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미에서 메뚜기로 한단계 승급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여기서 잠깐! 개미는 나의 중학교 시절, 그리고 메뚜기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말한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교복이 완전 검은색으로 월요일 아침,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 조회를 한뒤
각자 반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리를 지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개미떼를 연상시킨다,
고등학교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촌스러운 완전 100% 녹색 교복!!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들을 보고 새마을 금고의 여직원인줄 안다 ㅋㅋ
그때 라이벌 의식(?)이 꽤나 있었던 여상과 우리 여고는 서로를 무당벌레와 메뚜기라는
유치한 말장난으로 경계하기도 했었다,ㅋ)
교복 이야기는 여기서 접고, 암튼 어린티를 조금 벗어나서 당당하게 여고생이 된 삼순이~
내 나이 열일곱살, 지금 생각하면 그 빛나는 녹색교복처럼 파릇파릇하고 참으로 순진무구했던
나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학창시절, 나는 새벽잠이 그다지 없었다,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어 누가 업어가도 모를정도로, (안방에서 가족들과 드라마나 영화 한편 보려고
누워 있다가 광고를 하는 도중 잠이 들어 아빠나 엄마나 나를 업고 내 방에 눕힌 적이 셀 수 없다,
난 기억이 하나도 없지만 ㅎㅎ)
그래서 그런지 새벽에는 할머니들처럼 벌떡벌떡 눈이 떠지고 잠에서 깨곤 한다,
친구들과 가족 사이에서 별명이 "할머니"로 통하기도 ㅋ
학창시절, 난 공부도 노는 것도 1등은 아니었지만 학교 먼저 오는 건 거의 1등을 뺏기지 않았다^^;;
그러던 3월의 어느 날,,
그 날도 어김없이 나는 차갑지만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집에서 학교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소방서를 지나 좁은 골목길 하나가 있다,
여중 여고가 같은 제단으로 붙어있었기에 중학교 3년도 난 늘 이 길을 걸어다녔고 나에겐 익숙하다 못해
친근한 골목길이었다,
집이 몇 채 있고 잘 쓰지는 않는 건물과 근처에는 풀이 살짝 우거져 있는 곳,,
오늘 하루도 열심히 공부하고(?) 새 친구들과 열심히 놀고 친해져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걸어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서 있는 것이다,
그냥 모른채 하고 지나가려는데 그 아저씨가 나를 불러세웠다,
"이봐,,학생~~잠깐 나 좀 봐봐! 학생~"
난 그때 눈을 막고 귀를 막고 갔어야 했다, 그 아저씨의 부름에 나도 모르게 그만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는데,,,,,,,,,,,,,,,,,,,,,,
웬 고구마를 손에 쥐고 내 쪽을 향해서 마구 흔들어(?) 대고 있는게 아닌가??????
잠깐 몇 초 사이에 내 몸은 얼어붙는 것 같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머리가 띵~~~!
그 아저씨가 쫓아올까봐 너무 무서웠다,
달리기도 100미터에 20초가 훌쩍 넘는 나로써는 도망갈수도 없었다 ㅠ
멍멍 짖는 동네 똥개를 만났을 때도 무서워서 뛰며 도망갔다가 잡혀서 발목을 물린 기억이 있다,
이 변태 아저씨도 똥개 비슷한 유형일꺼 같아서 침착한 척 하며 최대한 걸음을 빨리 걸어서 그 골목을
빠져나왔다,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뒤 한번 돌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그 길을 도망쳐 나왔다,
무사히 교실까지 도착,,여전히 내가 1등이었다,
텅 빈 교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친구들이 하나 두울 교실에 들어서고 얼굴이 창백해진 나를 보고선
왜 그러냐고 한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져 친구들에게 그 변태놈을 만났던 이야기를 하며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이것들!! 내 이야기에 위로는 커녕 배꼽이 빠져라 웃고 재미있어하고 놀려댄다,ㅠ
다른 반 친구들까지 모여들어 내 이야기에 쫑긋거리고 하루새 나는 학교에서 유명인(?)이 되었다,
새벽길에 고구마 달린 변태를 만난 메뚜기 소녀로 ㅠ
그 날 이후로 새벽에 일어나도 일찍 학교에 가지 않았다, 아님 친구와 두 손을 꼬옥 잡고 가거나
30분이나 걸리는 길로 돌아서 가곤 했다,
그 변태아저씨는 그 새벽, 그 곳에서 어쩜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ㅡㅡㅋ
아님, 나와 같은 또다른 희생자가??
지금도 이 페이퍼 쓰는 손이 살포시 떨린다,
그 때 당시 나는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마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ㅋㅋ
또 다른 대학 친구도 학교 다닐때 나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어떤 트럭이 오더니 아저씨가 창문을 열고
내 친구를 불러세웠다는 것이다,
내 친구는 창문 너머로 "바나나"를 보았다고 한다 -_-;;;
나에게는 3살과 5살 터울인 남동생 둘이 있다,
이 녀석들 유치원때까지 나와 언니가 업어 키우기도 하면서 뒷처리도 많이 해주고
이 녀석들의 고것도 본의 아니게 많이 보았다,
변태아저씨를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남자들이 일곱살 먹은 내 동생들처럼 귀엽게(?) 생긴 줄 알았다,
그런데 엄청 큰 고구마라니!!!!!!ㅡ.ㅡ;;;;;
앗, 학창시절의 추억이 변태의 추억으로 바뀌면서 살짝 민망;;
난 지금도 엄마가 삶아주는 고구마를 볼때면 그 변태놈이 생각한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