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말이지요, 짧게 얘기하고 싶어요. 어쩌면 이벤트와는 상관없이.
모두 그 시절을 지나보내고 나서 지금은 즐겁게 추억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혼자 쌩뚱맞은 글을 올리는거 아닌가, 싶기도 해서 망설여지지만 그냥 내 맘속에서 떠올라버린 이야기여서 짧게 털어놓으려고 합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요. 저처럼 절대적 평범모드 인생을 살아왔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말이지요 학창시절의 추억,은 한바가지 일 것입니다. 그런 절대적 평범모드,에서 잠시 비범모드,로 지냈던 중학생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제가 한번쯤은 했었던 이야기일지도.)

중학교 2학년때, 얼결에 학교 성적이 잘 나와버렸던 시절에 내 주위 친구들은 공부라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애들은 아무도 없었지요. 그래도 성적이 너무 안좋으면 가끔 제가 친구들에게 기본식을 설명해주기도 하던 그런 '비범 모드' 인생의 시기였습니다. 우연히 쉬는 시간에도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나를 눈여겨보던 한 친구가 다가왔고,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친구도 다가왔고, 엉덩이를 삐죽거리며 잘난 척 걷는다고 따돌림당하던 친구도 골반의 뒤틀림 때문에 살짝 절룩거리며 걸을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알아주게 되면서 다가왔고.... 그렇게 몇몇의 친구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뭉치고 몰려다니지는 않았지만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친구'였지요. - 아,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것이 아닙니다. 설마 제 개인적인 우정이야기를 하려고 일부러 찾아왔을라구요;;;;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순전히 저 혼자 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 이야기한 친구들과 같이 겪었던, 비범 모드 인생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그당시 담임선생님은 정말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비극이었지요. 반 학생이 일주일이나 무단 결석을 했는데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것입니다. 우리가 결석한 급우를 찾아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출석을 부르다가 선생님이 하신 말씀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광자는 오늘도 결석인가? 이거 정말 이름처럼 미친년 아냐?'...........................................

학생들에게 하실 말씀은 아니었지요. 아니, 혼잣말로라도 그렇게 얘기하면 안되는거지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선생님과 상관없이 방과후에 우리끼리 무단결석하는 급우의 집을 찾아 갔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였을 거예요. 공항근처,로 찾아간 기억이 있거든요. 아무튼 급우를 찾아 근처를 헤매고 있는데 우리 또래의 여자애를 만났습니다. 걔를 안다면서 우리에게 언니,라고 부르던 그 여자애는 우리와 동갑이었고, 부모님이 보내주지 않아 학교를 다니지 않고,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찾아오는 광자가 부럽다고 했지요. 학교는 그렇게 좋은 곳이구나, 라면서요.

우리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을 갖고 친구가 그리웠던 그 여자애는 우리들 중 누군가가 '우린 나이가 같으니까 친구가 되어줄께'라는 말에 무척 좋아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만들어 낸 이미지일지도 모르지만, 예쁘장하고 상냥하던 그 여자애는 '친구'라는 말을 아주 좋아했지요.

네, 광년이에 대한 추억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같은 반,이었기에 찾아갔던 광년이는 우리가 몇번 찾아간 것에 대한 아무런 감흥이 없었고 우리보다는 보초근무를 서던 오빠들 (아마 군복무중인 녀석들이겠지요)과의 연애질(순수한 사랑,을 떠올리지 마시라고 말씀드리려니 죄송스럽군요. ㅜㅡ)을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전, 정말 어린 나이에 세상을 알아버린 거였을까요?

정말, 정말로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외톨이라고 느끼지 않게 친구가 되어주는 다정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 학창시절의 추억,에는 이런 이야기가 들어있기도 해요.

아, 왠지 분위기가 촤~악 가라앉아버리는 듯한 기분이....당췌 말이지요. ;;;;;
바람돌이 선생님은 제가 꿈꾸던 선생님일 것 같아서 이런 얘길 툭,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거, 아시죠?
글찮슴까? ^^

제가 팔랑도채비처럼 천방지축으로 떠들긴 하지만, 가끔 엉뚱하게 진지할때가 있잖아요. 오늘이 그런 날이라 생각해주세요.

진지함,에서 떠오른 한가지 이야기를 덤으로 붙이자면요

저 말이죠, 고등학교 때 남학교 미술전에 가서 설명 듣다가, 선생님이 그리신 추상화를 설명해주던 남학생이 주구장창 저만 보면서 설명을 해 버리는 바람에 친구와 의 상할뻔하기도 했어요. 설명 끝나고 '저 오빠는 왜 너만 보면서 설명해?'라고 화내더라구요. 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좀 미모가 딸리는데 그런 설명은 아주 진중하게 집중해서 잘 듣거든요. 설명해주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아하겠냐구요. 진중하니 잘 들어주는걸말예요. 그 남학생이 잘 생기지만 않았어도 기분나빠하는 친구땜에 집에 혼자 가진 않았을텐데. ㅠ.ㅠ
그날이 토욜이었는데 월욜 학교가서 들은 얘긴데, 애들이 그 미술반 오빠에게 반해서 일욜도 마구 몰려갔었다네요. 쳇, 애들이 그럴땐 저를 왕따시켜요. 으흑~ 그러고보니 난 오래전부터 왕따였네요? ㅡ,.ㅡ

 

** 아무튼 바람돌이 선생님께 바라마지않는 한가지, 지금처럼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욱 멋진 선생님이 되어주시라는 거예요. 체육대회 1등 먹어 지화자 좋구나 잔치를 할 수 있는 멋진 학생들과 더불어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시는 선생님이 되어주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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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11-06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저를 추켜세워주시는 치카님께 감사를.... (저 그렇게 좋은 교사는 못돼요. 그냥 나쁜 사람만 되지말자 정도? ) 부끄러워요. 이 늦은 시간에 글 올려주신 치카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자기 학생에 대해 그런 막말을 하는 사람은 정말 교단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