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는 게 재밌냐? 

냉장고에서 썩기 직전의 무로도 시원한 뭇국을 끓일 수 있는 엄마는 갑자기 재우쳐 묻는다. 

나 : 엄마, 난 지금 사는 게 재미있는지 물을 수 있는 여유도 없어. 당장 한 시간 뒤에 사랑니를 빼야 하고 그곳에 완전 초보인 내가 운전을 해서 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생략했다. 비는 내리고. 나는 와이퍼 작동법을 모른다. 물론 만져보면 기억은 나겠지만 헤드라이터를 켜 본 적도 없다. 병원은 걸어서 이십 분, 대중교통은 없다. 나는 완전 초보 운전에 감각도 제로다. 게다가 사랑니를 뽑으러 가야 하는데 너무 심한 감기에 걸려 코는 꽉 막혀 있다.  

나 : 이를 뽑고 운전해서 올 수 있을까? 

엄마 :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정말 반가웠다. 나는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얻었다. 대체 운전을 해서 가야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아니면 발치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감기 때문인지 지금 이 순간은 사는 게 재미없는 정도가 아니라 참혹하게 느껴진다. 

우산을 받치고 타박 타박 걸어갔다. 봄비가 으슬으슬하다. 벚꽃은 비 사이로 막 날린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심정이다. 아이도 낳아 봤는데. 왜 갈수록 더 대범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것들의 목록만 늘려 가는 것인지. 치과 대기실에 손님들이 즐비하다. 왠지 다들 반갑다. 휑했다면 더 떨렸을 것 같다.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말이 정겹다. 그러나 너무 빨리 내 이름은 호명된다. 아주 젊은 의사다. 정말 물어보고 싶었다. 많이 아픈지. 그래서 아줌마는 물었다. 

저.... 저 많이 아픈가요?
 

마취할 때만 따끔하고 그리 아프진 않을 겁니다.
의사는 기분이 좋다. 대체로 친절하다. 그 이유는 후에 나온다.
마취. 이 마취부터가 충치치료 마취와 차원이 다르다고 웬수들은 겁을 줬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안 아프다. 아, 제발 빨리.
마취가 안 되면 어떡하지? 라고 자문하는 순간 통증이 온다.
이빨을 뽑는 느낌이 온다.
순간이다. 생각보다 안 아팠다.
그러나 거즈를 문 순간 구역질이 나온다.
의사가 당황한다.
왜 그러시죠?
저 이 거 못 물고 있겠는데 빼면 안 될까요?
안도하다 그럼 지혈이 안 된다고 한장 만이라도 물란다. 

간호사가 안내해 준다.
아주 이쁘다. ㅋㅋ
거즈를 물고 마취가 깰 그 순간을 고대하며 
타박타박 또 걸어온다.
순대를 샀다. 집에 와서 왼편에 거즈를 물고 오른편으로 순대를 씹었다.
자신감이 생긴다. 하나 더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누구나 제 손톱의 거스러미가 제일 아픈 법.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난 너무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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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4-1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앓던 이 뽑은 기분, 이란 말이 절로 생각나고
제 마음이 다 홀가분해집니다. ㅎㅎ

blanca 2011-04-19 21:20   좋아요 0 | URL
아, 안그래도 오늘 딱 그 생각했어요. 옛말은 그른 것이 없더라구요.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앓던 이 뽑은 기분^^

감은빛 2011-04-1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를 뽑았군요.
생각보다 견딜만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blanca 2011-04-19 21:2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정말 견딜만 하더라구요. 사실 예약하고나서 뽑기 전까지가 어찌나 후달리던지. 그냥 한 번씩 우울해지더라구요. 아, 맞지, 사랑니 뽑아야지-- 하면서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1-04-19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면 내시경 하고 용감무쌍하게 운전했던 거 생각나네요.
뭇국의 시원함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사는게 재밌다에 한표요~^^

blanca 2011-04-19 21:21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그러니까 저는 어떻게든 운전대를 안 잡을 구실을 찾는 거였어요 ㅋㅋㅋ 자신이 없으니까요.

후애(厚愛) 2011-04-19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에 할머니가 썩은 이빨를 실로 묻고 방문 밖에서 실을 잡아 댕겨서 이를 뽑아 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정말 많이 아팠어요.ㅜㅜ

blanca 2011-04-19 21:22   좋아요 0 | URL
후애님! 저도 그랬어요. 아랫니 두 개. 지금도 그 생각 나요. 할머니가 이쁘게 뽑아 주셔서 그런지 아랫니만 고르게 나왔답니다.^^

비로그인 2011-04-19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블랑카님, 다소 몸을 떨며 읽었는데, 뽑으셨군요! 해내셨어요! 얼마나 스스로가 대견할까요! 전 소시적 MRI를 자주 찍은 적이 있는데(대체 이런 건 왜 자주 찍고 난리), MRI를 찍고나서, 그리고 열 몇 시간의 비행을 하고 나서는 제가 진정 대견했더랬어요. 괴롭고 힘들고 끔찍한 일들의 리스트 내에서도 상위에 근접한 그것들을 해냈다는 느낌이었는데, 오늘 블랑카 님의 페이퍼는 그런 목록들의 총체를 보여주시는군요.

그러한 단순함이 좋다가, 어느 순간 늪에 빠질까봐 공무도하가의 백수광부 아내의 마음이 되기도 하지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라고 말하는 그 아내.

blanca 2011-04-19 21:23   좋아요 0 | URL
쥬드님, MRI를 찍으셨었군요. 사랑니 뽑는 거야 엄살이지요. 요새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아픈 게 너무 싫더라구요. 예전에는 잘 견뎠는데.. 그래서 사람이 결국 아파 죽을 것이라는 사실도 너무 무섭고 슬퍼요. 때로 단순해서 견딜 수 있는 것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사랑니 뽑는 문제에 집착하니 더 난해하고 풀기 힘든 문제들은 수면 밑에 가라앉더라구요.

프레이야 2011-04-19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고생하셨어요.
근데 왜이케 귀여운 거에요.ㅎㅎ
사랑니를 전 26년 전에 뽑았어요. 지금도 치과는 제일 끔찍한데ㅠ

blanca 2011-04-19 21:2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도 정말 치과가 제일 무서워요. 과장 안 보태서 아이 낳으러 들어갈 때도 이렇게 떨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실제 출산시보다 더 고생했다는 얘기도 들어서요. 이십 대에 사랑니를 다 뽑아 버리지 않은 걸 정말 후회합니다.^^;;

2011-04-19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9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구름 2011-04-1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어금니를 손대고 있답니다.. 남 일이 아니네요...ㅋ

blanca 2011-04-19 21:27   좋아요 0 | URL
와우, 안녕하세요. 사진이 너무 귀여우시네요^^ 제 고통을 십분 공감하시겠네요. 이제 신경치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새는 강박적으로 양치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건강할 때 잘 관리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마무리님도 어금니 치료 무사히 잘 마치세요.

꿈꾸는섬 2011-04-1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비 맞으며 걷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전 오늘 화창한 거리를 걸었지만요.^^
아이 낳는 것에 비하면 뭐가 무서워..라고 말하지만 전 아직도 주사바늘이 엄청나게 무서워요.ㅎㅎ
운전은 하면 할수록 느는 것 같아요.^^ 주차도 마찬가지구요.^^ 힘내세요.^^

blanca 2011-04-20 22:11   좋아요 0 | URL
그죠, 저는 아이 낳고 나면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줄 알았는데 더 소심하게 되어가네요. 아, 조금씩 느는 것 같긴 한데 여전히 떨리네요.

순오기 2011-04-20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빼는 것보다 공포감이 더 무서운데,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됐군요. 고생하셨어요~ ^^
근데 이를 빼고 오면서 순대를 사와서 바로 먹어도 괜찮은가요?

blanca 2011-04-20 22:1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 되는 줄 알면서 속이 허해서 먹었어요^^;; 제가 또 순대 킬러랍니다.

2011-04-21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1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4-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그러니까 말이죠, 지금 초보로서 차를 운전 가능하다고 하시는거죠?
어쩜 좋아, 흑....... 나두 해야 하는뎅! 아 부러워!

그리고 사랑니를 한방에 뽑았다 하시는거죠? 으, 이것 역시 부러워 미치겠네! 흑흑.

blanca 2011-04-25 11:0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동네 반경 오킬로 내외예요. 그리고 주차시 민폐를 끼칩니다. 사랑니도 매복된 아래 어금니가 대기중이랍니다. 윗니 뽑고 뽑았다고 얘기하기도 그래요^^;;

노이에자이트 2011-04-2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기나 생선을 자주 안 먹는데 일단 먹었다 하면 웬만한 뼈나 가시는 다 씹어먹습니다.쓰레기가 거의 안 나올 정도.거의 맹수이빨 수준이죠.치통 없는 것도 복이라고 하더군요.

blanca 2011-04-25 11:07   좋아요 0 | URL
노자님 ㅋㅋㅋ 그럼요. 튼튼한 치아는 오복 중 하나인 걸요. 맹수이빨 수준이시라니 좀 섬뜩합니다.^^;;

비로그인 2011-04-2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 사랑니, 사진, 바이올린..

점점 진행중이신가 봅니다. ^^
좀 있으면 골목 사진이랑, 바욜린 연습기가 등장하겠네요. 헙 기대하겠습니다. ㅋ

blanca 2011-04-25 11:0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바이올린은 아직 여유가 안 나네요. 여러가지로요. 일단 민폐 수준이 운전 실력을 좀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 같아요. 적어도 타인에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요. 사랑니는 하나만 뽑고 나머지는 아껴 두기로 했어요^^;;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죽는다'는 것은 익명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누구나 살아 생전에는 더없는 개별성과 특수성에 끄달리지만 '우리'는 결국 이름을, 지금의 이 절절한 순간들을, 잃을 것임을 가끔은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우리'가 되고 결국 '그들' 속에 묻히고 만다.  

역사가 결국 승자의 기록이고 문학은 그 기록의 뒤안길에 매몰된 무수한 익명의 '그들'을 복원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음을 때로 상기한다. 하지만 결국 픽션은 삶의 진실성과 진정성을 담보한다고 해도 팩트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당연히 그랬을 테고 그랬음직한 일들이지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말 그랬었지만 감히 말하여질 수 없었던 것들, 언젠가는 꼭 말해져야 할 것들이 눈 앞에 펼쳐질 때 삶은 참 남루하고 구차하고도 면면히 이어지는구나 싶다. 결국 또 묵묵히 살아나가겠지만 그래도 순간 또 정지하게 된다. 인간은 아름다운, 가치있는 존재일까? 생은 긍정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중략> 내 피부는 붉지만 심장은 백인과 똑같다. ...

인생이란 다만 잠시 동안만 자기 것일 뿐이다. 당신네 백인들은 나를 정복하지 못했다. 나를 꺾은 것은 내 부족민이다. -캡틴 잭(모도크족) 

 
   

 

1860년 이후 30년 간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역사는 굉장히 호기롭고 도전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한 것으로 그려진다. 웨스턴 무비들의 단골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그 시간들이 사실은 백인들이 정작 그 땅의 주인들이었던 인디언들을 마구잡이로 몰아내고 학살하고 문명과 문화를 짓밟았던 잔혹 행위들로 점철되었었다는 얘기는 공식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책이 썩 기분 좋은 책이 아니라는 저자 디 브라운의 고백은 끊임없이 조약과 약속을 남발하며 인디언들의 땅과 삶을 수탈했던 미국인들 자신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참회일지도 모른다. 디 브라운은 인디언들의 구전 역사의 자료를 가지고 최대한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의 인디언들의 처연하고도 가슴 저미는 투쟁사와 멸족사를 일구어 냈다.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이라며 결국 모든 인디언들이 자멸하고 그들의 기름진 광활한 땅을 차지하기를 바랐던 그 탐욕스럽고 비열한 욕망 앞에서도 끊임없이 속아주고 믿어주고 화해하기를 바랐던 인디언들의 그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는 경이로운 신뢰들은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이 둘을 모두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 인간들의 삶일 수도 있겠다. 인디언 멸망사는 우리 내면에 묻어버린 아름답고 투명한 것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지지의 추억들을 복원해 내는 것이기도 하다.  

대지와 공동의 척도를 지녔던 인디언들은 그저 자신들의 땅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일하고 살기를 바랐을 따름이다. 그 자연스러운 본능과 소망을 억압하고 기만했던 백인 이주자들 앞에서 그들도 점차 낙망하고 불신하고 응전을 다짐하게 된다. 인디언령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아래 인디언들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가두려했던 저의는 점차 인디언을 동등한 인격체와 생명이 아닌 하나의 부속물이자 성가신 이방인 정도로 여기고 생사여탈권까지 틀어쥐었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군들은 그들이 정해 준 주거지역에서 이탈하는 경우 여자, 아이, 노인들을 가리지 않고 살상을 일삼았다. 나바호족, 샤이엔족, 아라파오족, 수우족, 크로우족, 유트족 등은 죽어 모두 좋은 인디언이 되었다. 멸족의 위기에 선 인디언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망령의 춤'을 추며 죽은 인디언들이 모두 돌아와 그 옛날의 좋은 시절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주문은 눈물겹다.  

   
 

그 당시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이 끝장났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제 나이들어 높은 언덕에 올라 돌아보니 학살당한 여인네들과 아이들의 시체가 굽이도는 계곡을 따라 겹겹이 쌓이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게 보인다. 나는 또 한 가지, 그 피 묻은 눈보라 속에 죽어 묻혀 있는 걸 본다. 한 민족의 꿈이 거기 죽어 있다. 그건 아름다운 꿈이었다. <중략>
- 검은사슴 

 
   

모든 강하고 단단한 것들이 작고 여린 것들을 누를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는 결국 끝나고야 말 것이다. 내 안의 나마저도 그렇다. 아름다운 꿈은 결국 돌아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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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4-1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부터 한번쯤 꼭 정독하고 싶은, 제 마음 속의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책 중 하나예요. 사두고 분명히 안 읽은 채로 둘 것같아 미미적거리다가 보니 어느새 개정판이 나왔네요. 잘 읽었어요, blanca님.

blanca 2011-04-19 21:27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저도 분량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집어들었어요. 천천히 조금씩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참 처연한 책이랍니다.

비로그인 2011-04-1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땅을 사고 파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인디언.
백인이 어느날 들어와 마음대로 선을 긋고 그들의 그어 놓은 선 밖의 음지로, 음지로 흘러야 했던 그들의 역사가 생각납니다.

그러면서 또 생각나는 것은 땅에게 빌려 쓰고 다시 땅으로 되돌려 주는 그런 것들에서 왜 점점 멀어지는 것일까 하는 것인데요. 이제는 산도, 강도, 땅도 삶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네요.

blanca 2011-04-19 21:2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저는 그 순정함과 순진함이 참 슬프게 느껴지더라구요. 속고 또 속고 믿고 또 믿고. 인간이 자연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벌어질 비극이 이미 현재진행형이잖아요.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부터도요.

양철나무꾼 2011-04-19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옛날에 한번 읽었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같은 팩트를 바라보고도 다르게 해석하게 되는거 같아요.
무뎌지는 걸 테지만, 부드러워진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blanca 2011-04-19 21:30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이미 읽으셨군요. 저는 개정판이 나오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럼요. 어느 드라마에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상황이 있는 거라는 얘기가 정말 요새는 동감 가더라구요. 무뎌지는 것도 성숙의 일환인 것 같아요.

레와 2011-04-1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탈자들이 붙여준 '인디언'이라는 이름말고, 그들은 자신들을 뭐라고 불렀을지 궁금해요.

더 늦기전에 읽어볼게요. :)

blanca 2011-04-19 21:31   좋아요 0 | URL
아, 레와님! 제가 그 얘기는 적지 않았는데 정말 이름들이 눈부시더라구요. 예전에 '늑대와 함께 춤을'처럼 정말 아름다운 자신들 만의 작명법으로 서로를 부르는 대목들이 참 인상적이랍니다.

북극곰 2011-04-1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성각님 책에서 보고 읽으려고 적어뒀던 책리스트에 있던 책이에요. 절판이었던걸로 알고 있었는데 ^^ 잘읽고 갑니다.

blanca 2011-04-19 21:31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아기가 참 사랑스러워요. 예, 안그래도 개정판이 나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절판이었군요.
 

1957년 소련 우랄의 한 지방이 이 세상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에 들어 있던 플루토늄의 폭발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유폐당한 채 죽어간 이 참극은 망명한 소련 과학자의 증언으로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  

1986년 4월 26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우수하다고 정평이 난 체르노빌 원자로의 대폭발은 죽음의 재를 지구 전체에 전파시켰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스웨덴, 벨기에, 심지어 8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일본에게까지 죽음의 재는 당도했다. 

2011년 3월 우리는 악몽이 현실화되는 것을 지척에서 목도하게 되었다. 일본 열대를 덮친 거대한 쓰나미는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 오만하고 얄팍한 믿음을 일거에 말소시켰다. 체르노빌에 육박하는 원전 사고가 터졌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 1만톤을 인접국가인 우리나라에 그 어떤 상의나 통보도 없이 방류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진정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방사능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새어 나오고 있다. 생태계 전체를 교란시킬 방사능으로 오염된 해류는 유유히 태평양을 흘러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저농도라 괜찮단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즈음이면 많이 희석될 거란다. 내일은 비가 온다. 촉촉하고 마음을 이상스레이 달뜨게 하던 봄비가 이렇게 꺼림칙하기는 또 처음이다.  

 

일본의 반핵반전운동가인 히로세 다카시가 체르노빌의 참사를 제대로 증언하고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한 이 책은 거의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종말 대예언과 맞먹는 울림을 준다. 그리고 섬뜩할 정도로 적중했다. 1989년에 간행되어 1990년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던 내용들은 21년이 지나 예리한 칼날이 되어 되돌아 왔다. 진실은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깨달음을 이런 식으로 얻고 싶지는 않았다. 일상이, 순간 순간의 삶 그 자체가 기적이라는 표현은 미사여구가 아니라 참혹한 진실이었다. 우리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다.  원전은 첨단의 기술이자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 그린에너지원이 아니라 아직 실체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통제할 여력도 없는(앞으로도 가능해질지도 확신할 수 없는) 비과학적이고 허술한 허상이며 그 허상에 기대어 미래를 설계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력하고 악질적인 것인지를 이 책은 제대로 폭로하고 있다.  

히로세 다카시는 이미 원전의 긴급 노심 냉각 장치와 격납용기, 콘크리트 구조물 모두가 제대로 위험 상황을 제어할 수 없음을 간파했다. 실제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이 세 가지 위험 완충 장치는 모두 제 구실을 못했다. 또한 원전 기술 자체가 전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할 수 없는 구조로 수입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얼마전 일본의 원전 기술자가 폭로한 원전의 허술함과도 일맥 상통하는 얘기다. 현장 기술자들은 피폭량 허용치를 준수하면서 눈앞의 일을 단시간안에 해치워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전체를 파악할 수 없는 구조, 제한된 시간, 심리적 불안감 등이 겹쳐 제대로 된 보수나 조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위험요소들을 간과하고서라도 원전을 유지하고 증설해야 하는 논거들로 흔히 에너지 부족과 석유, 석탄 자원의 고갈을 얘기하고 있다. 이것은 진실일까?  실제 원전논란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지점에서 흔히 나오는 얘기이다.  

   
  원자력은 석유 절약이 안 됩니다. 원자력 그 자체가 석유 제품이고 원자로 1기는 화력 발전소 3배의 건설 생산원가가 필요하며 <중략> 우라늄의 채광에서 정제, 운전에 이르기까지 대량의 석유를 소비해야 됩니다. 또 최대의 문제점인 영원히 관리해야 하는 폐기물 관리 비용이 전기값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아직도 방사능 처리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비용조차 계산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들을 폐쇄하는 데 드는 비용은 8조 정도로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정확한 피해집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비용들을 감안한다면 원전은 사고가 터질 경우 어마어마한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결코 꿈의 대안 에너지원이 아닌 것이다. 차라리 이 노력과 비용을 신재생 에너지나 대안 에너지로 돌리면 어떨까. 

덴마크의 예가 있다. 1976년 원자력 착공 계획을 발표한 정부를 대체 에너지 정책안으로 설득해 내고 실제 그것을 현실화한 시민 단체의 개가는 덴마크라는 나라 자체의 유리한 조건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배울 점이 있다. 히로세 다카시는 에너지 문제라는 것은 애초부터 없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사회 문제는 없다고 얘기한다. 모두 자기 문제라고 역설한다.  

   
 

누가 자기를 죽이려고 덤벼드는데 "어떻게 하면 좋아요"하고 남에게 묻는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중략>

나는 이론적으로 절망 상태에 있습니다. 내 딸이 죽임을 당하는데 방관할 수 있습니까. 이런 터무니없는 원자력산업 때문에 죽어야 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이러한 인간들이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내 생명, 내 삶에 대해서 말입니다.

 
   

체르노빌 원전 대폭발후 체르노빌에서 남서쪽으로 450킬로미터나 떨어진 체르노프치에서는 15세까지 아이들이 모두 머리카락이 빠진 일이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의 70%는 20세이하의 젊은 층이라고 한다. 체르노빌로부터 30킬로미터까지의 위험지대의 감시는 2060년까지 계속되어야 한다고 한다. 아직도 치우지 못한 사체들과 각종 폐기물 들에서는 방사능이 나오고 있다. 체르노빌의 재해는 끝난 것이 아니라 망각되고 있을 따름이다.  

나는 지금 컴퓨터 자판으로 하기 좋은 소리들을 하고 있다. 이 전기는 가난하고 나이 든 이들이 생업으로 미역을 말리며 수명이 다해 가동중지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무리하게 수명연장을 한 원전을 이따금 보면서 "그래도 어떡해. 나라가 한 일인데..."하며 슬픈 체념을 한 그곳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아이가 또 그 아이의 아이가 속절없이 무방비로 떠안은 그 고준위위험성 폐기물들로 그득찬 땅과 공기, 물을 마시며 살아갈 미래를 무책임하게 예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그냥 입을 닫고 컴퓨터를 꺼야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말하련다. 더이상은 안된다. 그 모든 것보다 생명이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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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4-07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핵 운동가들은 하나같이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이 헌법보다 더 위에 있다고 증언합니다.
그들의 초법적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티비 광고를 통해 원자력이 깨끗한 청정 에너지라고,
지구온난화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죠.

우리는 정말 어이없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blanca 2011-04-07 11:18   좋아요 0 | URL
도쿄전력과 완전 닮았네요. 원자력이 청정 에너지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저자가 일본 다음은 프랑스나 우리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예언했네요. 빗물 튀긴 얼굴을 비누로 박박 문지르며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구요. 친구들과 비 맞으며 서로 손잡고 걷던 낭만은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생각도 할 수 없는 풍경이 되어 버렸어요.

감은빛님, 환경운동하신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말은 쉽게 할 수 있어도 행동은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저도 좀 덜 비겁해지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 겠습니다.

비로그인 2011-04-0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해 전 체르노빌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나왔던, 아마 지난번에 blanca님께 댓글로 얘기한 적도 있는 것 같은데요. 오랜만에 찾은, 그 끔찍한 폐허의 현장을 기억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한 여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진위를 따져보진 않았지만 그 속에서 나온 기형아들의 사진을 보며 또 한번 앞쪽으로만 향해있는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옆,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


blanca 2011-04-08 15:58   좋아요 0 | URL
요즘 듣는 소식들은 참 가슴을 많이도 아프게 하네요. 귀를 막고 안보고 그냥 근시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특히 무고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탐욕과 오만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들을 보면 더욱더 분노가 치밀어 올라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참 힘든 요즈음입니다.

꿈꾸는섬 2011-04-0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내린 비는 봄비라고 반가운게 아니라 방사능비라 무섭고 겁나더라구요. 오전에 문화센터 가야해서 아이들 유치원 데려다 주었는데 오후엔 아들이 태권도장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하루 쉬라고 했죠. 점점 더 환경을 생각해야하는데 실천은 늘 어려워요. 그래도 작은 실천부터 해나가야겠죠. 최대한 가전제품의 사용을 줄여야죠. 전기밥통 없앤지 1년이 되어가네요. 드라이어도 되도록 안하려고 하구요. 세탁물도 나누어서 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한꺼번에 모아서 하게 되었어요.^^ 쌀뜨물도 은근 수질오염 시킨다고해서 큰 그릇 옆에 두고 모아서 다른데 한번 더 쓰고 버리고 있어요. 시작하기 전엔 그쯤이야했는데 모아서 다른데 쓰다보니 아무래도 물도 적게 쓰게 되더라구요.^^ 블랑카님도 살림노하우 있음 알려주세요.^^

blanca 2011-04-09 23:33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주방세제를 소다로 바꿀까 생각중이에요. 예전에 아이가 어리니 자꾸 물휴지를 썼는데 이제 손수건을 쓰고 전원차단기 내리고 그 정도입니다. 그리고 면생리대^^;; 얘기하다보니 부끄러운 수준이네요. 늦게라도 깨달아서 이제 좀 달라져 보려고 합니다. 전기밥솥도 그러고 보니 전기 낭비가 심하겠어요. 우아, 그러면 끼마다 새밥을 해 드시는 거예요? 오늘 샤워하다가 샴푸, 비누를 대체할 좋은 게 없을까 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질 오염의 주범이라고 해서요. 쌀뜨물은 무조건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물을 오염시키는군요. 아, 무엇보다 조그만 아이들이 걱정이에요. 무엇이든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시기라 걱정이 많이 되어요. 이 좋은 봄날 마음껏 뛰어놀게 하지 못하고 왠지 꺼림칙한 느낌을 항상 지울 수 없다는 사실도 씁쓸하구요. 앞으로 친환경적 살림 노하우 좋은 거 알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04-1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 청령포로 유배갔을 때 시녀들이 따라갔는데 일종의 감시자들이었지요.청령포에는 관광객을 위해 그녀들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그중에서 단종이 마음을 둔 사람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만 정약용과 홍임엄마와 같은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여하튼 단종은 스물도 못되어 사약받고 죽었으니 정약용과는 달랐지요.

blanca 2011-04-10 22:05   좋아요 0 | URL
홍임엄마요? ㅋㅋㅋ 단종은 너무 어려 그리 됐고 여러 야사가 많이 전해지니 그런 얘기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정약용은 거의 기정 사실인 것 같네요. 하기사 서양에서는 더한 경우도 많다고는 하더라구요. 며칠전에 라디오에서 프로이드의 불륜에 관한 얘기도 나오더라구요.

노이에자이트 2011-04-10 23:47   좋아요 0 | URL
홍임엄마라고 하니 좀 웃긴가요? 제가 환상을 깨는 데 일가견이 있나봐요.이제 블랑카 님은 앞으로 정약용에 대한 책을 펼치면 우선 홍임엄마 생각이 날 것도 같네요.
단종이 죽은 후 그 시녀들도 자살했다는 전설이 있는데...영월에도 낙화암이 있거든요.시녀들이 거기서 떨어져 죽었대요.일종의 순사?
서양이 더한 것이라기보다는 워낙 우리나라에선 유명인물의 불륜을 전기에 묘사하지 않아서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인 것 같아요.파헤쳐 보면 대단할 거에요.아랫도리 사연에 양반 상놈 따로 있냐 하는 속언도 있잖아요.

순오기 2011-04-1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핵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재앙이군요~ ㅠㅠ

blanca 2011-04-11 13:20   좋아요 0 | URL
그 점이 더 무서워요. 아, 일본 원전 사태는 해결 기미도 안 보이네요. 이대로 무감각해질까 두려워요.
 
나는 몇 살까지 살까? - 1,500명의 인생을 80년간 추적한 사상초유의 수명연구 프로젝트
하워드 S. 프리드먼, 레슬리 R. 마틴 외 지음, 최수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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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모 방송국에서 다룬 배우 김태희 스페셜을 보게 되었다. 워낙 예쁘고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한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눈길을 끈 부분은 지독한 성실성이었다. 힘들게 얻은 여가시간에도 가녀린 체구로 남자들도 감당하기 힘든 운동량을 소화해내며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 다른 스텝들은 다 쉬고 있는데도 혼자서 대본을 분석하고 있는모습 들은 적어도 연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주변인들은 심지어 그녀가 화장실에 가서도 정말 열심히 일을 볼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통 총량의 법칙을 믿고 싶었다. 누구나 삶에 있어 겪어야 하는 고통의 양은 한정되어 있어 대체로 전반기가 불행한 사람은 후반기가 안정되는 식이라는 어느 역술가의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용으로도 자주 해주었었다. 나에게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건 하나의 자기기만적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듯이 보이고, 특히나 성실성까지 겸비한 그녀는 안정되고 행복한 노년과 장수를 누리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스탠퍼드 대학 교육학과 터먼 교수가 캘리포니아의 도시 학교에 다니는,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총명한(지능지수 135이상) 소년소녀 1,500명을 선발해 진행한 터먼연구는 낯이 익다.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소장 조지 베일런트가 이미 하버드 법대생, 보스턴 이너시티 집단과 함께 비교대조하며 행복한 노년의 청사진을 그려내려 했던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에도 나오기 때문이다. 터먼 교수의 연구는 이 책에서 저자가 그 총명한 아이들이 성장하고 늙어 마침내 죽어 남긴 확실한 마침표(사망증명서)들을 수집하면서 수명연구 프로젝트에 활용된다. 영특했던 아이들은 대공황, 세계대전 들을 겪으면서 다양한 직업군에 소속되며 부침을 거듭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삶의 무대에서 퇴장한다. 요절한 이도 있고 백수를 누린 이도 있다. 유년 시절 면담 기록 등을 통하여 과연 어린 시절의 성품이 수명과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지니는 지에 대하여 주목하며 프로젝트의 문은 열린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며 장수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유의미한 결론을 얻게 된다. 그 변수는 활달함이나 사교성도 아니고 바로 '성실성'이다. 이 성실성은 꾸준히 삶의 경로를 좌지우지한다. 성실한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을 되도록 피하고 건강을 관리하며 좋은 인간 관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며 더욱더 안락하고 유쾌한 삶의 경로를 스스로 그려 나가게 된다. 여기에는 삶에는 사실 예외적이고 돌발적인 우연적 요소보다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항들이 더 많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파란만장한 삶도 기실은 충동적이고 파국론자적인 성향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뉘앙스다.  

   
  새해나 생일날에 죽어도 못 지킬 결심을 하기 전에, 당신이 과거에 어떠했는지 꼼꼼히 돌이켜 보라. 우리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세월이 흘러도 한 사람의 활동패턴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각에는 위험한 함정이 있다. 잘난 사람이 윤택하고 건강한 삶을 그것도 오래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일종의 계층 고착화에 대한 용인이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에서 성공한 지도자가 장수도 누리더라,는 얘기는 은근히 아니꼽다. 그러나 그것의 비늘을 살살 벗겨내면 삶과 자신을 존중하고 대우하는 기본적인 성실성에 대한 독려도 얻어 낼 수 있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대감과 고마움을 느낀 사람이 가장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실제 타인을 돕기 위해 행동하고 주는 관계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고 오랜 삶을 누렸다는 얘기는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것은 감정을 교류하고 서로 소통하는 지점에서보다 '내'가 정작 눈앞의 '너'보다 '누군가'를 위해 내 시간과 내가 가진 물질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는 통찰이다. 꼭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잘' 살기 위한 하나의 예리한 지적 같아 인상깊었다. 

건강하게 오래 '잘' 사는 것은 아무리 도리질을 쳐도 누구나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입밖에 차마 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고픈 꿈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생의 의지다. 그 욕망을 부끄럼없이 꺼내어 놓고 공론화한 점, 그리고 그것이 기본적으로 결국 자신의 몸과 마음과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대우하고 존중하는 데에서 출발함을 얘기한 것이 이 책의 더없는 강점이기도 하고 진부한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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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4-0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살고 싶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요.
자신의 몸과 마음과 시간을 제대로 대우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는군요.
진부한 말이지만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말이네요.
역시 모든 건 기본에서부터인 것 같아요.
블랑카님, 좋은 하루!!
여기 아파트공원에 벚꽃이 제법 피었어요. 주말엔 만개할 거라는데요^^

blanca 2011-04-05 10:15   좋아요 0 | URL
오늘 아이들 데려다 주는데 정말 '봄'이 막 마구 느껴졌어요. 우아, 프레이야님의 그곳엔 벌써 벚꽃이 핀 거예요? 팝콘 같은 벚꽃! 벌써 설레면서 막 기다려집니다!

반딧불이 2011-04-0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내용이 은근히 계몽적인 것 같아요. '은근히 아니꼽다'는 말씀을 읽으면서 블랑카님의 반항정신이 살짝 보이는 듯해서 혼자 웃어봅니다.

blanca 2011-04-05 21:36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이 제대로 보셨네요^^;; 제가 은근히 좀 그렇답니다.--;;

책가방 2011-04-0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에 나왔더군요.
종교인의 평균 수명이 가장 길고, 상대적으로 연예인은 그에 비해 단명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실함이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blanca 2011-04-05 21:38   좋아요 0 | URL
오늘 인터넷에 책가방님이 말씀하신 기사가 떴더라구요.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런 욕심이 막 생기더라구요.

2011-04-05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5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셀 베이커 자서전 : 성장
러셀 베이커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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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읽으려 했던 책은 버트란드 러셀의 자서전이었다. 나이 아흔에도 핵 반대 시위를 하다 투옥되는 모습은 그가 삶으로 치열하게 자신의 철학들을 형상화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훌륭함과 저서의 가독성은 적어도 나에게는 정비례관계가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나 보다. 

그가 고백하는 방대한 자신의 삶에는 분명 호기심과 경외의 감정이 일겠지만 어마어마하다면 어마어마한 분량과 지루할지도 모를 지엽적인 사실들에 미리 겁먹어 망설이다 엉뚱하게도 러셀 베이커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 러셀 역시 자신의 삶을 서사화했고 그 결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함께. 오십 대 중반에 뒤돌아 본 자신의 삶의 축약본에 <성장>이라는 미묘하고 뭉클한 표제를 붙인 것에도 이끌렸다. 자, 나는 원래 버트란드 러셀의 자서전을 읽으려다 삼천포로 빠져 러셀 베이커라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의 또다른 삶의 복기에 슬며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한 발만 걸쳐 놓았다가 온 몸을 다 풍덩 빠트리고 말게 되었다. 그건 하나의 고백이 아니라 나의 할아버지,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나를 다시 기억해 내는 일과도 같았다.  

   
 

 여든의 연세로 어머니의 적적함은 끝이 났다. 그해 가을 이후로 어머니의 정신은 시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러셀은 입을 뗀다. '나'의 태어남에서 나의 삶은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세상에 던져 놓은 어미의 노쇠와 망각의 늪으로부터 나의 삶은 거슬러 올라간다. '삶'은 언제나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 기억으로 중량감을 부여받는다. 어쩌면 러셀은 우리보다 더 일찍 삶을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의 죽음 앞에서 '나'의 '삶'을 드디어 이야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 모두는 과거에서 왔다는 얘기, 인생이란 결코 기저귀에서 수의를 입기까지의 한 뼘의 여정으로 한정될 수 없다,는 러셀의 얘기는 이야기 전체를 뒤덮고 있는 기본 논조다. 과거의 얘기. 그리고 그 거슬러 올라가는 물길에서 떠내려간 소중한 것들에 대한 눈물겨운 애도. 이 자서전은 한 편의 성장소설과도 같다.  

러셀의 삶은 어머니의 부름에 대한 응답과도 같았다. 대학을 중퇴한 전직교사인 어머니는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아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고단한 삶 속에서 역시나 장남에게 엄청난 기대와 열정을 쏟아 붓게 된다. 그 열정은 러셀에게 고문과도 같았다. 그의 삶은 프랑스의 국민작가 로맹가리처럼 어머니의 미래와도 같았다. 고작 여덟 살에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를 팔러 길거리를 헤매며 다니는 모습은 꼭 물질적 결핍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아들을 단련시키고 싶어했던 어머니의 과도한 욕심의 한 사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유년이 비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구석도 많았다. 양가 삼촌들의 따뜻한 사랑들과 아름다운 전원 풍경 속에서 가스도, 수도관도 , 냉장고도, 라디오도 없었던 시대만의 행복감을 충만하게 누리는 나날들이었다. 심지어 대공황기에도 개개인의 삶은 불행하다기보다는 나름대로의 소소한 즐거움과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생동했음을 증언하고 있다. 러셀 베이커의 과거는 시대적, 역사적 비극의 테두리 안에서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은 반면교사의 예로 자신의 삶을 내어주는 희생으로도 활용된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여되었던 나날들. 러셀은 종전이 자신의 참전을 방해한 것에 실망한다. 그는 충분히 젊었고 젊음은 무모한 혈기의 과시와 멀어질 수 없었다. 당시 러셀과 어머니가 주고받은 편지들은 참회의 대상이 되고 만다. 짓이겨지는 무고한 생명들 앞에서 그들은 소소한 자신들의 일상사들만을 얘기한다. 대대장의 사열을 땡땡이치고 있다, 공원에서 소프트볼 경기가 있었다, 같은 그의 편지들은 당시 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원폭 투하를 공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뼈아프게 고백한다. 의도가 어떻게 되었든 생명의 대량 말살을 초래한 잔혹한 행위 속에서 개개의 삶에만 집중했던 것은 '하나의 범죄'였다고 얘기하는 저자 앞에서 어찌 가슴으로 그의 얘기를 듣지 않을 수 있을까? 그의 삶의 고백은 겸허하고 진솔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두 러셀은 만난다. 버트란드 러셀과 러셀 베이커. '나'의 삶이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닌 더 큰 것의 일부분이라는 인식 앞에서 겸허하게 타인의 고통과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좋은 것들의 가치를 주장하는 것은 지적 오만과 허영이 아니라 하나의 의무라는 것을 보여 준 두 거인의 얘기는 언제나 유효한 전언이다. 

마지막 장은 다시 더 나아간 현재이다. 망각으로 출발했던 어머니는 이제 그것조차 제대로 할 기력이 없이 잠만 자게 된다. 요만하게 어렸던 소년 러셀을 찾아 헤맸던 어머니는 아예 아들 이름 러셀조차 잃어 버린다. 여장부 같이 씩씩하고 도도했던 그래서 세상의 모든 몹쓸 것들에서 자식을 사수할 수 있었던 그 어머니는 이제 몸도 영혼도 다 자신이 품었던 아이들처럼 쪼그라들었다. 러셀의 성장은 어머니의 망각에서 출발하여 어머니의 '잠'으로 끝난다. 어쩌면 러셀이 얘기하고 싶었던 우리의 삶도 그런 걸까. 마지막 장을 덮고 바람 한 옴큼이 갑자기 가슴 속을 휙 비집고 들어왔다 나갔다. 삶이란, 인간이란, 어쩌면 이다지도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고 결국 허무한 것일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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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3-3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서전이 흥미진진한 소설같네요. 삶이란 결국 허무한 것이라고 결론짓기에는 아직 너무 젊으시잖아요. 그 허무를 딛고 아름답게 삶을 채색하시기 바래요.

blanca 2011-03-31 21:16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무엇보다 참 재미나더라구요. 예. 감사합니다. 명심할게요.

빵가게재습격 2011-03-31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고 갑니다.^^

blanca 2011-03-31 21:17   좋아요 0 | URL
빵가게재습격님이 와주셔서 기쁘네요.

비로그인 2011-03-31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절친한 벗 중 하나는, 저보다 열다섯 살 가량이 더 많습니다. 그는 내 시간을 선행해 나가고 있어요. 내가 무엇을 하노라면 그는 `내가 네 나이 때 그랬다' 라고 말하고, `나는 지금 어떠하단다'라고 말하더이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난 그가 말했어요. 기억력이 하루하루 저물어져 가고 있어.
이게 왜 충격적이었을까요. 그는 누구보다도 머리가 좋은, 포토그래픽 메모리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 저자의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하고, 배우 이름을 헛갈릴 때, 그만큼이나 나도 무서웠어요. 하루하루가 너무 다르다고. 그래서 `나도 그래요'라고 했더니 웃더이다. `너는 아직 모른다. 네가 지금 기억력이 부족하다 느끼는 건 네 기대치에 못미친다는 뜻이겠지. 허나 내가 느끼는 건 원래 있던 것이 모래처럼 사라지는 거야'

사람의 그릇은 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누군가 무엇이 되는 건, 그 사람의 노력보다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성향의 문제이고 타고난 무엇인가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떤 이는 자아성찰을 하고 성장을 하는데 어떤 이는 파괴되어 더 자잘해집니다. 결국 인생은 유한하고 우리의 시간은, 지금이 가장 젊은 때에요. 이게 어느 순간은 `지금이 가장 젊고 아름다운 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순간은 `이 허무한 순간에 뭘 해도 자승자박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는 게 참 괴상하지요.

blanca 2011-03-31 21:19   좋아요 0 | URL
댓글이 경구 같아요. 참 이쁘네요. 저에게도 그런 벗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내 나이의 모습을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고 미래를 예견할 수 있게 해주는. 결국은 성향의 문제. 맞는 것 같아요. 계속 맴을 돌아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가장 젊고 아름다운 때. 항상 돌아보면 그렇잖아요. 어떤 이는 성장을 하고 어떤이는 더 자잘해지고. 이 얘기에도 완전 동감해요. 전자가 되고 싶은데 노력해야겠죠?

마녀고양이 2011-03-3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셀은 어머니에게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나보군요.
블랑카 님의 리뷰에서 각인된 이미지가 어머니에서 시작하여 어머니로 끝나니까요.
그것도 어머니의 몰락 또는 자유로움으로.

자신에게 그토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의 무너지는 모습을 본다는게 얼마나 허망하고 슬플지 그려봅니다.
하지만............. 사라진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하지요! 그렇죠, 블랑카님? ^^

blanca 2011-03-31 21:21   좋아요 0 | URL
마고님, 사라진다는 것도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정말 자연스럽게 사라락 두려워하지 않으며 최후를 맞고 싶어요.

cyrus 2011-03-3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트런트 러셀 자서전보다 먼저 러셀 베이커 자서전을 읽었어야했는데 말이죠 ^^
아시다시피 러셀 자서전이 두 권이라는 점도 있고,, 전에 <로지코믹스>을 재미있게 읽어서그런지 모르겠지만,,
자서전 읽기가 쉽지가 않네요. ^^;;

blanca 2011-03-31 21:22   좋아요 0 | URL
그죠. 두 권의 압박. 이게 참 묘한 게 한 권 읽고 다음 권이 읽기 싫어지면 그 지점에서 어찌나 괴로운지. 읽은 것도 안 읽은 것도 아닌 그 애매한 상태가 넘 싫더라구요. 특히 2권은 서간문이 많아서 별로라는 평들이 있어서요.

비로그인 2011-03-3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트런드 러셀, 러셀 베이커... 러셀이 두 사람을 묶어주네요. 기억이 우리의 삶을 이어주는 것처럼 말이죠. 내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은 다른 사람이 대신 기억해주는 것, 그것도 삶의 한 특성이겠죠. 말하자면 기억공동체랄까요...^^

blanca 2011-03-31 21:22   좋아요 0 | URL
후와님, 그러니까 제 삶의 복원은 여럿이 모여야 가능할 것도 같아요. 제발 부끄럽지 않은 기억들이기를.

프레이야 2011-03-3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삶은 단지 나만의 삶만이 아니다!
봄날 햇살 따스한 날,이제 곧 해거름이에요.
새로운 마음으로 좋은날들 엮어가면 좋겠어요, 블랑카님 우리.^^

blanca 2011-03-31 21:22   좋아요 0 | URL
아, 깜깜해졌어용. '우리'라는 말이 너무 너무 달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