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가가 나서 임신한 신체를 규율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여성혐오에 근간한 사회적 통제이다. 그 통제의 결과를 가장 심각하게 체감하는 이들은 가장 취약한 여성들일 것이다. 이 책에서 그 점은 변명의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 P150

1970년대의 낙태 반대 운동은 낙태에 대한 공격이 (태아의 생명을 중단시켜서가 아니라) 전통적 성역할을 붕괴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로 촉발된 것임을 보여준다.  - P161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시스젠더 여성이든 트랜스젠더 여성이든 관계없이 모든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고 감시하고 지배할 권리를 갖는다는 의식은 이 극적인 사례만큼 만연하게퍼져 있다. 그 때문에 여성혐오적 감시의 피해자들이 (바로 이들이야말로 끔찍하리만큼 고통받는 존재임에도 오히려 도덕적 괴물로 비난받는 일이 발생한다. - P175

많은 여성들이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남성 파트너가 갖고 있는 부당한 특권의식, 즉 여성의 노동과 남성의 여가 시간에 대해 갖고 있는부당한 특권의식을 반복해서 읊거나 정당화한다.  - P194

맨스플레인은 남성 특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남성 특권이란 지식과 신념, 그리고 정보 소유와 관련된 다양한 인식적 활동을 전유하는 남성의 특권을 말한다. - P202

우리는 이미 이에 대해 살펴보았다. 여성 정치인에게 연대의식은 강력한 이중구속이다. 다시 말해 여성 정치인은 자신이특별할 정도로 연대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희망을 줘야 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 시각, 공약의 어떤 지점에 불가피하게 실망하게 될 때 그들의 지지가 사그러질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를 지나치게 연대의식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홍보해서도 안 된다. 그럴 경우 클로부차나 질리브랜드처럼 선거 유세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을 감수하게 될 것이다."
- P253

신뢰받는 남성의 인식적, 도덕적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은 해당 남성과 다른 모든 면에서 동등해도 부도덕하거나 오류를 범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 P257

마찬가지로 이전 세대의 백인 여성들이 해온 것처럼 유색인여성들의 감정노동과 물질노동을 착취해선 안 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특권을 지니고 태어날 사람으로서R항상 자신이 무엇을 행동하고, 말하고, 기댈 권리가 없는지 배우며 부당한 특권의식을 억제해야 할 것이다. - P267

나는 내 딸이 (육체적 통증이든 정신적 고통이든) 고통을 느낄 권리가 있고, 따라서 도움을 청할 권리가 있으며, 돌봄과 위로,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 P267

나는 딸아이가 인간이 여러 가지 형태의 성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즉 자신이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이 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좀더 자랐을 때, 스스로 자신을 무엇으로 정체화하든 일말의 수치심이나 낙인에 대한 염려 없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충분히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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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 벚꽃놀이도 한창이지만 창원 천주산에는 진달래가 만발이란다.

토요일 남편들은 이번 주는 토요당구를 포기할 수 없다길래, 

그래 그럼 당신들은 우중충한 당구장에서 보내시고,

우리는 천주산에 진달래를 보러 가겠네하고는 여자 셋이서 아침 일찍 도시락 싸들고 창원으로 출발.

물론 나는 디저트용 커피와 방울 토마토만 쬐끔 씻어갔고, 친구가 김밥 3줄을 사온댔는데 사오지 않고 싸왔더라.

진짜 부지런하기도 하지.


창원 천주산은 처음인데 작년에 와봤던 김밥 친구가 초반에 엄청 힘들다고 겁을 막 준다.

농담이 아니었다.

1시간 30분 정도 올라갔는데 그 중 초반 1시간이 오로지 급경사 오르막길.

아 진짜 낙오하는 줄

그래도 작년에 아팠던 이후로 내 발로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에 감격 + 감사하는 날들이기에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해 올라간다.

세상 만사 무언가 지불하는 것이 있어야 얻어지는 법인데 오늘은 내 다리 근육을 댓가로 지불하리라.....



1시간쯤 올라가면 요렇게 진달래가 길가에 보이기 시작한다.

제법 많다.

하지만 이정도의 진달래야 동네 뒷산 가도 있는 것.

요걸 보겠다고 우리가 죽을둥 살둥 이렇게 올라온 것이 아니야. 


남은 1시간의 길도 그리 쉬운 등산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초반 1시간에 비하면 아주 양호하고,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진달래 군락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거기에 눈과 정신이 다 팔려 힘든건 다 잊게 된다.

진달래 군락이 나타나는 순간 우리만이 아니라 올라가던 사람들 모두 갑자기 흥분되는 상황이랄까?

분홍의 진달래 군락은 시각이 아니라 몸의 아드레날린을 폭발시켜 온 몸으로 보는 기분이다.














이 곳 천주산 아래 소답리 마을은 '고향의 봄'의 작사가이자 아동문학가인 이원수작가가 다닌 서당이 있던 곳이란다.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이 가사가 정말로 딱 맞다는걸 오늘 눈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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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4-01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입이 안 다물어지는 풍경입니다.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힐링하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3-04-01 23:16   좋아요 1 | URL
저도 저렇게 진달래가 군락을 이룬건 처믕 봐서 입이 안 다물어졌어요. ㅎㅎ

chika 2023-04-02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기대가 없었는데 정말 헉,하게 되는 진달래네요! @@

바람돌이 2023-04-03 08:47   좋아요 0 | URL
저도 눈앞에서 보자마자 헉 했어요. 저 분홍색의 물결은 사람을 확 흥분시키더라구요. ^^

hnine 2023-04-02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본 최고의 진달래 꽃밭 사진이네요.

바람돌이 2023-04-03 08:48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본 최고의 진달래 꽃밭이었어요. 저는 저렇게 진달래가 군락을 이룬것 자체를 처음 봤어요. ^^

세실 2023-04-02 0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진달래가 벌써 피었군요! 멋져요. 이 아름다운 풍경이 아동문학가 탄생에 큰 역할도~~~

바람돌이 2023-04-03 08:50   좋아요 0 | URL
세실님 돌아오셔서 너무 기뻐요. ^^ 저기 진달래는 이번주가 거의 절정인듯해요. 정작 다음주가 축제인데요. 저는 축제해서 붐비기 한 주전이라고 다녀왔는데 그래도 어찌 알고 사람이 참 많더군요. ^^ 세실님 계신곳은 이제 피기 시작할까요? 저는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곳인데도 이원수작가님이 창원출신인거 처음 알았어요. 가다보니 도서관 이름이 고향의 봄 도서관이더라구요. ^^

새파랑 2023-04-02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달래 엄청 예쁘네요 ~!! 바람돌이님의 설정샷(?)도 멋집니다 ^^

창원에도 저런 명소가 있군요~!!

바람돌이 2023-04-03 08:54   좋아요 0 | URL
진달래 예쁘죠. ^^ 저놈의 설정샷은 앞모습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볼만한게 없는.... 나이든다는건 뒷모습만 볼만해진다는 슬픔이..... ㅠ.ㅠ
이미 아는 분들은 다 아는지 진짜 사람 많더라구요. 그나마 저 산이 높지 않는데도 경사가 너무 가파라서 등산하기힘들기에 사람이 적은거라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경주처럼 진짜 터져나갈듯요. ^^

건수하 2023-04-02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와 정말 그런 가사가 나올 만한 풍경입니다. 힘들게 올라갈 만 해요 ^^

바람돌이 2023-04-03 08:55   좋아요 0 | URL
힘들게 올라간거 다 잊을 만한 풍경이었습니다. 진짜 내년에도 또 와야지 하고 왔어요.

책읽는나무 2023-04-02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원수 작가님을 두고 이곳과 어디랑 실갱이를 벌인다고 들었었는데 그 곳이 창원이었군요?ㅋㅋ
근데 와....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달력 사진에서만 보던 바로 그곳이로군요?^^
실제로 본다면 정말 천상계에 와 있는 느낌이시겠습니다.
경남 어느 곳에 진달래 산이 펼쳐진 기이한 곳이 있다던데 오늘 알았네요.
창원 천주산!✍️✍️
응? 산??? 산은 쪼매 힘든데?
메모하면서도 참 애매하네요ㅋㅋㅋ

바람돌이 2023-04-03 08:57   좋아요 1 | URL
어 그런가요? 저는 이원수 작가님이 이동네 출신인거 자체를 처음 알았어요. ㅎㅎ 나무님 말씀 들으니 진짜 딱 달력사진이군요. 예전에 저런 달력사진 많았잖아요. ^^
천주산은 쪼매 말고 좀 많이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산이 높지 않아서 1시간 정도만 죽었다 생각하면 뭐....
다음주 나무님 화이팅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3-04-03 11:20   좋아요 1 | URL
이원수 작가님은 양산에서 태어나셨대요. 양산 그 곳엔 도로명도 ‘고향의 봄길로‘라는 명칭도 있더군요. 공원에 기념비도 세워두긴 했는데...이원수 작가님은 태어나기만 이곳에 태어나셨고, 바로 창원으로 이사를 가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셨고, 그곳의 그리움으로 ‘고향의 봄‘ 동요를 만들었다고 들은 것 같아요.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 정확히 어딘지 몰랐었는데 창원이었군요! 전 바람돌이님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원수 작가님이 이곳에서 태어나신 줄 잘 몰랐었는데, 그 동네 가까이 지나가다 도로명과 비석을 보구선 엥??? 했었네요.
진짜 ‘고향의 봄‘의 그 이원수 작가님??? 하고 봤었다는...ㅋㅋㅋ
고향이라고 하니, 태어난 우리 동네가 고향의 봄이 맞는 게 아니냐? 며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뒤늦게 기념비 세우고.....여튼 서로 우기고 있단 우스개 소리를 들었습니다만, 창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하시니, 창원이 ‘고향의 봄‘ 가사에 맞는 동네인 것은 모두 다 인정하는 분위기인 듯 합니다^^

바람돌이 2023-04-04 14:42   좋아요 1 | URL
제가 조사할때(물론 대충 검색했긴 하지만) 태어난 곳은 그냥 근처라고 하더니 그게 양산이었군요. ㅎㅎ 심지어 창원쪽으로 이사가서도 산 곳은 저 곳이 아니고 저 동네는 공부하러 다닌 서당이 있던 곳이래요. ^^
그래서 창원 지나가다 보니까 이원수 문학관도 있고, 고향의 봄 도서관도 있더라구요. 저도 이번에 천주산 꽃보러 가서 알게되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4-04 17:46   좋아요 1 | URL
앗! 제가 몇 년 전 ‘고향의 봄‘ 도서관에 가봤던 것 같아요.
그 해 남편 근무지가 창원이어서 놀러 갔다가,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 거기서 책 읽으면서 기다렸던 기억이 이제 떠오릅니다.
도서관이 아담하고 예뻤던 것 같았어요. 아....그 때 그곳이???
참, 아무 생각없이 있다 왔었네요ㅋㅋㅋ
옆에 경남 과학고가 있길래, 얘들은 학교 마치면 이 도서관을 이용을 할까? 뭐 그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ㅋㅋㅋ

바람돌이 2023-04-05 11:34   좋아요 1 | URL
앗 나무님은 고향의 봄 도서관에도 가보셧군요. 저는 이번에는 산에 간다고 마음이 바빠서 그냥 표지판만 보고 지나쳤어요. 다음에는 도서관에도 들러볼까 싶은데..... ㅎㅎ
과학고 애들은 거의 대부분 매우 책을 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계를 위해 매우 안타깝습니다만.... ㅎㅎ

햇살과함께 2023-04-02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만으로도 눈이 부시게 화려하네요!!

바람돌이 2023-04-03 08:58   좋아요 1 | URL
저런 모습은 사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게 항상 슬픔이죠. 진달래가 저렇게 화려할 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

희선 2023-04-02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달래가 많이 피어 있는 건 거의 처음 봅니다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는 거지만, 그래도 멋지네요 실제로 보면 더 감동스럽겠습니다 산에 오르는 게 힘들었겠지만, 저런 모습 모셔서 좋으셨겠네요 바람돌이 님 앞으로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3-04-03 08:59   좋아요 1 | URL
저도 저런 군락은 처음 봤어요. 진짜 울긋불긋하죠. 희선님 말씀대로 건강 잘 챙겨서 앞으로도 산에 잘 다니고 열심히 사진도 올리고 하겠습니다. ^^

자목련 2023-04-03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네요!
직접 보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담아주셔서 감사해요^^

바람돌이 2023-04-03 10:10   좋아요 0 | URL
저런 모습을 보면 진짜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해요. 그런데 또 멋진 사진을 보고싶으면 블로그나 인스타 검색하면 무지 많아서 내가 뭐 사진까지 잘 찍을려고....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네요. ㅎㅎ

난티나무 2023-04-03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저 정도로 근사하면 실제로는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도 처음 보는 풍경이에요.^^

바람돌이 2023-04-04 14:39   좋아요 0 | URL
저 풍경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다 막 탄성을 지르면서 얼굴에 홍조가 막 떠오르고 목소리는 막 떨리고 그러더라구요. 저도 그랬어요. ㅎㅎ

공쟝쟝 2023-04-04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너무 좋다!

바람돌이 2023-04-04 14:40   좋아요 0 | URL
평일에 책보고 북플에 글쓰고, 주말에 놀러가고 이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입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3-04-06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리밖에 안나오네요
진달래군락을 보기 쉽지 않은데, 도시는 공원에도 죄다 철쭉만 심어놔서..!

바람돌이 2023-04-09 15:52   좋아요 1 | URL
저도 이런 진달래 군락은 처음봐서 너무 감탄했어요. 철쭉도 군락으로 피면 또 멋있지 않을까요?
이달 말쯤 황매산 철쭉군락을 보러 가볼까 하고 있어요. ㅎㅎ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어떻게 질문할것인가‘이다. 다시 말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다양한 시선이 경합하지 않고 하나의 시선이 지배할 때 우리의 인식은 축소되어 편협함을 벗어나기 어렵다. - P6

소수자들의 다시 읽기와 다시 쓰기는 해석하는 위치를 점령한 주류 서사에 균열을 내는 저항 행위다. - P16

예술적 남성 동맹이 추구해온 자유 • 아름다움의 개념과 방향성을 의심하지 않으면 전위는 불가능하다. 모두가 자유를 갈구하지만 여성을 착취하는 현실은 외면한다. 권력을 분석하지 않고 자유를 말하는 것, 타자를 주체로서 존중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은 예술적 사기다. 자유와 아름다움이 타자를모욕하며 형성되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구속이며 추함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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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누군가를 해하지 않을 때조차 여성들을 어떤 경계 안에 옭아매는 것이 여성혐오다. 우리는 경계를 위반하거나 어떤 과오를 범할 때에야 비로소 애초에 왜 자신이 경계 안에 갇혀 있었는지 그 이유를 깨닫는다.  - P21

그건 바로 여성이 명백히 성별에 근간을 둔 적대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지 남성이 지배하는 세계에 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시말해 역사적으로 가부장제가 지배해온 사회에 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 P23

지만, 이것만은 알고 있다. 싸우는 것은 중요하며 가치 있는Start alles일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에 대항하여 싸우는지가 명징해지면우리가 더 잘 싸울 수 있으리라는 것. 나는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이어지는 장들을 써나갔다. - P29

 말하자면 인셀은 타인이 자신을 지속적으로, 애정과 존경을 담아 우러러보길 기대하는 남성들이 가진 유해한 특권의식의 결정체다. 그리고 이들은 그런 눈길로 자신들을 추앙하지 않았거나 그렇게 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을 겨냥하고 심지어 파괴한다. 그런애정과 추앙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믿는 특권의식이 가정 - P37

폭력, 데이트폭력, 그리고 친밀관계에 있는 파트너에게 폭력을 가하는 상당수 남성들과 공유하는 특질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책에서 밝히고자 한다. - P38

반성적 사고를 통해 여성이 온전한 인간이라는 자명한 사실을깨닫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정 어려운 일은 여성이 온전한 인간 존재임을, 그저 사랑과 섹스와 도덕적 지지를 제공하는 존재 그 이상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여성은 자기 자신으로 고유하게 존재하고, 다른 사람과 [자율적으로] 관계 맺는 존재로 살 수 있어야 한다. - P49

여성혐오는 여성을 짓밟고, 힘패시는 여성을 짓밟는 폭압자를 "좋은 남자"로 포장함으로써 보호한다.
힘패시는 여성혐오의 피해자나 표적을 비난하거나, 그를논의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 P64

힘패시는 종종 남성이 여성에게, 그리고 어떤 경우 아동에게 가한 폭력을 근본적으로 왜곡한다. 힘패시는 잔혹한 범죄를 이해받을 만한 애정으로 인한 범죄, 또는 공감받을 만한절박한 행동 정도로 기발하게 변모시키며, 강간과 같은 여타의 범죄들을 단순한 오해와 술이 초래한 해프닝 정도로 기발하게 전환시킨다. - P70

밀그램은 피험자들이 설계자의 지시에 순응해야 한다는 허구이지만 강력한 도덕적 의무감을 갖고 주어진일을 수행했다고 상세히 밝힌다. 사람들이 그 순간에 도덕적 양심을 잃었다는 것이 아니라, 실험 설계자의 모습을 하고있는 현장에 존재하는 권위자의 명령에 순응해야 한다는 허구이지만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되는 의무감을 주입하는것이 생각보다 쉽다는 사실이다.  - P101

권위를 지닌 남성 인물에게 저항하고 도전하는 여성들에게는 협박과 처벌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여성혐오가 여성들에게 내면화된 수치와 죄책감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는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P115

특권을 가진 남성이 통증을 호소할 때, 그 통증이 진짜라는 믿음은 이 사회의 기본값으로설정되어 있다. 덕분에 남성은 의료적 차원의 관심과 치료뿐아니라 공감과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는 존재가 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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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
나혜석.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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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 Vs 제국주의 일본

이 단어의 대조만으로 연상되는 수많은 이미지가 있다. 식민지 조선에는 가난함과 어려움, 고통, 비참함이 따라붙을 것이고, 제국주의 일본에는 부유함, 군국주의, 잔인함 뭐 이런 이미지들이 따라붙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항상 그렇듯이 그렇게 간단하게 둘로 나뉘어지지 않는다.


나혜석 Vs 하야시 후미코

이 두 여성은 부자집 마님 나혜석과 노동자집안 출신이고 딱히 부자이지 않은 여성작가 하야시 후미코로 이들의 대비는 관념적이고 일반적인 분류를 뛰어넘는다. 내가 이 책에 이끌렸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전혀 다른 분류를 보여주는 기획때문이었다. 나혜석의 여행기는 이미 여러 차례 출판되었지만 딱히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색다른 대비를 통해 보여주는 세계는 단순한 두 사람의 글이 아니라 훨씬 다양한 해석과 생각을 하게 해줄듯하였다. 두 사람의 여행기 자체는 그렇게 뛰어난 글들은 아니다. 나혜석보다는 본격 작가인 하야시 후미코의 글이 훨씬 좋긴하지만 뭐 그렇다고 엄청나게 훌륭한 글이라고 할 수는 없고..... 출판사의 기획이 돋보이는 책이며 식민지 시대를 색다른 시각으로 보고, 하나의 시대를 한 가지 시각이 아니라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는 책이라서 나는 읽으면서 참 좋았다. 


원래도 나혜석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좀 복잡한 심경이었다. 뛰어난 여성화가였지만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하기가 어려운 삶이랄까? 여성이기 이전에 사람임을 주장한 여성 페미니스트로 이야기되기도 하지만 지금 봐도 너무 독특한 그녀의 주장들과 삶을 따라가다보면 무조건 공감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느껴지는 그런 여성이다. 그녀의 여행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1920년대에 여성이 그것도 결혼을 해서 아이가 셋이나 있던 여성이 시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모두 맡기고 무려 20개월동안 세계 일주를 한다. 이 말만 들었을 때 나혜석이 얼마나 대단해보였던가말이다. 그런데 그녀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점점 실망하게 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수원의 명문가 참판댁 애기씨로 태어나서 그래도 당시로서는 진보적이었던 아버지덕분에 딸이지만 신교육을 받았고, 일본 유학까지 마치고 변호사인 김우영과 결혼해 부자집 마나님이 된 여성, 그리고 화가로서도 성공하여 이름을 떨치던 여성의 세계 일주는 혼자서 간 여행이 아니었다. 만주지역의 부영사를 지냈던 남편이(이 시대 이 정도 직위면 적극적인가 소극적인가의 차이일뿐 친일파로 분류하는 것은 당연할 듯하고....) 힘든 지역의 관리를 6년간이나 지냈다고 일본 정부로부터 포상휴가를 받는다. 포상휴가가 20개월이나 되지는 않았겠지만 아마도 그 포상휴가에 본인들의 돈도 꽤 보태져서 여행이 길어졌을 것이다. 남편과 함께 한 여행에서 이 두 사람은 유명 인사다. 부산에서 출발한 이들은 조선 땅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곳곳에서 마중나온 수십명의 환영인파를 만나고,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난 이후에도 일등칸에서 항상 상류층들과 어울리고, 유럽이나 미국지역에 도착해서도 현지에서는 항상 먼저 이곳에 유학을 온 이든 누구든 이들을 맞이하며 온갖 도움을 주는 그런 여행인 것이다. 미국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올때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호화유람선 여행까지 정말 아주 럭셔리한 여행이다. 여행이란 원래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는 법이다. 여행이 다른 생각을 갖게 하고 세상의 다른 면을 보게 하려면 여행자 자신의 치열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하는 법이다. 이 시대의 나혜석에게 그런 고민의 흔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더더욱 하게 된다. 그녀의 여행기를 읽는건 마치 여행가이드북의 지역 소개를 읽는 느낌이다. 


반면 하야시 후미코의 여행은 자신이 쓰는 돈을 하나씩 하나씩 일일이 기록하며 아껴가며 삼등석 열차를 타고 배 역시 가장 낮은 등급의 방에 묵으며 항해하는 여행이다. 그곳에서 온갖 나라의 온갖 인물을 만나지만 모두 자신과 비슷한 가난한 이들이다. 하지만 여행의 이야기는 원래 이런 칸에서 나오는 법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속에서도 삼등열차속에서 부대끼며 가다 보면 친해지지 않을 수 없고 그속에서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후미코의 시선은 제국주의 일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출신 계급인 노동계급에 더 많이 가 있다. 그래서 러시아 땅을 지나면서는 사회주희 혁명 후의 러시아가 일본의 사회주의자들이 동경하던 그 땅의 현실과 많이 달라보이는 모습을 꼼꼼히 관찰한다. 나혜석처럼 온갖 여행지를 가기보다는 (그러기에는 돈이 없어서) 한 곳에 머물며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사는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래서 글을 읽는 재미는 오히려 하야시 후키코의 글이 더 있으며, 심지어 공감이 더 가는 쪽도 하야시 후미코쪽이 되어 버린다. 


아 정말 민족보다는 계급인가? 피는 물보다 안 진하다. 


여행기 중 흥미있었던 대목이 있는데 나혜석이 그들이 부영사로 살았던 만주 단둥현에 도착했을 때의 소감과 하야시 후미코가 만주 창춘에 도착했을 때의 글이다.

 

만주 거주 동포의 경제 발전은 오직 금융기관에 있다는 견해 아래 단둥에 조선인금융회가 설립된 후 이내 단둥에 사는 조선인 금융계의 중심 기관이 되어 그 전도유망함이 우리 눈에 보일 때 한없이 기뻤다. 

총독부와 만철(남만주철도 주식회사)에 교섭한 결과 수백여 명 학생을 수용할 만한 보통학교가 건설되고 이번에 만철 경영이 되어 직원 모두 얼굴에 기쁜 빛이 가득한 모습을 볼 때, 어찌 만족이 없으랴  - 21쪽


1931년 11월 12일 밤, 창춘 도착, 입김이 하얗게 서릴 뿐 눈은 아직 내리지 않는다. 지난해 빈손으로 왔을 때와 달리 트렁크가 네 개나 있는 데다 역 안이 병사들로 가득했기에 한가로이 짐꾼을 부르고 자시고 할 형편이 아니었다. 나는 번쩍이는 검을 꽂은 소총이 숲속 나무처럼 죽 늘어선 일본군 사이를 뚫고 가까스로 어스레한 대합실에 들어갔다. - 149쪽


약간의 시기 차이는 있지만 만철이 일본의 만주침략의 교두보라는 것을 외면하는 나혜석의 모습

그리고 만주사변 직후 만주를 지나면서 일본의 침략을 똑같이 두려워하는 눈으로 지나가는 후미코의 모습이 대비된다.

이런 문장들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비교하면서 당시 조선인과 일본인이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서도 우리의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찾아 보는 것이 또한 이 책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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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01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치않아도 이번 주 벌거벗은 한국사에서 나혜석을 다뤘는데 아쉬운 건 제가 보다가 잠이 들었다는 거죠. ㅋ 눈뜨니까 무슨 선전만 잔뜩..ㅠ 암튼 행려병자가 되어 죽지않았습니까? 너무 곧으면 휘어진다고 나혜석은 시대를 거부하고 싶었나 보죠. 근데 참 두 여인이 대조적이긴 하네요.

바람돌이 2023-04-01 22:21   좋아요 2 | URL
아 그랬군요. 뭐 요즘은 놓쳐도 유튜브에 다 올라오니까 살짝 아쉽긴 해도 다시 볼수 있잖아요. ^^
나혜석은 저는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이자 페미니스트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그의 생을 돌아보면 그런 면보다는 또 지극히 개인적이고 과격할정도로 자기 중심적인 면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저는 그게 어쩌면 귀하게 자라서 귀하게 살았던 삶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자신의 불륜으로 이혼을 함으로써 모든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는데 이게 또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좀 징글맞다 싶을 정도이기도 해요. 불륜과 이혼만이 문제가 된건 아니거든요. 어쨌든 아주 복잡한 인물인것만은 틀림이 없어서 이 인물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오히려 평범해서 제가 친숙하게 여겨지는 인물은 일본인인 후미코더라구요. ^^

blueyonder 2023-04-01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잘 모르던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피는 물보다 안 진하다.˝라는 말씀이 인상 깊습니다~

바람돌이 2023-04-01 22:22   좋아요 2 | URL
에고 딱히 큰 뜻을 담은 말은 아닌데 인상적이셨다니 갑자기 부끄럽네요.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희선 2023-04-02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나라 사람인지 다르기도 하겠지만, 부자인지 가난한지로 다르게 생각하기도 하겠습니다 어디에 있든 다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건 아닐 것 같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4-03 10:11   좋아요 1 | URL
이런 글을 볼때마다 사람이란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도 얼마나 다양한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그래서 저는 이런 책이 참 좋아요. ^^

공쟝쟝 2023-04-04 1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바람돌이님이 진심으로 걱정됩니다! 일단 일본여성 편을 드셨으니 친일파 이십니다. 거기다가 민족보다 계급이라니요! 빨갱이이십니다. 그 뿐입니까? 이건 여성주의자들이 기획한 책임이 틀림없습니다. 친일파 빨갱이보다 더 괴랄한 페미니스트!!! 바람돌이님의 똑똑함과 명석함이 너무도 걱정되어 댓글을 답니다! 좋은 거 많이 보고 맛난 거 많이 드십시오.

바람돌이 2023-04-04 14:38   좋아요 2 | URL
친일파빨갱이페미니스트라니 이건 뭐 대한민국 땅 정도가 아니라 지구를 떠나야 할 수준인데..... 어떡해요. 나 어디서 살아???? ㅠ.ㅠ
일단 살수 있을 때까지 무조건 빌붙어보겠어요. 지금 먹는 한끼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무조건 많이 먹는것부터 시작하는 걸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