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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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어떤 일이든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던 엄마였지만,
엄마에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불행을 감당할 수 있는 면역력이 없었다.


요즈음, 나는 조금 느려진 것 같다. 아니, 많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하나건 둘이건 그 이상이 내게 주어졌다면 '빨리 빨리' 해냈는데 지금은 '빨리 빨리'는 고사하고 평소 속도도 못 따라갈 정도로 많이 느려졌다.
모든 것이 느릿해졌고 일부는 내려놓기도 했다. 일 그리고 공부는 물론이고 연재글도 덩달아 속도가 늦춰져 거기서 받는 마음의 짐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일 쓰던 일기도 통 쓰질 않았다. 그래서 요새는 글자보다 음표에 몸을 싣고 있다.
진즉 읽고, 진즉 (리뷰) 쓴 책이지만 한 권씩 천천히 올려야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책이 있고 무거운 마음으로 읽는 책이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을 때가 있는데 처음부터 마음이 아팠다.
제목은 『엄마는 괜찮아』였지만 '엄마는 괜찮지 않았다.'가 더 맞지 않나 싶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죽음, 책은 그 날부터 시작된다.
"여보, 나 집에 가고 싶어."라는 말이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라 오해했던 가족들.
"네 엄마가, 네 엄마가……."라는 말과 함께 어머니가 베란다에서 몸을 던졌다는 새벽 1시에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
서울에서 대구까지 어떻게 내려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었던 저자는 '도윤아, 왔나?'라는 어머니의 웃음이 아닌 어머니의 차디찬 손을 마주해야만 했다.
저자의 어머니가 처음부터 '우울증'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저자의 형 또한 우울증이 심해 출입이 제한되는 폐쇄 병동에 머물게 되는데 형의 우울증이 어머니에게 고스란히 전염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도 대구에 있는 대학 병원에 두 달을 입원해있다 퇴원하고 또 다른 병원에 입퇴원하게 된다.
그러다 장기 입원할 수 있는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당시 병명이 화병에 의한 불면증과 우울증이었다고 한다.

우리네 엄마들은 오롯이 '가족'을 위해 사는 것 같다.
책에도 나오듯이, 어머니의 장례식은 지독할만큼 조용했다고 표현하는데 참 마음 아프다.
(물론, 산악회 혹은 교회 모임 등에 참여하는 '엄마'들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을 제외하곤) 대개 결혼하고선 오롯이 가정을 위해 살다보니깐 자연스레 친구들과의 만남도 멀어지고 자식들을 위해 맞벌이까지 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일찍 철든 것이 이유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일찍이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다.
대학교 때, 서너 개의 알바를 할 때도 엄마가 쉬는 평일은 일부러 비워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엄마의 장황한 이야기부터 사소한 말 한마디까지 들으며 좋은 곳에 데려가고, 좋은 곳을 보여주고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게 연결고리의 역할을 했다.
그것이 엄마의 '딸'이 아닌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살한 이들의 유가족을 다뤘던 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남편을 가슴에 묻게 된 아내의 인터뷰 중에 그런 말이 있었다.
은행잎이 떨어지는 가을날, 남편이 그렇게 떠나게 되었는데 아내는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질 않았다고 한다.
은행잎에 맞아도 죽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나가질 못했다고 한다.

떠난 사람들은 붙잡으려 해도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그런데 떠나려는 사람들은 아직 세상에 있기에 붙잡을 순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잘 살아.', '잘 살려고 노력해봐.'의 충고가 아닌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
저자를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그들이 그 아픔을 다 털어낼 순 없겠지만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기도한다.

따뜻한 작은 손길 한 번이면 한 사람의 하루는 온기로 가득할 수 있다.
그 온기에 다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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