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것은 1763년 5월 16일 런던의 데이비스 서점에서 보즈웰과 존슨이 처음 만난 덕분이었다. 당시 영국 문단의 거두였던 존슨은 53세였고 영웅 숭배의 기질이 있던 스코틀랜드 사람 보즈웰은 22세였다. 자신의 사명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한 보즈웰은 위대한 문인의 말, 습관, 의견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단절이 있었지만, 그는 존슨이 1784년 사망할 때까지 이 기록을 계속했다.

보즈웰은 존슨으로 하여금 말을 하게 만들었다. 존슨이 말하기 싫어하는데 억지로 말하게 한 것이 아니라, 존슨의 사람됨이 활짝 꽃피어나게 했다.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독서계획> 중

 

패디먼은 제임스 보즈웰의 <새뮤얼 존슨의 생애>이 영어로 된 최고의 전기이며, 나아가 세계 최고의 전기라고 극찬한다. 자서전, 평전이라면 껌뻑 죽는데 아직 최고의 전기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살았구나, 싶어 

분노의 검색질을 시작했다. 그.러. 나. 이 책은 없다. 번역본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니 확신은 못하겠다. 사무엘도 넣어보고 존슨도 넣어보고 존슨전도 쳐 보고 했으나 책의 이미지는 뜨지 않는다. 원서? 18세기의 천여 페이지가 넘는다는 평전의 원서를 내가 어떻게 읽겠는가. 언감생심이다. 잡담과 스캔들을 좋아해 언제나 그 현장에 있었다는 보즈웰. 유명인을 쫓아 다니는 열성 팬의 원조로 새뮤얼 존슨이라는 인물을 아예 창조해냈다는 보즈웰의 글을 읽을 방법은 과연 없는건지 내가 무식해서 책을 못찾고 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고 실망스럽다. 

게다가 오늘 책을 주문하고 추가로 주문했어야 할 책이 자꾸만 생각나 취소했다 다시 하고 별 쇼를 다했는데 또 생각나고 이런 상황이다. 

 

지금 봤다. 박완서 샘의 추모편. 죽기 전에 뵐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살았는데 야속하게 하필 이사하는 날 그 눈 내리던 날 먼저 가버리신 분. 어쩌면 저렇게 노란색을 잘 소화해 내셨을까. 빨리 주문하지 않으면 책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 초조하다. 병이다.--;; 

 이 표지를 자꾸 보니까 더 허무하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없구나, 싶어서.

 

 

 

서점에서 스무 살 언저리에 위대한 사람을 우연히 만나 그 사람을 쫓아다니며 거의 삶의 반을 그 사람의 전기를 완성하는 데에 쓰고 그 사람 자체를 재창조하는 과정이 삶이었던 사람. 그 사람을 직접 만날 수는 없으니 이 책을 꼭 읽고 싶다.  1763년. 2011년. 자꾸 자꾸 과거로 휙휙 흘러가 버리는 현재가 아까워 숨을 가다듬게 된다. 늙고 죽는 게 무섭고 납득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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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3-0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옛날옛날에 그 얘기 듣고 원서로 가지고 있어요. ... 가지고만 있어요 'ㅅ'

blanca 2011-03-02 20:49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그럼 이건 정말 번역본이 없는 거군요. 흑흑. 하이드님이야 영어가 되시니깐 마음만 먹으시면 바로 읽으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거 정말 두껍던에 아마존에서 주문하셨어요? 침만 계속 흘리고 있어요.

하이드 2011-03-03 08:20   좋아요 0 | URL
아마존에서 주문했는데, 이 시리즈는 800페이지가 우리나라 책 이라이트 400페이지보다 작고 얇아요.
우리나라 책들 이라이트가 얼마나 부피 많이 차지하는지 ㄷㄷ

양철나무꾼 2011-03-0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범신의 '은교'가 생각나는 페이퍼예요~^^

blanca 2011-03-02 20:50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아, 왜 '은교'가 생각나시나 했더니 퍼뜩 깨달았아요. 적요 시인이 등단까지 시켜주는 그 젊은이(이름이 가물가물)의 모습이 비슷하군요. 맞아요. 비슷한 구석이 있네요.

stella.K 2011-03-0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 문인들의 강연회에 쫓아 다니면서 이쪽에 사명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능... ㅋㅋ
아, 정말 그러네요. 노란색을 잘도 소화해 내시는 박완서 선생님!
맞아요. 늙고 죽는 게 무섭고 납득이 안 가요.ㅠㅠ

blanca 2011-03-02 20:51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스텔라님 강연후기는 항상 현장감이 생생하고 너무 좋아요. 정말 그쪽으로 진출하시는 것 아니에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믿을 수가 없을 만큼. 그래도 오는 봄은 참 좋네요.

비로그인 2011-03-0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사람이 죽는 게 너무 슬프다.
라는 저의 말에 저희 모친 '슬픈 일이 아니지. 사람이 늙고 죽는 건 모두 시간과 자연의 일이니, 언젠가는 일어날 일일 뿐이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이런 일도 다 있구나. 라고 쓸쓸해 하셨던 모친이 떠올라서, 바로 선물포장에 편지를 써서 주문했어요. 쓸쓸한 일들이 너무 많아지는 봄입니다.

blanca 2011-03-02 20:53   좋아요 0 | URL
쥬드님 어머님은 달관하신, 초연한 그런 아름다움을 아시는 분 같아요. 맞아요. '죽음'이라는 게 막상 내 주변 인물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예전에 죽을만큼 힘들다,는 말을 조금만 힘들어도 내뱉곤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어차피 싫어도 죽을 테니까요. 다만 나이드는 건 항상 두려워요.

비로그인 2011-03-0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과 죽음의 이미지가 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어떨 땐 오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꽃샘추위가 한겨울 한파보다 더 뼛속 깊이 추위를 느끼게 하는 모양이에요...

blanca 2011-03-02 20:53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는 영화 <시>에서 봄이 와서 새순이 돋느 것을 보면 너무 이뻐서 눈물이 난다고 했던 초로의 여인의 고백이 너무 와닿아요. 그냥 너무 이쁘면 난 이 이쁜 걸 영원히 볼 수는 없겠구나, 싶어서요. 오버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마녀고양이 2011-03-0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두 그 기분 알아요.
분노의 검색질.. 응응, 맞아요, 원하는 그 책이 없을 때 기분이라니. 난 요즘 M.C.에셔의 책을 원해요!!

blanca 2011-03-02 20:55   좋아요 0 | URL
분노의 검색질 ㅋㅋㅋ 저는 제 자신을 잘 못 믿어서 끝내 안 나와도 누군가는 '있다'고 댓글을 달아주기를 바라면서 이 페이퍼를 작성했나 봐요^^;; M.C. 에셔는 누구일까요? 궁금해지네요.

cyrus 2011-03-0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가끔 유명 서양고전 같은 거 읽고 싶은데 검색하면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아서 아쉬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닌거 같아요, 저는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 소개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blanca 2011-03-03 20:59   좋아요 0 | URL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처음 들어 보는데 어떤 작가인지 궁금하네요. 외국어 실력이 좀 되면 더 넓은 세계를 살 수 있을 터인데 그게 참 쉽지 않아요.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잘 아는 번역가를 친구로 두는 ㅋㅋ 번역 안된 책은 선물로 번역을 강요하는 아주 파렴치한 상상을 해봅니다.^^;;

kimpk 2011-03-0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SS reader로 구독하고 있는 독자입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책을 영어로 읽고 싶으시면 http://www.gutenberg.org/ebooks/1564 로 가면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이 풀려있으니 안심하고 다운받아 읽으시기 바랍니다.

blanca 2011-03-03 20:57   좋아요 0 | URL
kimpk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잘 활용할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03-03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엘 존슨 이야기 얇은 것으로 시사영어사 세계명작영어학습문고 72번 나다니엘 호오도온 <전기 이야기>가 있어요.아이작 뉴톤,벤자민 프랭클린 전기가 함께 있습니다.단 영한대역이 아니고 왼쪽엔 영어원문, 오른쪽에 단어풀이가 되어 있어요.존슨 이야기 분량은 원문과 단어풀이 모두 합해서 28쪽입니다.

blanca 2011-03-03 21:00   좋아요 0 | URL
노자님, 그게 이상한게 저도 이런 책에서 읽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제대로 원본을 보고 싶은데 아직 수요도 그럴 계획도 없는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모르는 건 노자님께 물어보면 되겠군요. 만물박사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3-03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슨과 보스웰의 일화는 영어권에선 매우 유명해서 영어교재 같은 데 가끔 나와요.아마 그런 데서 보신 듯.위에 제가 소개한 책은 난이도 표시가 되어 있는데 고3이상 대학생용으로 나와 있지요.이 정도면 고급편입니다.영어권에서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교재인데 아무래도 외국인에겐 어렵겠죠.

cyrus 2011-03-0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에는 많이 생소한 작가인데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도 살짝 언급되는 여성 작가에요.
제인 오스틴과 동시대에 활동했습니다. 대표작이 <남과 북>인데 국외에서는 캐스켈도 오스틴 버금가는
여성작가로 평가를 받는데 반면 국내에서는 워낙에 오스틴, 브론테 자매의 인지도가 세다보니
지금까지도 여전히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거 같아요,,

원서로는 펭귄 북스에서 나온게 있던데 펭귄클래식 카페에서 어느 회원분이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작품 번역에 대해서 질문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답변으로 번역 계획이 없다고 했을 정도이니,, 국내에서 소개되기에는 아직 먼 거 같습니다. ^^;;

blanca 2011-03-06 22:27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로맨스 소설 작가인지 궁금하네요. 번역 계획이 없다니 저까지 덩달아 아쉬워지네요. 원서는 정말 진도가 안 나가더라구요. 다만 원문의 뉘앙스를 십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시대 배경, 사회적 배경까지 알고 있어야 가능한 고유 명사 앞에서는 좌절합니다.

순오기 2011-03-0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샘 추모특집 보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아요.
결제는 10일 이후에~ ^^

blanca 2011-03-08 20:2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 아직 이 책 주문 안했어요. 먼저 읽으실 것 같은데요. 감상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