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 20년간 우울증과 동행해온 사람의 치유 여정이 담긴 책
고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하나, 책과 마주하다』

때로는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난 상처가 더 아프기도 하다.

하교 후, 따뜻한 집을 마주하지 못했던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상처가 가득했다.
365일 중 360여일은 술에 취해있던 아빠가 이른 저녁부터 술주정과 욕설을 퍼부었으며 가장은 엄마였기에 늦은 시간에나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아이들에게 줄 과자를 사오거나 사랑한다고 말하니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어린 시절에 쌓아야 할 정서적 안정감을 쌓지 못한 채 서서히 무너져만 갔다.
열다섯이 되던 어느 여름 밤, 저자는 처음 자살 시도를 했다.
보일 듯 말 듯한 자국만 남긴 채 다행히도 저자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런 기억으로만 저자가 늪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기억에 대한 봉인을 택했고 이십 대 중반에서야 꺼내게 된 그녀의 한 기억도 읽는 내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지하철에서 성희롱을 당해도 치떨리는데 그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따돌림을 당했고 중학교 때도 홀로 외로움을 삼켜야만 했다.

아빠는 혼란과 고통을 줬다. 사랑 많은 엄마는 내 곁에 머물 수 없었다. 언니는 언니의 세상을 지키느라 바빴다. 친구는 아픔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어디에도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가시와 얼음만 가득한 세상. 어릴 때부터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렇게 저자는 중학교 3학년 말에 엄마를 설득해 정신과 병원을 다니게 된다.
어린 나이에 정신과를 다니게 된 그녀.
그렇게 저자가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고 그녀를 옭아맸던 나쁜 사건들로부터 해방되길 바랐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교직에서 과감히 물러나 우울증에서 벗어나보고자 친구와 함께 떠나게 된 세계여행.
2015년 11월 30일, 그녀는 같은 교회를 다니는 십년지기와 함께 방콕으로 향했다.
짧은 방콕여행을 거쳐 라오스로 향한 그녀들은 스무 시간 남짓 걸리는 루앙프라방을 가기 위해 이층 슬리핑 버스를 타게 된다.
그리고 그 버스는 그녀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안겨주게 된다.

그 사실을 머리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공포로 비명 같은 울음이 터져 나오기도 전에, 두 귀를 찢어내기라도 하듯 엄청난 굉음이 사정없이 파고 들었다. 육중한 쇳덩이가 거칠게 아스팔트를 긁어대는 소리와 유리창이 깨져나가는 소리가 사방에서 정신없이 들려왔다.
내 인생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버스가 전복되고 있었다.


감히 저자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글로서 표현할 순 없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충분히 이해갔기에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중략)
중학교 3학년이면 어린 나이인데, 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신과를 가야겠다고 택한 저자의 결정을 보며 얼마나 많은 고민 속에 슬픔과 고통 그리고 의지와 용기가 있었을지….
당시, 그 버스 사고를 뉴스로 접했던 기억이 있다.
침대 버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복된 사건이었는데 당시 부상당한 이가 저자였고 사망했던 이가 저자의 친구였다니.
10년 지기 친구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끽하며 새로운 시작을 다질 수 있는 계기이길 바랐던 여행이 한순간에 그렇게 무너져야만 했다는 것이 (일면식도 없지만) 눈물이 났다.
친구를 떠나보낸 슬픔 그리고 오랫동안 반복된 수술 속에 큰 고통을 감내하며 살고있는 저자의 감정을 그 누가 함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후 친구를 마주하기 위해 사고현장을 찾은 그녀.
그녀는 친구가 아닌 그녀 자신에게 편지를 남긴다.
마침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 너, 그런 너와 함께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려고 해. 어두운 길 가는 누군가에게 따스한 빛 한 조각 내어줄 수 있는 여행을. 마음 아픈 누군가에게 진실된 공감 한 조각 건네어 줄 수 있는 여행을. 오늘도 죽음을 생각한 누군가에게 하루를 더 살아낼 힘을 주는 그런 여행을.

저자가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라는 말보단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앞으로 그녀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더 잘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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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한 사람의 심장이
미어지는 것을 멈출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라.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면,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지친 새 한 마리 둥지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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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어떤 일이든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던 엄마였지만,
엄마에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불행을 감당할 수 있는 면역력이 없었다.


요즈음, 나는 조금 느려진 것 같다. 아니, 많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하나건 둘이건 그 이상이 내게 주어졌다면 '빨리 빨리' 해냈는데 지금은 '빨리 빨리'는 고사하고 평소 속도도 못 따라갈 정도로 많이 느려졌다.
모든 것이 느릿해졌고 일부는 내려놓기도 했다. 일 그리고 공부는 물론이고 연재글도 덩달아 속도가 늦춰져 거기서 받는 마음의 짐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일 쓰던 일기도 통 쓰질 않았다. 그래서 요새는 글자보다 음표에 몸을 싣고 있다.
진즉 읽고, 진즉 (리뷰) 쓴 책이지만 한 권씩 천천히 올려야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책이 있고 무거운 마음으로 읽는 책이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을 때가 있는데 처음부터 마음이 아팠다.
제목은 『엄마는 괜찮아』였지만 '엄마는 괜찮지 않았다.'가 더 맞지 않나 싶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죽음, 책은 그 날부터 시작된다.
"여보, 나 집에 가고 싶어."라는 말이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라 오해했던 가족들.
"네 엄마가, 네 엄마가……."라는 말과 함께 어머니가 베란다에서 몸을 던졌다는 새벽 1시에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
서울에서 대구까지 어떻게 내려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었던 저자는 '도윤아, 왔나?'라는 어머니의 웃음이 아닌 어머니의 차디찬 손을 마주해야만 했다.
저자의 어머니가 처음부터 '우울증'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저자의 형 또한 우울증이 심해 출입이 제한되는 폐쇄 병동에 머물게 되는데 형의 우울증이 어머니에게 고스란히 전염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도 대구에 있는 대학 병원에 두 달을 입원해있다 퇴원하고 또 다른 병원에 입퇴원하게 된다.
그러다 장기 입원할 수 있는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당시 병명이 화병에 의한 불면증과 우울증이었다고 한다.

우리네 엄마들은 오롯이 '가족'을 위해 사는 것 같다.
책에도 나오듯이, 어머니의 장례식은 지독할만큼 조용했다고 표현하는데 참 마음 아프다.
(물론, 산악회 혹은 교회 모임 등에 참여하는 '엄마'들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을 제외하곤) 대개 결혼하고선 오롯이 가정을 위해 살다보니깐 자연스레 친구들과의 만남도 멀어지고 자식들을 위해 맞벌이까지 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일찍 철든 것이 이유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일찍이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다.
대학교 때, 서너 개의 알바를 할 때도 엄마가 쉬는 평일은 일부러 비워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엄마의 장황한 이야기부터 사소한 말 한마디까지 들으며 좋은 곳에 데려가고, 좋은 곳을 보여주고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게 연결고리의 역할을 했다.
그것이 엄마의 '딸'이 아닌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살한 이들의 유가족을 다뤘던 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남편을 가슴에 묻게 된 아내의 인터뷰 중에 그런 말이 있었다.
은행잎이 떨어지는 가을날, 남편이 그렇게 떠나게 되었는데 아내는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질 않았다고 한다.
은행잎에 맞아도 죽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나가질 못했다고 한다.

떠난 사람들은 붙잡으려 해도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그런데 떠나려는 사람들은 아직 세상에 있기에 붙잡을 순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잘 살아.', '잘 살려고 노력해봐.'의 충고가 아닌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
저자를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그들이 그 아픔을 다 털어낼 순 없겠지만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기도한다.

따뜻한 작은 손길 한 번이면 한 사람의 하루는 온기로 가득할 수 있다.
그 온기에 다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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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왜 자신의 성공을 우연이라 말할까 - 성공을 소유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가면 증후군 탐구
밸러리 영 지음, 강성희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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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가면증후군을 가진 여성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메시지다.
운도, 우연도 아닌 오롯이 그것은 당신의 성공이라고.

1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을 가진 여성들과 그 의미에 대해, 2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을 가지게 된 일곱 가지 이유에 대해, 3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을 가진 것이 오롯이 본인의 탓이 아니며 이를 가지게 된 여러 가지 환경 혹은 배경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본다.
4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을 가진 여성들의 대한 예시에 대해, 5장에서는 성공의 필수요소 및 이를 진정으로 소유하는 방법에 대해, 6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의 유형별로 능력을 보는 관점에 대해 나온다.
7장에서는 실패, 비판을 이기는 법에 대해, 8장에서는 배려와 관계에 대해, 9장에서는 성공을 꺼려하는 이유에 대해, 10장에서는 될 때까지 되는 척하는 전략에 대해, 11장에서는 모르는 길도 아는 것처럼 모험하는 전략에 대해, 12장에서는 대범하게 권리를 되찾는 방법에 대해 나온다.

여성들은 자기 능력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스물한 살 여성, 갓 대학원을 마친 박사과정 후보자, 10년, 20년씩 일해 온 직장인, 어느 여성에게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죠. _어느 명문여대 소수계학생처 처장

어쩌면 이 책은 저자 본인에게 필요한 책이었다고도 한다.
저자 또한 가면 증후군을 가졌었고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여성들과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면 증후군을 가진 여성들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했다.
회사 임원, 의사, 대학교수 등과 같은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물론, 남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도 가면 증후군을 겪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가면 증후군이 여성을 더 많이 억압하기 때문에 이 책의 주 대상은 여성이라 할 수 있겠다.

· 자신의 성공이 타이밍, 운 또는 전산상의 실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 '내가 할 수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가?
· 업무상의 아주 사소한 실수에도 괴로워하는가?
· 건설적인 비판마저 내 부족함의 증거라고 여겨 절망에 빠지는가?
· 어떤 일에 성공하면 이번에도 사람들을 잘 속여 넘겼다고 생각하는가?
· 진짜 실력이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걱정하는가?

이 질문에 일부 혹은 전부 해당된다면 본인 스스로에 대해 깊은 의심을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어느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루었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마음 한 켠에서는 자신이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사기꾼 내지 가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면 증후군은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 행동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진짜 사기꾼의 행동을 하는 것과도 다르고 속임수를 쓰는 행동을 하는 것과도 다르다.
또한, 가면 증후군은 낮은 자존감의 다른 이름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허나, 가면 증후군이 있다해도 실제로 이를 키우는 자기제한적 사고를 끊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방법이 이 책 한 권에 다 들어있다.

앞서 목차를 소개했듯이 2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을 가지게 된 일곱 가지 이유에 대해서 나온다.
간단히 축약하자면 이렇다.
첫번째, 당신을 키운 건 인간이다. 예컨대 '나'를 키우는 건 '나' 자신이 아닌 부모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부모들이 설계해놓은 목표에 맞춰 살아가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부모도 인간에게, 즉, 부모의 부모에게 양육되었다.
결국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의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해 그 자리에 선 것과 나 스스로가 결정하여 선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두번째, 당신은 학생이다. 배우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고 배우지 않았기에 멍청하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즉, 나는 학생인 것이다.
세번째, 자기불신을 키우는 조직문화 속에서 일한다.
네번째, 혼자 일한다.
다섯번째, 창조적인 분야에서 일한다.
여섯번째, 당신은 낯선 나라에 들어온 이방인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소속감은 자신감 나아가 자존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인데 자신이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느낀다면 어느 순간 가면 감정이 쉽게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일곱번째,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을 대표한다.

난 운이 좋은 게 아니었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_마거릿 대처

물론 성공에는 행운, 타이밍, 인맥, 성격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100%는 없다.
100% 행운으로 혹은 100% 타이밍으로 성공하지는 않는다.
뭔가 성공했다라고 하면 모종의 행운이 가져다주었다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즉, 다가온 행운으로 무엇을 하느냐이다.
행운과 쌍둥이라 할 수도 있는 타이밍. 타이밍도 행운과 마찬가지다. 즉, 자신에게 타이밍이 주어졌을 때 이를 어떻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냐는 것이다.
이렇듯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운도, 타이밍도, 인맥도, 성격도 자신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물론, 나는 아직 어떠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 있기에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관심있게 읽었던 것은 사실이다.
굳이 예라고 할 순 없지만 어떠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응! 이번 프로젝트는 (내가) 참 잘해낸 것 같아.'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이런 이들이 꽤 많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론 '응. (내가) 유능해서 해냈어!', '응. (내가) 유능해서 성공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한 '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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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홍시뿐이야 - 제12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김설원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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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또와 아저씨집에서 얼마 살지도 못하고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아란.
아란은 엄마와 함께 살다가 또와 아저씨집에 들어가게 된다. 아란의 입장에서는 입양가족이나 다름없었으리라.
엄마는 또와 아저씨가 엄마에게 빚진 게 있으니 부담갖지 말라고는 하나 아란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눈치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불과 열여덟살의 한 아이이니 말이다.
밥도 주고 잠도 자게 했으니 그러려니 하며 별 문제 없었지만 살게 된지 며칠 만에 또와 아저씨네가 파산하게 되면서 일자리와 잠잘 곳을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엄마에게 연락하고 또 연락했으나 결국 닿지 않았고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자리를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고시원에 살더라도 집보다는 일자리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소식지를 찾아보다 '독채, 보증금 무, 월세 십만원'이 시선을 확 사로잡게 된다.
미성년자인 아란은 조마조마했지만 이것저것 따져 묻지 않는 덕에 무사히 잠잘 곳은 구하게 된다.
또한, 알바를 구한다는 치킨집을 보게 되면서 치킨홍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일하게 된다.
싱글녀인 치킨홍은 지적장애인 남동생과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외삼촌의 아들도 함께 살고 있었다.
외삼촌이 베트남 출신 아내를 맞아들면서 아들을 낳게 되었는데 일을 하다 식물인간이 되었고 외삼촌의 아내는 아이를 치킨홍에게 맡겨놓고 베트남으로 가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섯살의 나이라 생각하겠지만 참 어른못지않게 곧고 참을성이 강한 아이이다.
그렇게 치킨집에서 일하게 된 아란은 엄마를 기다리고 기다리며 엄마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물론, 이해되지 않을 때도, 원망스런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이해하려 노력한다.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그들이 한데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으로 책은 끝이 난다.

말랑말랑한, 온기있는 홍시 오천원어치를 사는 아란. 유난히 홍시를 좋아했던 엄마를 위해 홍시를 사고 또 산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한 소녀.
유일한 혈육인 엄마마저 완전히 연락이 끊기게 되어버린 이 시점에 소녀는 정말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살기 위해, 살아야 하니깐 돈을 벌기 위해 가게 된 한 치킨집. 그렇게 그 소녀는 그들과 또 다른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자식버린 부모는 정말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예로서, 고 구하라의 엄마도 정작 아이들을 버릴 때는 언제이고 재산 한 푼이라도 덥석 가지겠다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참 인간이 할 짓인가 싶다.
없이 살아도 함께 있으면 '의지'라도 되는 것 또한 사실인데 핏덩이같은 자식들을 버리는 부모들은 매정한 면도 없지않아 있다.
아란은 도움 받을 곳이 없으니 집을 구하는 것도, 일을 구하는 것도 나이를 속이며 구하게 된다.
'미성년자'라는 타이틀이 발목을 잡고있으니 매번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소외가정, 대안가족 등 사회적 키워드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분명히 이런 가정이 존재하고 이보다 더 심각한 가정도 있기에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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