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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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따스한 봄햇살처럼 따스한 다람쥐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개미는 마침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잘 모르겠어. 너도 알겠지만, 난 모르는 게 없는데 말이야……."
개미가 말했다.
다람쥐가 끄덕였다.
"내가 모르는 건 이름조차 없는 걸 거야. 그런데 우리가 끝난다는 건……" 계속해서 개미가 말했다. 그리고 머리를 저었다.
다람쥐는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개미는 갸우뚱하며 한 모금을 들이켰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거북이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생일이라고 상상해볼까?"
잠시 후 그들은 생일을 맞았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눈앞에 아주 거대한 케이크가 있고 설탕 눈이 내리고 계절스럽게 먹어대는 상상을 이어갔다.
"이제 우리 다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거북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행복하다고 생각해." 코끼리와 다람쥐가 대답했다.

"우리 친구 맞지, 다람쥐야? 코끼리가 이따금씩 물었다.
"응." 다람쥐가 대답했다.
"각별한 친구?"
"각별한 친구."


『다람쥐의 위로』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모모』가 떠올랐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모모, 다람쥐도 숲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책을 쭉 읽다보면 알겠지만 다람쥐는 단지 따뜻한 위로만 해줄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말도 하지는 않는다. 즉, 실질적인 조언이나 충고같은 건 해주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선에서 할 수 있는 진심을 숲 속 동물들에게 전하는데 절대로 상처되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어느 날, 집을 나선 다람쥐가 하얀 구름에 앉아 있는 코끼리를 보게 된다.
다람쥐는 어떻게 내려갈 수 있을까라는 코끼리의 물음에 그냥 떨어지라고 말한다.
시범을 보여줄 수 있냐는 말에 다람쥐는 너도밤나무 꼭대기에서 요란하게 떨어졌고 큰 혹을 달게 되었다.
코끼리는 다람쥐의 시범을 보고선 그대로 땅으로 수직낙하하듯이 몸을 던졌는데 속도가 빨라 물달팽이집 지붕에 닿게 된다.
깜짝 놀란 물달팽이가 우리 집에 오기로 했냐고 물었고 코끼리는 아니라고 답했다.
마주 앉아 달짝지근한 해초를 먹으며 코끼리는 떨어지는 건 어떤 것인지 물달팽이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 이야기만 들어도 다람쥐가 숲 속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글로 담아내고 있지만, 잠깐 언급하자면 요새 나는 털어놓는 훈련(?) 비슷한 걸 하고 있다.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내버려 둔다는 것은 나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이기에 나름의 훈련을 받으며 그 과정들을 모아 모아 글로 담고 있다.
작년에 넘치고 넘쳤던 힘든 한 해와는 달리 올해는 그저 잔잔하게 흐르는 것 같아 몇 가지의 프로젝트를 계획·이행중인데 잔잔히 흐르는 강물에 누군가가 큰 돌 하나를 던져버렸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그 마음이 이내 실망과 자책으로 이어져.. 솔직히 너무 힘들고 눈물 난다.
난 순진하지도 않고 착해빠지지도 않았다. 순진하고 착해빠졌다는 이유를 들며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리뷰쓰다가 울컥하기는 오랜만인 듯하다. 어쩌면 내게 다람쥐와 같은 친구가 당장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인 조언이나 충고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에게 상처는 절대 주지 않는, 진심만을 전하는, 가만히 어깨를 기댈 수 있는 다람쥐같은 친구가 좋은 친구이자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요 며칠 동안 침구 옆에 있는 책꽂이에 꽂아놓고 생각날 때마다 보고 있다.
(생각이 복잡해 글이 잘 써지지도 않으니 이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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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시는 꺾지 않을래요. 할아버지, 독수리는 왜 그렇게 큰 소리로 울어요?"
"염소젖을 짜 올 테니 얼른 목욕통으로 들어가거라. 독수리 얘기는 저녁 먹고 나서 해 주마."
잠시 후 하이디는 할아버지의 침대 옆에 놓인 새로 만든 높다란 의자에 앉았다. 앞에는 염소젖 사발이 놓여 있었다. 하이디가 다시 독수리에 대해 물었다.
"저 아랫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비웃는 거지. 아마 이렇게 말할 게다. ‘나처럼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산꼭대기로 올라온다면 훨씬 잘 살 수 있을 텐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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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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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유명한 일본 작가의 책을 좀 읽어봤다면 권남희 작가를 모를 리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마스다 미리, 오가와 이토의 책 대부분이 권남희 작가의 번역을 거쳤으니깐.
내가 즐겨읽는 일본 소설의 대부분도 권남희 작가의 손이 거쳐진 번역서였다.
그런 그녀의 첫 에세이집이 나왔다고 하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는 총 6장으로, 1장 하루키의 고민상담소, 2장 잡담입니다, 3장 남희 씨는 행복해요?, 4장 자식의 마음은 번역이 안 돼요, 5장 신문에 내가 나왔어, 6장 가끔은 세상을 즐깁니다로 이루어져 있으며 번역가로서의 일상 이야기와 권 남희로서의 일상 이야기가 묻어나 있다.

권남희 작가는 오롯이 번역일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 늘 마감에 쫓기며 일했다고 한다.
어느 날은 '쓰는 공간'이라는 주제로 인터뷰가 들어왔다고 한다.
집 외에 어느 장소에서 주로 작업을 하는지에 대한 인터뷰인데 자신을 은둔형 외톨이라 생각할 정도로 집에만 있는 저자는 기자에게 딱히 대답해줄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집 앞 카페에서 작업한다고 둘러댈까도 했지만 양심상 거절했다고 한다.
저자는 순수하게 일을 하기 위해서 나간 적은 없다고 한다. 즉, 집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집 안에 서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실에 있는 책상이 전부라고 한다. (그 책상에서 모든 번역서가 나온 거구나!)
가끔씩 저자에게 이러한 인터뷰가 종종 들어오는데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믿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참고로 내 작업 공간은 이렇다. 책상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주방, 오른쪽에는 거실, 앞에는 텔레비전, 옆에는 소파, 발밑에는 멍멍이, 주부미(主婦美)가 철철 넘쳐 난다. 이러니 따뜻한 번역이 절로 나오는 게 아닐까?(웃음)
그래서 나는 번역가라는 수식어보다 '번역하는 아줌마'라는 말이 더 좋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고 와 자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옆에서 통역하던 통역가 샤론 최에게도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봉준호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말을 잘 전달했을 뿐더러 농담까지도 완벽하게 통역하여 극찬을 받았었다. 봉준호 감독도 그녀에게 언어의 아바타라고 칭할 만큼.
이렇듯 번역가나 통역가는 누군가의 말을 '잘',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데 단순하게 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통역을 맡았던 샤론 최에게 모두가 집중했던 것이다.
국내에서 유명한 일본 소설의 대부분은 권남희 작가의 손을 거쳤다고 앞서 말했는데 그녀 또한 같은 이유로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말이 아닌 책이기에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고 혹여나 단어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달라지기에 이런 부분 또한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였는지 갑자기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외국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오역이 발생해 논란이 있었었다.
이렇듯 단어 하나로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에 번역이든, 통역이든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 처음 영어를 배우던 때가 생각난다.
그 때,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게 너무 기대되고 가슴 벅차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물으면 '영어'라고 먼저 대답할 정도로 영어를 너무 좋아했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로는 충족되지도 않고 부족하다 느껴 엄마에게 부탁하여 영어학원이나 학습지를 배우면 안 되냐고 할 정도였다.
당시에는 집안 사정 때문에 길게 배우진 못했지만 1-2년 정도 영어 학습지를 배웠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내 생애 최고로 공부가 너무 재미있다고 느꼈을 정도였다.
중학교 때부터 미드나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가장 좋아하는 채널이었었다.
그 때, 품었던 꿈이 통역가, 번역가, 외교관이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내신 위주의, 수능 위주의 공부만 하다보니 흥미도가 뚝 떨어지면서 그 꿈 또한 자연스레 사라졌던 것 같다.
권남희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나니, 나도 예전에는 권남희 작가와 같은 훌륭한 번역가가 되는 꿈을 품었는데 흐지부지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권남희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나니, 그녀가 낸 번역서는 왜 따뜻함이 묻어나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권남희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나니, 내가 앉아있는 내 공간_한 벽면이 책으로 덮혀 있고 한 벽면에는 새하얀 피아노가 있고 한 벽면에는 책상이 있고, 피아노와 책상 위에는 꽃들이 있고_을 한 번 쭉 훑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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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Before You (Mass Market Paperback)
조조 모예스 / Penguin Group USA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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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 are pretty much the only thing that makes me want to get up in the morning."

🎬
"Will you stay?"
"For as long as you want me to."

🎬
"Live boldly, Clark. Push yourself. Don't se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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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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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북한과 관련된 책은 이번이 세번째인데, 책장을 딱 덮고나니 북한의 이념과 사상에 대해 배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2018년 4월 15일, 전세계의 모두가 주목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바로 남북정상들이 최초로 분단경계선을 함께 넘은 것이었다.
김정은 위원이 분단경계선을 건너와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남한으로 넘어오는 장면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 뒤를 물려받은 김정은은 연일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전까지는 보여주지 않는,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를 고수했다면 김정은은 보여주기 식을 행하였다.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많이 달라졌는데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연상케 한다고 평가받는다.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를 연상시키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북한 내에서 신뢰도와 같은 입지적인 면에서 넓지 않았기에 많은 신뢰를 받았던 김일성을 의도적으로 따라한 것이었다.
또한, 아버지, 할아버지와는 달리 부인과 함께 공개석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었고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문화적 배경을 꾀한다.
그렇다고 호의적으로 변했다고는 할 수 없다. 북한 내에서는 고모의 남편인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자신의 길에 도움되지 않는다 싶으면 없애버리는 공포정치도 행하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는 전세계적으로 매번 입방아에 오르곤 하는데 저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인들의 문화나 심리적인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열려있지만 그에 반해 북한은 닫혀있다.
말도, 행동도 항상 조심해야 하며 국가에 대항하는 태도를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 심지어 종교 생활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위반된 행동을 할 시에는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김씨 일가를 '장군님', '수령님'이라 깍듯이 받들며 신처럼 모신 북한인들이기에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우리가 다 헤아릴 순 없다.
비록 두 갈래로 길이 갈라져 다른 방향으로 걸었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나 같이 걷게 되는 날, 그 때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북한인들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그들의 문화를 심층적으로 다룬 『고난과 웃음의 나라』는 언젠가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 닥칠 우리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미리 들려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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