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14시간을 주무시고 일어나서 다른 분들 글 다 읽고, 
부랴부랴 쓰고 있습니다. :-)
나이트 후유증이 아직도 있는 듯... 으.. 졸립다.

 

중3 때 였어요.
6명 정도가 과학경시대회에 나가게 됐는데, 
제가 그 중에 한 명으로 뽑혔습니다. 헐.... 

모양만 남녀 공학(분반이었음)이라고 남녀 한 명씩 조를 만든다고 하시더라구요..
담당 선생님이 여자애들 명단은 누구누구다라고 알려주시는데,
그 중에 한명이 초딩6년때 짝이였습니다. 

그 사실을 혼자 알고 있기 뭐했는지 선생님께 알렸죠( 왜 말했을까 흐흐흐)
그러고 며칠 후, 그 애가 나하고 같은 조가 되었어요.  크.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랄까.. 흐흐...

그 후로 한 달정도... 과학실에서 과학만 공부했습니다. 실험 연습도 하고... 여자애들이랑.. ㅎㅎ
아주 즐거운 나날이었습니다. 
(나중에 시험문제는 엄청 틀렸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뭐 결과가 중요했겠어요. 과정이 중요하지 ^^   )

게다가 그 과학실에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엄청 예쁜 누나가 있었어요.
인간에게서 빛이 난다면 그 분이 최초였을 겁니다. ㅎㅎ
아름답다라는 말은 그 분을 표현하기에는 한~ 참 부족했지요.


시험이 끝나고 과학실에는 더 이상 갈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분이 어느날 부터인가 보이질 않았어요.

같이 시험봤던 얘가 말하길..

"그 누나 학교 관뒀다. 옆에 고등학교 얘들이 집단으로 성폭행했데"
"에이 설마" 
"내가 버스타고 가면서 그 놈들이 자랑하는 것을 들었다. 그 놈들이 가만히 뒀겠냐..."

그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멍청하고 질 떨어지는 인간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옆 고등학교였거든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

그 때 같은 조였던 나의 짝이 되게 보고 싶어서 만나게 되었는데,
초등학교 때의 나를 전혀 기억 못하더라구요.... 같은 반인지도 몰랐다는 ㅠㅠ;

아 충격..

나의 기억, 그녀의 기억
시간은 함께 흐르지만, 모두의 역사는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그 때 처음 깨달았어요.
어떤 이는 소문으로 기억되고, 어떤 이는 망각으로 기억됩니다.

차라리 흘러가 버렸으면 하는 기억도 있습니다.
과학실의 그 누나도 흘러갔으면 하는 기억 중의 하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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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11-0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누나의 얘기는 정말 헛소문이었음 좋겟네요.
그리고 초등학생때의 님을 기억못하는 여학생이라니 이런.... 산새아리님을 몰라본 그 여학생의 시력과 눈높이가 의심되는구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