중
 
   

나폴레옹,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1세를 치워 낸 자리에는 러시아의 민중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그 민중이 발산하는 정기는 설명할 수 없는 역사 속 사건들의 그 무엇인가를 조심스럽게 채운다. 털외투로 몸을 감싸고 포장마차를 탄 황제나 대공 대신 이름없이 얼어죽고 타죽어간 수백만의 병사들, 주어진 삶의 여건과 비극마저 불평없이 수용하고 묵묵히 살아나간 익명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행동과 숨결이 가지는 의의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대로 거대한 역사의 물결에 합류한다. 영웅은 죽고 민중은 부활한다.  톨스토이가 러시아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인간적인 것이다. 역사의 서술이 놓치고 가는 이삭들을 하나 하나 주워 그 결을 쓰다듬는 일은 언제나 예술가가 자원해야 할 가장 긴요한 임무다.

 

지치지 않는 화두, 죽음

톨스토이는 그의 저작에서 죽음에 대한 일관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죽음이 단지 생의 종결이 아닌 다른 그 무엇으로 향한 도약의 통로로서 재정의 된다는 것이다. 죽음을 맞는 주인공들은 무언가를 일시에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순간 타올랐다 사그라든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이반도 ,<안나 카레니나>에서의 안나도 죽음의 순간 묘한 각성의 체험과 환희를 느낀다. 안드레이 공작이 전장에서 입은 부상으로 맞게 되는 최후의 묘사는 장엄하고 아름답기 조차하다. 그리고 우리가 이 다음에도 무언가를 더 기대하게 한다. 죽음을 통해 조망된 생의 파노라마는 덧없지만 아름답고, 죽음을 향해 내딛는 일보는 개개의 절절한 삶과 소망, 생의 역사를 더 크고 심원한 전체로 통합하는 도정이 된다. 안드레이가 자신을 배신했던 약혼녀 나타쉬아 곁에서 생과 죽음 가운데의 문을 힘겹게 잡고 마지막 힘을 다해 버티는 것으료 묘사되는 죽음, 그래서 어느 순간 열리고야 만 문을 통해 들어온 죽음이라는 '그'를 맞아들이는 최후의 묘사는 생에 끄달리며 죽음을 어떻게든 밀어내 보려는 모든 인간의 비극적 최후를 구체화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그것을 수긍해야 하는 숙명을 비장하게 묘사한 것이기도 하다. 톨스토이가 하는 죽음에 관련한 이야기는 생에 맞닿아 있어 더 울림이 크다. 

 

생... 

귀족의 서자였다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는 등장인물 피에르에게는 유독 톨스토이의 진지한 질문들이 많이 녹아 들어가 있다. 세속의 온갖 부귀 영화를 누리고도 남고야 마는 그 허무감 속에 그는 드디어 생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때로는 영적이고 고결하고 자기희생적인 삶에, 때로는 아무 의문없이 현생의 것들을 마음껏 누리는 생에 경도되어 가며 그는 포로생활 중에 만난 하층민 카라타이예프의 순박하고 순정한 생의 긍정에서 답의 실마리를 끄집어 낸다.  

   
  우리들은 익숙한 생활궤도에서 내던져지면 이젠 만사가 글렀다고 생각해 버립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기서에서부터 비로소 새로운 좋은 것이 시작되는 겁니다. 목숨이 있는 동안은 행복이 있습니다. 앞길엔 많은 것이,정말로 많은 것이 있습니다.
-5권 p.348
 
   

생은 필연과 자유의지로 이루어져 있다. 절대적인 자유도 절대적인 필연, 이성도 없다고 톨스토이는 말한다. 나에게 벌어진 일들, 그리고 그것의 기억들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절망할 필요도, 내가 더 나은 것들을 택할 수도 있었다고 후회하며 자학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주무를 수도 없지만 그 어떤 것이 전적으로 나를 주무를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길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을 긍정할 수 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그 무한한 가능성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무기력함도 생 전체를 포박할 수는 없다. 어떤 한계에 부딪혀 전체를, 어떤 의미를 갈망할 때 우리는 톨스토이와 만난다. 

여든둘의 많은 것들을 가지고 태어났었고 위대한 것들을 이루어 냈던 대문호는 스스로 초라한 객사를 택한다. 그가 숨결을 불어넣었던 <전쟁과 평화>의 피에르는 1812년의 광대한 밤하늘에서 사금을 뿌려 놓은 듯한 별들에 둘러싸여, 다른 것보다 지구에 가깝고 눈에 띄는 찬란한 혜성을 올려다 본다. 그리고 그 둘을 함께 지켜보는 우리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반드시 스러져 과거가 되고 역사가 된다. 말해질 수 없는 모든 것들의 그 한계까지 밀고 나가 마침내 말해질 수 있는 최대치의 것들을 뽑아 내어 우리 앞에 펼쳐 놓는 이 작가의 깨달음들을 읽는 일은 언제나 가슴 한켠을 저릿하게 한다.  

 p.s. 오타와 파본이 종종 눈에 띈다. 박형규의 번역 그 자체는 읽히는 데에 무리가 없다. 전쟁 장면의 묘사의 실감이 놀랍다. 1권을 조금만 인내하면 다음부터 상당히 재미있다. 다만 톨스토이가 불쑥불쑥 치고 들어와 이따금씩 했던 얘기를 또하고 또하는 부분은 눈이 감긴다.  러시아 병사들과 농노들의 생생한 생활상의 묘사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생각나게 하고, 노장 쿠투조프 사령관이 승전을 일구고도 끊임없는 모함과 배척을 받게 되는 장면에서는 김훈의 <칼의 노래>가 떠올랐다. 톨스토이가 어찌하여 동시대 차르에 버금가는 사람들의 지지와 주목을 받았는지 확실히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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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2-27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전쟁과 평화를 읽느라고 서재에 새글이 없었군요.^^
감히 엄두를 못내고 있는 책인데...
분홍공주를 돌보며 고전을 읽어내는 블랑카님은 정말 대단하셔요~~~~~~

blanca 2011-02-27 11:5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추첨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받은 책이예요. 두께에 '허걱'했는데 의외로 참 재미있어서 즐겁게 읽었어요. 올빼미가 되어 큰일이에요.

비로그인 2011-02-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어보게 되네요.
아마도 세로조판된 책으로 읽었지 싶은데...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책도 책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오래전에 텔레비전에서 방영해준 24부작인가 30부작인가 아무튼 러시아에서 만들었다는 시리즈물을 본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런데, 나타샤에 대해서는 한 줄도 언급을 안 하셨네요? ㅎㅎ ^^

blanca 2011-02-27 23:27   좋아요 0 | URL
후와님, 세로조판이요? 세로초판으로 이걸 다 읽으셨단 말예요? 우아, 저는 세로조판은 아주 얇은 책도 완독해 본 기억이 없어요. 자 대고 읽어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영상물로 만들었다면 아주 스케일이 큰 작품이 됐을 것 같아요. 나타쉬아는 정말 감동적인 인물이지만 마지막에 저로서는 조금 너무 극단적인 모습으로 변한 것 같아서 무의식적으로 밀어 뒀나 봐요. 톨스토이는 여자들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섬뜩한 면이 있어요.

2011-02-27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7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2-2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읽으면서 몇번이나 졸았나요? 솔직히 고백하세요~ ^^

전쟁과 폭력이 먼나라 이야기 같은데,
북한이나 현재 중동 사태를 보면 절대 그렇지 않은거 같아요. 인간은 폭력에서 해방될 수 없나봐요...?
현실을 그대로 보자고 결심하니, 상당히 무서워집니다.

blanca 2011-02-27 23:30   좋아요 0 | URL
두 번 계속 읽던 대목 주변을 아주 열심히 반복하면서 보고 또 끄덕이고 그랬어요^^;;

마고님, 오늘 안그래도 또 속보 뜨네요. 정말 추잡스런 사업이에요. 결론은 항상 무고한 사람들만 총알받이가 되니 참 화가 납니다.

stella.K 2011-02-2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어떻게 저 두 권만 읽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죠?
이건 완전히 톨스토이론이잖아요.
읽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이런 글을 쓰다닛!
근데 밑거름이 다 있었군요. 태백산맥도 읽고, 칼의 노래도 읽고.
역시 만만치 않은 내공입니다.
전 아직도 톨스토이란 산맥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간 읽어 봐야지, 읽어 봐야지 했던 세월이 얼마나 됐는지 까마득하네요.ㅠ
이벤트는 또 언제했나요?
아무튼 주인을 잘 찾아간 것 같군요.^^


blanca 2011-02-27 23:32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전 제가 <톨스토이의 비밀일기>를 사면서 이 이벤트에 응모된 사실도 잊고 있었는데 당첨이 되긴 했는데 책 상태가--;; 그래도 선물받은 책이니 고맙게 읽었지요. 사실 되게 지루할 줄 알고 겁먹었는데 생각보다 참 재미있었어요. <울분>은 언제쯤 읽게 될까요.

... 2011-02-2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아아아, 처음엔 "안나 카레니나"를 다른 버전으로 다시 읽었다는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대체 <전쟁과 평화>를 읽기 시작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궁금해요! 저는 시작도 하기 힘들다는... 그래서 <전쟁과 평화>를 제외한 나머지 톨스토이 주변만 맴돌고 있지요. ^^

blanca 2011-02-27 23:3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완전 강추 또 강추합니다. 제가 브론테님 따라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으니까 이번에는 저도 읽었으니 브론테님은 당연히 아주 쉽게 즐겁게 읽으실 거예요. 이 두 시리즈가 톨스토이의 대표적 장편이니 참 아쉽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톨스토이는 정말 여자 맘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게 분명해요. 이 소설에서 펼쳐지는 로맨스들도 읽다 보면 정말 어찌나 근사한지요. 언젠가는 읽어야지, 싶었는데 몇 대목 좀 졸면서 잘 읽었어요^^;;

cyrus 2011-02-2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꼭 읽어봐야할 고전인데 어마어마한 분량 때문에 선뜻 다가간다는게 쉽지 않네요.
저는 도스또예프스끼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라 만약에 도스또예프스끼 소설들을 다 읽게 되면
톨스토이 독서로 갈아타려고 생각중인데 블랑카님의 글을 읽고나니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오랜만에 블랑카님의 글을 읽게 되어서 반가워요 ^^

blanca 2011-03-01 01:07   좋아요 0 | URL
도스토예프스키 전작을 하시는 거예요? 우아, 안그래도 오늘 읽은 책에서 <악령>이 나와서 관심 있었거든요. cyrus님 이 책은 분량만 두껍지 쉽고 재미있게 펼쳐지는 얘기라 오히려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전장 장면들이 리얼해서 남자분들은 더 흥미롭게 읽으실 것 같아요.

2011-02-28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1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3-0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초반에 작중인물들이 모여 아우스털리츠 전투 전의 유럽정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생소해서 읽기를 포기한 사람이 많았다는데 독파하셨다니 대단합니다.

blanca 2011-03-03 20:56   좋아요 0 | URL
노자님, 저는 집에 있는 책중 안 읽은 책이 있으면 너무 아까워서 다른 일을 못하는 강박이 있어요--;; 톨스토이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고 이 책이 글씨도 커서 그리 지루하지 않더라구요. 1권은 개중 제일 재미 없기는 했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3-03 21:27   좋아요 0 | URL
1권에 아우스털리츠 전투가 나오는데 나폴레옹의 전성기 때의 대전투로 유명하지요.나폴레옹 시대 전쟁만 집중해서 다룬 책을 읽으시고 다시 전쟁과 평화를 읽으시면 1권에도 관심을 두고 읽을 수 있을 겁니다.

blanca 2011-03-03 21:4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나폴레옹 시대를 제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술이름만 생각나고--;; 그래도 어설프게나마 그 시대를 조금은 알게 되었어요. 그 대목을 읽으면서 제대로 정신차리고 나폴레옹 시대를 좀 알아 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또 말았네요.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 존 가트맨.최성애 박사의
존 가트맨.최성애.조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들이 한 시간씩 약속 장소에 늦어도 화내지 않았다. 고객이 전화에 대고 육두문자를 날려도 흥분하지 않았다. 십 년 동안 화를 내는 모습을 전혀 못 봤다는 친구의 말을 칭찬으로 알아들었다. 정서적으로 대단히 안정되어 있다고 착각했고, 감정조절에 능하다고 자만했다. '다혈질'과 거리가 먼 나의 모습을 나는 좋아했다.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예민했다. 엄마 아니면 그 누구도 한 시간 이상 볼 수 없었다. 백일 기념으로 한 가족모임에서 아이는 두 시간을 울어대는 기염을 토해냈다. 졸리거나 감기가 걸리면 종일토록 울어댔다. 피곤한 몸, 나 아니면 안되지만 그 누구도 그 가치를 산술적으로나 표면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일에 매여 점점 나는 다혈질이 되어 갔다. 아니, 사실 감정조절도 못하고 대단히 유치했던 '나'를 재발견하는 과정이 팔할이었다. 수많은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잊혀졌던 유년기의 기억들의 미처 봉합되지 못한 상처들이 아가리를 벌렸다. 육아는 분명 또다른 자기성장의 계기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일종의 관문이 있다. 자기노출. 내 눈으로 차마 보고 싶지 않아 파묻어 버렸던 수많은 약점과 취약한 지대들이 드디어 백주대낮에 내 앞에 도열하는 환각. 그것을 직시하는 것은 너무 아프고 참혹하다.  

웃는 아이는 이쁘다. 밥 앞에서 둥지 안에서 먹이를 물어오는 어미를 기다렸다는 듯 입을 쫘악쫘악 벌려 대고 '엄마를 제일 사랑해'라고 볼에 입을 맞추고 어른들 앞에서 배꼽인사를 하는 아이는 누구나 예뻐할 수 있다.  

본게임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드러누워 떼를 쓰는 아이, 친구를 마구 가격하는 아이, 아니면 맞고도 구석에서 훌쩍이며 전혀 방어를 못하는 아이, 밥은 안먹고 사탕과 과자만을 요구하는 아이들 앞에서 시작된다. 많은 엄마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평소에는 더없이 너그럽다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거나 친구를 때리는 아이의 모습에 광분하는 엄마, 맞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눈을 흘기는 엄마,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면 바로 등짝을 시원하게 때리기 시작하는 엄마, 그 어떤 아이의 행동에도 눈하나 끔쩍하지 않고 무감각하고 방임하는 엄마, 너그러움을 가장하고 아이에게 이기심을 조장하는 엄마,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지만 잘못된 행동에는 단호한 엄마(모범답안이겠지만) 등 백인백색이다. 나는 유독 일관성이 없는 부류에 속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려 애쓰지만 나의 컨디션이 저조하면 목소리 크게 내기 대회에 참가하면 대상 감이었을 것 같다. 격정 소나타. 감정의 기복과 훈육의 강도는 제멋대로였다. 그리고 밤에는 처절하게 반성했다. 세 아이를 키워내며 크게 화내지 않았던 친정엄마를 사랑하고 원망했다. 머리가 아프다고 일찍 잠자리에 든 엄마에게 악몽을 꾸고 갔다 무안하게 야단맞고 돌아선 기억, 무작정 슬프고 나쁜 감정을 거부하라고 했던 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 '사랑한다'고 나를 안아주는 서구식 사랑을 해주지 않았던 서운함.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들어주려고 동분서주했던 그 표없는 사랑들이 서로 웅웅거리며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버텼다.  

   
  가장 급할 때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기본형입니다. 평소 아이가 별 말썽을 부리지 않을 때는 감정도 잘 공감해주고 다정다감한 모습이다가도, 아이가 말을 안 듣고 떼를 쓰고 울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를 내거나 야단부터 친다면 '억압형'이 그 사람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뻔하지 않은 책이다. 제목은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이지만 사실 <나를 위한 감정 코칭>으로도 읽힐 수 있다. 육아서를 읽으며 얻게 되는 기대하지 않았던 부가 소득은 내 안의 상처받은 여린 과거들의 치유 경험이다. 설명할 수도 설명되지도 않는 격정적인 감정 분출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곳엔 나의 아이보다 '내가 아이였던 시간'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과정이 불편할 수도 있다. 불편한 진실과의 대면. 유난히 참기 힘든 아이의 행동은 내가 아이였을 때 부모가 과도하게 반응했던 나의 그 반복되던 실수였던 경우도 많다.  

감정코칭의 핵심은 모든 감정은 다 받아주고 공감해 주되 타인과 아이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동의 한계는 분명히 정해주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감정이다. 우리는 기쁨, 행복함,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좋은 것이고 분노, 우울, 짜증 같은 부정적 감정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나는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아이가 어쩌다 보이는 분노, 짜증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시기, 분노 같은 감정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모든 감정이 삶에 어떤 면으로든 기여한다는 얘기는 기너트의 <부모와 아이 사이>에도 나온다. 오늘 EBS에서 우연의 일치로 보게 된 다큐에서도 이러한 아이의 부정적 감정에 반응하는 두 엄마의 다른 모습이 나왔다. 부정적인 감정을 훈육의 대상으로 보는 엄마와 그 감정 자체를 심판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의 대비는 아이의 감성 지능의  차이로도 연결됐다. 그림책의 주인공들을 놓고 보이는 공감의 정도가 엄마가 아이를 훈육하는 방식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남녀를 통합했을 때 27~28세는 되어야 전두엽이 온전한 기능과 작동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철들었다'고 표현할 만큼 계획, 판단, 우선순위, 감정 조절, 충동 조절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지요.  
   


전두엽 성숙이 이렇게나 늦게까지 끄는 것인 줄 몰랐다. 청춘의 방황은 생물학적 성숙도에 연관된 이야기였다. 스무 살에 철드는 것은 불가능했었다,고 아전인수격으로 끌어다 놓아 본다. 아이들은 1층 뇌인 감정으로 먼저 수용과 공감을 해 준 뒤, 2층 뇌인 전두엽으로 합리적인 생각을 하여 행동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이십 대 성인도 철들기 힘든 마당에 아이들을 데리고 전두엽 수준의 논리적인 생각과 행동을 강요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슈퍼에서 뜬금없이 딸아이가 소세지를 졸랐다. 집에는 구워먹을 소세지가 잔뜩 있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계산대의 아주머니가 간식으로 먹는 소세지 껍질을 벗겨가며 맛있게도 드시고 계셨다. 아이가 말하는 소세지는 이런 소세지였다. 그거였다. 나는 지레 엉뚱한 떼를 쓴다고 짐작하고 훈육하려고 뒤돌아 섰고 거기에 아이가 소세지를 먹고 싶었던 이유가 버티고 서 있었다. 조금만 시간을 내고 조금만 방향을 틀면 아이의 떼는 잘못되거나 과도한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과 욕구로 설명될 수 있다. '사랑'은 '자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읽어주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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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2-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가치있는 결론을 얻으셨네요. '사랑'은 자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읽어주는 것이라는.

blanca 2011-02-14 00:15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문제는 그러고도 항상 실수를 번복한다는 거예요. 매일 반성하고^^;; 제 인생 중 가장 어려운 어려운 과제가 '좋은 엄마'가 되는 거랍니다. 딸아이가 커서 저의 딸로 태어나서 행복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는데. 참 쉽지가 않네요.

2011-02-13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4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1-02-1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별찜을 하게 만든 리뷰였습니다.(웃음)
평소라면..그다지 관심있게 돌아보지 않을 주제였지만, 제 주변에 아이를 출산하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사람이
있다보니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정독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책, 그리고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나중에 그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해보아야겠어요.

blanca 2011-02-14 00:18   좋아요 0 | URL
엘신님한테도 도움이 되는 리뷰가 되었으면 좋겠는걸요^^;; 별찜이라니 황공합니다. 두서없고 깊이도 없어서 좀 부끄럽지만 찜당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아, 이 책 추천해 주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좀더 빨리 이것들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거든요. 영아기에 도움되는 얘기가 참 많더라구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공감하며 읽습니다.
다시 아이를 키우라고 하면 못 하겠다 하겠지만, 성인이 되지 못한 채 엄마가 되어버린 저를 생각하면
다시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천만 번도 더 하게 되거든요..
이 책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신청해 놨는데 어떤 관점으로 읽어야 할지 감을 미리 잡으니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blanca 2011-02-14 00:1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현맘님처럼 다시 시작해서 제대로 그 실수했던 순간들을 고쳐 보고 싶지만 또하라고 하면--;; 참 난감하지요. 아, 신청해 놓으셨군요. 저는 우연히 겉표지를 보고 충동적으로 집어든 책인데 참 많은 것들을 곱씹게 되었어요. 제 자신도 되돌아 보게 되고요. 강추합니다.^^

프레이야 2011-02-13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참뜻은 '너를 읽어주기'. 이 말만 꼭 새겨둬도 좋은 엄마 될 거 같아요.
구구절절 너무 좋은 내용의 글, 잘 읽었어요, 고마워요. 블랑카님.^^
서구식 사랑을 해주지 않은 엄마아빠, 저도 그게 참 아쉬운데
대물림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래주지 못한 거 같네요.
받아본 사람이 줄 줄도 안다고.^^

blanca 2011-02-14 00:2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은 벌써 좋은 엄마시잖아요. 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사춘기도 받아내야 하고 아직 초짜인 걸요. 제가 왜 서구식 사랑 얘기를 하냐면요. 얼마전 아는 동생이 칠순의 노모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정말 깨가 쏟아지더라구요. 마치 연인처럼. 사랑한다고 막 그러고. 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엄마랑 막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그런 관계가. 그 동생도 똑같이 얘기하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더 과도하게 뽀뽀하고 사랑하고 그러려고 해요. 그런데 너무 많이 하니까 딸내미가 싫어해요 ㅋㅋㅋ

비로그인 2011-02-14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도 그렇지만 아빠들도 꼭 봐야 하는 책이로군요.
물론 책보다 블랑카님의 리뷰를 먼저 보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ㅎㅎ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아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될 것 같은데...
감정을 다스리고 조절하는 훈련을 따로 받은 기억이 없어
그 부분에서만은 아직 아이인 것만 같아서요^^

blanca 2011-02-14 23:47   좋아요 0 | URL
후와님 그럼요 아빠가 보시면 더 좋지요. 저도 감정 조절이 사실은 안 되는 거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것도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어요. 요즘에는 더더욱 그러네요.

송도둘리 2011-02-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자기 안에서 나오는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좋은 글을 본것 같습니다. 윗 분 댓글처럼 아빠가 될 사람들도 한 번 봐야 될 책인 것 같네요. 저도 컨디션에 따라 반응이 극과 극을 달리는 터라...다행히 27살이 되야 철이 든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하니 안심입니다.^^;

blanca 2011-02-14 23:48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대목에 굉장히 위안을 받았어요^^;; 과거가 다 설명되는^^;; 사실 지금도 제 전두엽이 완전히 성숙했는지 의문이랍니다.^^

양철나무꾼 2011-02-1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껍질 벗겨먹는 간식 소세지, 좋아하는데요~
구구절절, 고개를 주억이게 되는 리뷰예요~^^

blanca 2011-02-14 23:49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ㅋㅋ 저희 친정엄마가 아이에게 한 번 사주신 후로 아주 그 소세지 타령이 늘어진답니다. 게다가 계산하시는 아주머니가 턱하니 벗겨서 드시고 계시니 더더욱 그랬나 봅니다. 저는 집에서 구워 먹는 프랑크 소세지 얘기하는 줄 알고 한소리 하려고 했었는데 그런 거였더라구요^^;;

꿈꾸는섬 2011-02-1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의 글에 전적을 공감해요. 세상에서 아이 키우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요?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와 같이 엄마도 감정을 분출할때가 많잖아요. 물론 제 얘기에요. 제 몸상태에 따라 너무 일관성없이 아이들을 대할때 많아요. 육아지침서는 때때로 읽으며 자기 반성을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좋은 리뷰네요.^^

blanca 2011-02-15 19:03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방금도 저는 그랬는 걸요. 휴, 노력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항상 모자라네요. 일부러 육아서를 읽어요. 지금 놓치면 안 되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반성하기 위해서요. 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2-1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두엽 성숙이 20세 정도라는 말에, 그래서 청소년의 판단 미숙이 야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끄덕한 기억이. ^^
그런데.. 20세의 두배를 나이 먹고도 이 모양 이 꼴인 저는 무엇일까요? 아하하.

가장 급할 때의 제 모습, 가관입니다. 지금 그 생각을 해보는 중입니다. 한순간에 욱 하는 나. 뒷끝도 없고 그때 잠깐 그래 라고 변명하기에는............... 너무나 찔리는군요.

blanca 2011-02-16 22:43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도 전두엽 성숙하려면 차례 멀었어요. 그래서 이 리뷰 쓰며 그냥 저한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적었어요. 그러다 눈물도--;;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그런 얘기가 듣고 싶었나 봐요.

2011-02-22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누르긴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겠)네요.ㅎㅎ
살짝 방향을 틀어, 그 사람의 이유를 보아내는 것. 어렵지만 해야겠습니다.

여러 모로 배우고,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

blanca 2011-02-22 22:10   좋아요 0 | URL
섬님, 안그래도 저는 매일 반성하는 게 일과입니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나 봐요. 요즘은 그걸 절절하게 깨달아요.

세실 2011-02-2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자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읽어주는 것인가 보다. 참 좋아요.
아이들뿐이 아니고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겠죠.


blanca 2011-02-22 22:11   좋아요 0 | URL
세실님, 머리로는 맨날 그래야지, 하는데 항상 마음과 감정이 어긋나 버리네요. 그대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진지해지고 성숙해질거라 기대하며 살아가나 봐요. 사람이 사람을 낳고 키운다는 게 참 어렵고 미묘하고 신비한 것 같아요.

2020-01-10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0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