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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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배우로서의 인상이 깊은 것과 동시에 저자를 보면 사랑과 나눔 또한 자연스레 연상된다.

그런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책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저자, 정 애리는 삶의 고비를 여러 번 넘으면서도 여전히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으로 위로와 희망, 나눔과 봉사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배우이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드라마와 연극, 영화로 세상을 만났고 여전히 왕성히 활동하며 이웃을 돕는 일이라면 주저 없이 나서고 있다.



목차

다시, 그대에게 쓰는 편지


01 매일, 시를 쓰는 마음으로

수고가 매달렸습니다 | 끝내 살아냈다는 흔적 | 두 번째 걸음 | 이야기를 담談다 | 견디는 힘 | 삶을 되감을 수 있다면 | 생명수 | 생각 접기 | 통의 변신 |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한 상 | 마음 반사경 | 너를 존중하는 법 | 눈사람 | 일상이라는 작품 | 가지치기 | 마음속 표지판 | 채우는 사랑 | 잠긴 시간의 문 | 이 순간을 나눕니다 | 행복의 목적지


02 깊이를 더해가는 삶

내가 나를 가두는 날 | 딱, 김밥처럼만 | 호박꽃처럼 예쁜 당신 | 실패를 쌓는 시간 | 살아내는 풍경 | 당신이 높이 날아오를 때 | 인생의 리듬에 맞춰 | 당신에게 필요한 말 | 나와 만나기 | 그저 물처럼 | 홀로 선 그대에게 | 하모니의 조건 | 잃어버린 골목길의 추억 | 세월타기 | 연마의 시간 | 내 맘대로 안 되는 것 | 또 다른 길 | 날마다 배움 | 내 안의 뿌리 | 누가 뭐래도 내 인생


03 실패로 쌓은 지혜

사는 날이 다 공부 | 고요한 마음 | 깜냥의 크기 | 치대기의 기술 | 기다려주고 믿어주기 | 서로에게 기대어 | 경계 사이에서 | 지혜를 더하는 길 | 생이 지는 저녁 | 진짜인 줄 알았는데 | 배신의 이면 | 가시나무 | 내어주기 | 빈 의자가 주는 위로 | 모든 것이 제자리로 | 마음의 잡초 | 개망초의 속사정 | 인생길 | 세상보다 큰 짐 | 바리케이드 | 내가 살아낸 계절 | 부끄럽지 않은 식사 | 마지막 부탁 | 내게 와닿은 말


04 다시 새기는 희망

멀리 보라 | 마음을 비추는 액자 | 행복이 머무는 자리 | 두 갈래 길 | 바람과 추는 춤 | 기쁨 터지는 날 | 안전 가드 | 마음에 등불을 켜고 | 전봇대 연가 | 빛과 그림자 | 이다지도 선명한 생生 | 어디서든 빛나는 벚꽃처럼 | 행복이라는 행운 | 띄어쓰기 | 선명한 답 | 단풍의 시간 | 비바람이 건넨 선물 | 담쟁이의 길 | 다시, 시작 | 온 우주를 담아 너에게


05 비워야 내가 되는 나눔

허락된 눈물 | 힘내기 힘 빼기 | 2017년 1월 26일 | 이름값 | 익숙한 자리 | 가장 절실한 것 | 손 그늘 | 언니의 자장가 | 바늘로 얼음을 가르듯이 | 여름이 도착했다 | 위로의 번호 | 이자 받으러 오세요 | 유오디아 | 엄마 바지 | 엄마, 나의 언덕 | 그러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긴 편지의 끝에서



매일, 시를 쓰는 마음으로


공감할 수 없다면 가만히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훈수라는 이름으로 일일이 참견하지 않아도

충분히 힘든 경우가 많으니까요.


……


사람마다 다릅니다.

기쁨을 받아들이는 것도

슬픔과 아픔을 수용하는 것도.


그냥 다 나처럼 살아라 할 순 없습니다.

너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


프로그램 하나를 추천하라고 하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추천할 것 같다.

생각날 때면 유튜브를 통해 꼭 챙겨보는데 그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잔소리와 충고의 차이를 물어보는 질문에 한 아이가 답한다.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

정말, 명언이 아닐 수가 없다.


사실 처음 저 바닥을 봤을 때는

왠지 핏빛으로 느껴졌었어요.

주변에 상처 입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을까요.

다들 열심히 사는데….


밖에 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그치면 저 흔적들도 많이 사라지겠지요.

우리 사는 세상에도

따뜻한 사랑의 비가 내려서

세상의 상처도 많이 닦이고 씻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상처가 나고, 그 자리에 계속 상처가 나면 결국 아물 틈이 없어 곪고 곪을 수밖에 없다.

육체와 마찬가지로 마음 또한 그렇다. 어쩌면 회복되는 데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상이라 할 수도 있겠다.

마침 오늘 레슨 중에 대화를 나누다 마음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론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그리고 언젠가는 꼭 떨쳐내 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바탕 내리는 비에 씻겨내려지듯, 한바탕 비가 오고나면 무지개가 뜨듯 언젠가는 꼭 치유될 것이다.



깊이를 더해가는 삶


그러나

최선을 다했는데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경우도 참 많습니다.


……


최선도 좋지만

차선도 좋습니다.


……


그도 저도 아니고 밀려서 오셨나요?

어떻습니까.

그래도 오지 않았습니까.

애 많이 쓰셨습니다.


당신은 살아 있습니다.

그거면 된 거지요.

우린 또 길을 걸어가면 되니까요.


우리는 인생의 계단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고 있다.

어느 날은 잘 올라가다 발 올리기 힘들어지더니 몇 번이나 시도해도 못 올라갈 때도 허다하다.

허나, 그래도 괜찮다.

과외할 때, 학생들에게 해줬던 말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말이었다.

난 그런 말을 해준 이가 없어 실패의 연속을 맛볼 때면 자존감이 축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당연히 속상하기 마련인데 그것을 연속으로 부딪히게 되면 그 타격감이 굉장하다.

조금 물러나면 어떠하리. 조금 뒷걸음치면 어떠하리.

괜찮다. 이 또한 주어진 인생에서 배울 수 있는 한 순간이니깐.


네 잎보다는 세 잎이 지천입니다.

행운보다는 행복이 훨씬 더 쉽다고 얘기하듯이요.

코팅해 간직할 네 잎 클로버가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오늘도 난 지천의 행복을 누리겠습니다

_정 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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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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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엄마의 엄마』는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에 이어 읽게 되었다.

전작을 읽을 때도 작가의 필력에 대단함을 느꼈었는데 이번 작품도 역시나였다.

아마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잔잔한 이야기에 이내 포옥 빠져들 것이다.


저자, 스즈키 루리카는 2003년 생으로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문학상의 상금을 모아 좋아하는 잡지를 사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타고난 재능으로 초등학교 4, 5, 6학년에 걸쳐 출판사 쇼가쿠칸에서 주최하는 '12세 문학상'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매년 생일에 맞추어 소설집을 출간해오고 있으며 『엄마의 엄마』는 2019년 출간된 세 번째 소설집이다.



> 목차

태양은 외톨이

신이시여, 헬프

오 마이 브라더



하나미의 중학교 입학 그리고 사치코 (feat. 돈)


더울 땐 팥소 장인을, 추울 땐 미나미 하루오를 생각하라는 엄마의 열변을 듣는다 할지라도, 역시 더울 때는 너무 덥고 추울 때는 너무 춥다.

"갑부는 여름에는 시원하게 지내고 겨울엔 따뜻하게 지낸다더라."

엄마의 말을 듣고 나면 이는 돈 있는 사람과 돈 없는 사람의 차이겠지. 물론, 하나미는 후자에 속한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하나미.

입학 전에 받아든 교복 주문서에 엄마는 기겁을 한다.

하마터면 학군이 다른 교복을 입을 뻔 했지만 새 교복을 입는 데 감사함을 느끼며 절대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친한 친구들도, 선생님도 중학교에 없지만 오하라 사치코라는 친구와 처음 사귀게 되었고 이내 집으로 초대받게 된다.

초콜릿 브라우니 같은 벽돌이 쌓아진 양옥집, 그 안은 노랑, 빨강, 분홍색의 장미가 마당을 뒤덮고 있었다.

고급 브랜드의 마크가 새겨진 슬리퍼는 분명 집에 있는 신발 전부를 합쳐도 못 이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책상, 유리 테이블, 책장, 옷장, 침대가 있는 사치코의 방은 고급스러움이 물씬 묻어났고 대접 받은 홍차는 물론 수제 장미잼이 그 정점을 찍었다.

피아노 위에 있던 사진은 사치코는 없는 아버지, 어머니, 사치코의 여동생만이 있었고 방에 있는 사진은 사치코가 있었다.

같은 날 찍은 사진이 분명했는데 하나미가 계속 바라보자 사치코는 그 궁금증을 곧장 해결해 주었다.

어머니가 사치코가 있는 상태에서 재혼을 하게 되었고 이후 여동생을 낳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엄마, 즉, 사치코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보내드릴 사진도 찍었는데 이 때 사치코는 빠졌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미와 사치코는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사치코는 하나미에게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털어놓았을까? 그리고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하얀 장미 두 송이 그리고 겐토


사치코에게 선물받은 장미 중 하얀 장미 두 송이를 겐토에게 건넨 하나미.

어느 날, 한 청년이 겐토를 찾아오게 된다.

겐토와는 동창이었던 야스타케는 어쩌다 하나미에게 둘 사이에 있던 일들을 다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겐토를 결국 만나지 못한 야스타케는 하나미에게 대신 전해주라며 하얀 장미 두 송이를 건넨다.

하얀 장미에는 '깊은 존경'과 '나는 당신과 어울립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하얀 장미 두 송이는 '이 세상에 우리 둘 뿐이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연 겐토와 야스타케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책의 백미 중 하나는 하나미와 겐토의 티키타카다.

10대와 20대라는 사실부터 나이차가 굉장하지만 그들의 티키타카를 볼 때면 절로 미소 지어진다.


"그리고 겐토, 겐토라고 함부로 부르는데 나 너보다 한참 어른이거든?"

"그럼 집주인 아줌마의 아들, 이층의 무위도식자, 미스터 니트."

"겐토면 됩니다. 아니, 제발 겐토로 부탁합니다."


"아, 외출했었네? 시간 때우다 왔어?"

"갑자기 무례한 소릴 하네. 뭐, 그 말대로지만. 그 장미는 웬 거야?"

"친구가 줬어. 마당에 가득 피었다면서."

"그래? 그런데 문 앞에 그렇게 두니까 꼭 내가 죽은 것 같다?"

"뭐 어때. 어차피 비슷하잖아?"

"거듭 무례한 발언인데. 하지만 받아칠 말이 없는 내가 한심하군. 그나저나 예쁘다. 고마워."

"향도 엄청 좋아. 방 냄새가 조금은 가실 것 같아서."

"냄새라니. 하긴, 그것도 사실이니까 두 손 두 발 다 들 뿐입니다."




(서로 원하지 않았던) 삼대의 동거


까만 바지에 자주색 블라우스를 입을 깽 마른 한 여자가 바닥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집에 들어가려는 하나미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하나미냐?

"하나미 맞지?"

엄마가 집에 없다는 소리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난 할머니.

하나미는 엄마에게 이를 얘기하였고 엄마는 한밤 중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속을 게워냈다.

엄마는 하나미에게 두렵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절대 상대하지 말라고만 일러둔다.

그리고 다음 날 그 할머니의 존재에 대해 하나미는 알게 된다. 바로 죽었다고 생각했던 할머니였다.

덧붙여, 엄마가 죽어라 중노동을 하고도 집에 돈이 없는 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4월부터 받지 못했다는 돈을 받기 위해 이 집에서 머문다는 다쓰요 씨, 그러니깐 하나미의 할머니는 배째라 식으로 이 집에서 머물게 된다.

할머니는 엄마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을까? 사랑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삼대가 지내는 그 시간 동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결혼도, 출산도 내게 먼 이야기같지만 '모성애'라는 단어는 그렇게 멀게 느껴지진 않는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나이차 많이 나는 막내동생을 내 손으로 거의 키웠으니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어떤 마음인지는 잘 알고 있다.

막내동생이 돌이 막 지날 때, 학교 방학이 겹쳐 외가집에 내려가게 되었다.

막내동생도 이후 엄마가 데려와 외가집에서 같이 머물게 되었는데 항상 새벽 2시면 우유를 찾았다.

외할머니께서 일찍 잠드시고 일찍이 일어나시는데 괜스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고 한편으론 내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초등학생의 나이였지만 새벽 1시 40분쯤 되면 누가 깨운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일어나 부엌으로 향해 분유부터 탔다.

그렇게 분유를 타고 방에 조용히 들어오면 마침 막내동생이 눈을 떠 분유를 먹이고 트름을 시켜 다시 잠을 재웠다.

2주를 그렇게 지냈는데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힘들지 않았다.

바빴으니깐, 시간이 없으니깐 하지 못했던 것을 그대로 동생에게 주고 싶지 않아 틈날 때면 여동생과 함께 막내동생을 데리고 동물원은 물론이고 놀이동산, 박물관에도 열심히 데리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중, 고등학생이 어린 동생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녔으니 가끔씩 셋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추억에 빠지곤 한다.)

내 자식이 아닌 동생에게도 이렇게 애틋하고 모성애까지 자연스레 느꼈을 정도인데 어느 부모가 자식 귀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물론, 예외도 있다. 이번에 정인이 사건만 봐도 그렇다.

혈연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더라도 '가족'이라는 공동체로 묶인 것인데 어떻게 예쁘고 여린 아이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예전에 3-4세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 읽어주고 볼풀에서 놀며 순식간에 마음을 준 예쁜 아이들은 집에 가려는 나에게 시키지 않았는데도 한 명씩 포옹해주었었다.

그렇게 천사같은 아이들인데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거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안 보려 했는데 CCTV 보고선 절로 눈물이 나 내 아이가 아닌데도 가슴이 미어질 정도였다.

크게 보자면, 두가지의 경우다.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의 끈으로 이어진 경우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 그 어떤 끈도 끊어져 버린 경우.

매정하게 딸을 버린 엄마 그리고 절대로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딸.

할머니는 엄마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을까? 사랑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나미의 할머니가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책에서 꼭 확인해 보시길.

하나미에게 말한 할머니의 말이 자꾸 맴돈다.

"태양은 언제나 외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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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0 0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1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10111 - 210117






지난 주에 내린 폭설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한파와 함께 내린 눈이 참 밉기만 하다.

이럴 땐, 마당있는 집이 좋을 리 없다.

낙산홍에 눈이 잔뜩 쌓인 것을 보고 마음을 착 가라앉힌 뒤에 눈 치울 무기인 삽을 들고 계단으로 내려가 마당에 쌓인 눈을 또다시 치웠다.





폭설로 인해 괜스레 병원 가는 것도 힘들어 병원 예약도 다 미루고선 지난주부터 아예 나가질 않았는데 거의 일주일 만에 잠깐 외출하여 바깥 공기를 제대로 마셨다.

이전 글에 썼듯이 일상이야기로 가득 채우며 블로그 활동할 때는 이런 저런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었다.

소통했던 블로그 이웃분들이 거의 다 떠나니 이제는 남은 친한 이웃분들에게만 따로 선물을 드리곤 한다.

책 나눔할 때도 정말 재미있었는데, 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ꔷ̑◡ꔷ̑

오랜만에 연 이벤트에 당첨된 분들 위해 책과 플래너 그리고 이것저것 소소하게 넣어 짤막한 편지까지 동봉해 포장까지 하고 나니 뿌듯해서 한 컷 남겼다.




1년 전이나, 5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똑같은 생각이지만 잘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이쯤 되면 무던해질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다.

정답은 "노력"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연습하고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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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1-19 0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당 있는 집이라서 볼 수 있는 풍경이군요. 사진에서 여백미가 느껴져서 더 운치가 있는 것 같아요.

하나의책장 2021-01-21 00:26   좋아요 1 | URL
앗,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 2021-01-19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꽃과 눈보다 사탕ㅋㅋ 롤리팝에 눈 촛점이 ㅋㅋ
하나님 서재에는 항상 꽃향기가 가득~가득~
(ᵔᴥᵔ)

오거서 2021-01-19 12:24   좋아요 2 | URL
이제서야 사탕이 보이네요. 보고 싶은 것만 눈에 잘 띄는 것 같아요 ;; ㅋ

하나의책장 2021-01-21 00:28   좋아요 1 | URL
제가 저만한 봉지로 각각 수량 체크를 잘못 해서 4봉지나 있는데 올해 다 못 먹을 것 같아요ㅎㅎ
이벤트를 열어 잔뜩 풀어야할 것 같아요🍭
 

210102 - 210103 · 210104 - 210110





새해를 맞이했으니 곧장 대청소부터 했다.

쓸모없는 것들 싹 모아 정리하고 버리기를 반복했고 구석구석 청소하며 커튼도 새로 달고 이불도 새로 깔았다.

마당 한 구석, 가득 찬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싹 버리니 그제야 시원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에 시작했던 청소를 저녁에 끝냈으니 하루종일 청소만 한 셈이다.




엄마와 동생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유일하게 가족 중 나만이 꽃을 그렇게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꽃을 좋아해 마당에 있는 화분도 잘 돌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질리도록 들은 말이 하나 있다.

"네 태몽이 장미라서 꽃을 좋아하나보다."

지금은 겨울이라 거실에 선인장들과 알로에만이 자리하고 있는데 알로에는 이 집을 삼켜먹을 기세로 너무 많이 자라 살짝 무섭긴하다.

요새 손에 착착 익히고 싶어 꽃을 많이 만지며 꽃다발부터 플라워박스까지 다양하게 만들고 있는데 이러다 언젠가 꽃집이라도 차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 플로리스트 자격증은 따두었으니 언젠가 그리고 뜬금없이 꽃집이라도 차리게 되면 정말 신기할 것 같다.




눈이 이렇게 올 수 있나 싶었다.

물론 마당에 자국 없이 쌓인 새하얀 눈밭을 보는 순간, 그 잠깐 동안은 좋았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염증 있는 손목이 대청소의 여파로 욱신욱신 아프기 시작했는데 곧장 마당에 한가득 쌓인 눈을 치우느라 허리까지 살짝 삐었으니 말 다한 셈이다.

집에 있는 큰 삽들과 빗자루들을 동원해 파고 퍼내고 쓸고를 반복하며 겨우 치웠다.

그래도 눈이 쌓인 화분 위에 살포시 서 있는 낙산홍의 자태는 보면 볼수록 예뻤다.




(진즉 받자마자 찍었었는데 정작 올리지 못할 뻔 했던) 알라딘 서재지기님에게 선물받은 스누피 다이어리와 스누피 캘린더♥

색감 예쁜 핑크핑크한 캘린더와 샛노란 다이어리가 너무 예뻐 올 한 해 잘 쓸 것 같다.

사실, 블로그를 처음 만든 것이 2004년이었고 그 때부터 일상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2009년까지 꼬박 6년 동안 일상이야기를 써내며 블로그 이웃분들과 교류하였었다.

그러다 점점 오랫동안 알고 지낸 블로그 이웃분들이 블로그를 아예 떠나시면서 정체기가 올 뻔 했었다.

그러던 중에 2010년부터 우연치않게 매번 바인더노트에 적던 독서감상문을 그대로 옮기기 시작했고 그게 벌써 2020년까지 계속 되었다.

온라인 5대서점을 지금까지도 다 이용하고 있는데 Aladin과 YES24는 지금까지 플래티넘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니 집이 책으로 묻히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다.

아무튼, 단순히 구매만 했던 온라인 서점들이었는데 기왕 블로그에 올리는 글도 여기까지 옮기면 좋겠다싶어 관리하게 되었는데

재작년과 작년에 알라딘에서 "서재의 달인" 타이틀을 쥐어주니 좋으면서도 몇 년 더 일찍이 관리했을 걸 하는 아쉬운 생각도 문득 들었다ꔷ̑◡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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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19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눈속에 파묻힌게 낙산홍이군요 겨울에만 볼수 있는 풍경이네요 태몽이 장미 꽃이면 엄청 좋은태몽인데요 저희 엄마가 꽂꽂이를 즐겨 하셨는데 요즘은 풍수에 관한 유툽을 보고나서 말린꽃들은 운에 기운을 막는다고 전부 없애버리시고 활짝 만개한 꽃 그림, 사진을 거실에 두면 운기가 온화해지고 가족이 화목해진다고 해서 그림과 사진만 가득 ㅋㅋㅋ

하나의책장 2021-01-21 00:25   좋아요 1 | URL
낙산홍, 너무 예쁘죠😊
아, 장미꽃이 좋은 태몽인가요?
항상 가족들에게 귀에 박히게 듣는 태몽인데 장미 가득한 꽃밭에서 유난히 예쁘고 큰 장미를 고모가 엄마에게 줬다고 하더라고요ㅎ
맞아요! 저도 처음에는 프리저브드나 드라이 플라워도 집에 들였었는데 말린 꽃은 운을 막는다고 해서 조화 종류는 마당에 두고 생화만 집 안에다 들여놓고 있어요🌷
 
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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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무튼 모모에게 가 보게!"

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모모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솔로몬과 같은 지혜 혹은 현학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력이 있는 것도,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들어주는 능력만 있었을 뿐인 모모는 마을 사람들에게 '열쇠'같은 존재였다.

빠르고 답답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당신도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가?


저자, 미하일 엔데는 남부 독일에서 초현실주의 화가인 에드가 엔데와 역시 화가인 루이제 바르톨로메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나치 정부로부터 예술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아 가족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모의 예술가적 기질은 엔데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글, 그림, 연극 활동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엔데의 예술가적 재능은 그림뿐만 아니라 철학, 종교학, 연금술, 신화에도 두루 정통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특히 컸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즈음, 발도르트 학교에서 수학하다 아버지에게 징집 영장이 발부되자 학업을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나치의 눈을 피해 도망다녔다.

이후 뮌헨의 드라마 학교에서 잠깐 공부를 더 하고서는 곧바로 진짜 인생이 있는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연극배우, 연극 평론가, 연극 기획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목차

1부 모모와 친구들

제1장 어느 커다란 도시와 작은 소녀

제2장 뛰어난 재능과 아주 평범한 싸움

제3장 폭풍 놀이와 진짜 소나기

제4장 말 없는 노인과 말을 잘 하는 청년

제5장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와 한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


2부 회색 신사들

제6장 똑떨어지는 엉터리 계산

제7장 모모는 친구들을 찾아가고 한 명의 적이 모모를 찾아온다

제8장 많은 꿈과 몇 가지 의혹

제9장 열리지 않는 좋은 모임과 열린 나쁜 모임

제10장 맹렬한 추격과 느긋한 도주

제11장 악당들의 모략

제12장 모모, 시간의 근원지에 가다


3부 시간의 꽃

제13장 그 곳에서의 하루, 이 곳에서의 한 해

제14장 너무 많은 음식과 너무 짧은 대답

제15장 기기를 다시 찾았다 잃다

제16장 풍요 속의 궁핍

제17장 크나큰 두려움과 더 큰 용기

제18장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면?

제19장 포위된 이들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제20장 뒤를 쫒던 자들을 뒤쫒기

제21장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끝



어느 커다란 도시와 작은 소녀


내려다보면 원형, 타원, 반원 모양이 가득한, 계단식으로 겹겹이 이루어져 있는 관중석이 있는, 돌로 지어진 이 곳을 사람들은 원형극장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원형극장에서 모모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구의 아이인지, 몇 살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린 아이임은 분명했다.

말라깽이에 칠흑같이 새까만 고수머리를 한 여자아이는 깜짝 놀랄 만큼 커다랗고 예쁜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원형극장에서 살게 되었고 떠날 생각이 없어보이는 모모를 위해 마을 사람들은 허름한 극장터를 집처럼 꾸며주었다.


모모가 사는 원형극장에는 여느 때처럼 마을 사람들이 찾아온다.

꼭 놀러오는 것만은 아니다. 복잡하게 얽혀진 실타래를 풀기 위해 오기도 한다.

모모에게는 뛰어난 재능이 있는데 바로 '들어주는' 것이었다.

앞서 말한 얽혀진 실타래란 다툼, 언쟁을 의미한다.

크게 싸움이 일어나면 일단 싸움의 주인공들은 어느새 모모 앞에 앉아있다.

어린 아이가 이렇다 저렇다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일단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간에 가만히, 가만히 말할 때까지 기다리곤 말문이 열리면 가만히, 가만히 듣는다.

사실, 왜 싸웠는지 자초지종을 듣고 나면 별 것 아닌 싸움들이 많다. 책 속에서도 그리고 현실에서도.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처음부터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 사람들이 있다, 정작 그게 얼마나 상대방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주는지도 모르고.

또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경우도 있고.

이유 없는 싸움의 유형은 많고도 많다.

참 아이러니한 건 이렇게 싸우고도 조금 지나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왜 그렇게 싸웠는지 뒤돌며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 속에 응어리가 가득 찼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한편으론, '내 이야기 좀 (네가) 들어줘.'라고.


모모는 이 세상 모든 것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도 귀 기울여 듣는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모만큼 잘할 수 있는지 한번 직접 시도해보길 바란다.


회색 신사들의 맹렬한 추격과 느긋한 도주


"20년 전부터 하루에 한 시간씩만 저축하셨더라도 당신은 지금 2,628만 초의 재산을 갖고 계실 겁니다. 매일 두 시간이면 그 곱절인 5,256만 초가 되고요. ……"

"아주 간단합니다. 저축한 시간을 5년 동안 찾지 않으시면, 저축하신 시간만큼의 이자를 받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당신의 재산은 매 5년마다 갑절로 불어나는 거지요. 아시겠어요? 10년 후면 원래 액수의 네 배가 되고, 15년 후면 여덟 배, 이런 식이 됩니다. 만약 20년 전부터 매일 두 시간씩만 저축하셨더라면, 당신은 예순두 살이 되는 해, 그러니까 저축을 시작하신 지 40년 되는 해에는 저축하신 양의 256배가 되는 시간을 마음대로 쓰실 수 있었을 겁니다. 그것을 계산하면 269억 1,072만 초가 됩니다."


마을에 나타난 회색 신사들.

회색 신사들은 회색 연필을 꺼내 아낄 수 있는 시간과 이자를 계산한 다음 거울에 숫자를 쓰며 저축하라고 종용한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없이 시간을 쓰기 시작했고 죽자 살자 일만 했으며 어느새 모모는 마을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빨리, 빨리'를 재촉하는 세상이 되어버림과 동시에 모든 것이 차갑고 딱딱하게 변해갔다.

물론, 우리는 버리는 시간 없이 일을 하며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발전하고 발전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다면 결국은 회색 신사에게 사로잡힌 마을 사람들처럼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쉴 틈 없이 일하던 분이 갑작스레 병이 나거나 세상을 떠날 때를 보며 느낀 것은 일도, 자기계발도 중요하지만 오롯이 나만을 위한 휴식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침구 속에 퐁당 뛰어들 때는 잘 때를 제외하곤 거의 누운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반강제적이긴 하지만) 아프면 무조건 누우며 휴식부터 취한다.

잠도 줄여가며 일도 열심히 하고 자기계발에도 전념하는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 분들 보면 나 또한 1분 1초 아껴가며 사는 게 답이라 생각했는데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시간을 버리라는 것도 아니다. 오롯이 자신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부여한 뒤, 나머지 시간을 금같이 여기며 살아가면 된다.

모두가 제각각인만큼 정답인 삶은 없으니깐.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끝


"그 병은 어떤 병인데요?"

"처음에는 거의 눈치를 채지 못해. 허나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지. 한 마디로 몹시 지루한 게야. 허나 이런 증상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란다. ……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 웃음과 눈물을 잊는 게야.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 수가 없어. 회복할 길이 없는 게야. 그 사람은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지. 회색 신사와 똑같아진단다. 그래, 그들 중의 하나가 되지. 그 병의 이름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란다."


호라 박사님과 거북이 카시오페이아 그리고 모모.

이들은 어느새 회색신사들의 표적이 되어버렸다.

회색신사들은 자신의 목숨줄과 같은 시가를 뺏기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방해꾼인 모모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앞에서 말한 것과 연결지어 말하자면 우리가 너무 '몰두'하는 상황이 되면 (대부분 그렇지 않지만) 일부는 한순간에 푹 꺼지기도 한다. 그것은 의욕일 수도 있고 기쁨, 재미 등일 수도 있다.

회색신사와 열심히 싸웠던 모모는 결국 시간을 되찾게 된다.

꽃들의 구름은 천천히 사뿐사뿐 내려앉았고 꽃들은 눈송이처럼 얼어붙은 세상 위로 떨어졌으며 눈송이처럼 살며시 녹아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원래 있었던 곳인 사람들의 가슴 속으로 돌아갔다.

시간은 이전과 같이 흐르게 되었고 모든 것이 활기를 띠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타게 찾았던 모모의 친한 친구인 베포 할아버지를 골목길에서 만나 둘은 원형극장으로 향하게 된다.

언제 와있었는지 관광 안내원 기기, 파올로, 마시모, 프랑코, 니노, 릴리아나 등이 그들을 맞았다.

끝은, 결국 새로운 시작이었다.



새해의 첫 책은 꼭 『모모』로 올리고 싶었다.

작년을 재독의 해로 정해놓고선 다시금 읽고 싶은 책들을 펼치고 싶었는데 새로운 책들을 읽고 아프기도 해서 재독했던 책들이 극히 적다.

그래서 올해는 꼭 재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펼쳐든 새해 첫 책이 바로 『모모』다.

(올해는 꼭 임시저장글에 묵혀둔 글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기로 다짐했기에 독서 그리고 재독에 관한 것부터 글쓰기에 관한 것까지 차근차근 써 볼 생각이다.)


『모모』를 처음 읽었을 때가 눈이 많이 내리던 한겨울이었다.

중학교 때, 도서실에서 독서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지난 번에 봤던 책을 마저 읽고 나니 이십 여분 정도 남았었다.

그렇게 다음 책을 고르기 위해 서가를 둘러보다 눈에 띈 책이 바로 『모모』였다.

끌리듯 손에 집어들었던 『모모』는 읽는 순간 빠져 들었고 야속하게 종소리가 울려 다 못 읽게 되자 다음 주까지 기다리진 못하겠고 집에 가서라도 꼭 읽어야겠다 싶었다.

그리곤 곧장 도서실에서 대여하였고 집에 가자마자 그 날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모모와 회색 신사와의 접전은 두 번은 더 읽었는데 그 때 그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살자고 다짐했었다.

그렇게 스무 살이 되었고 그 다짐은 어느새 무색하게 치열한 이십 대를 보내게 되었다.

(솔직하게) 뒤돌아 생각해보면 나는 회색 신사에게 시간을 빼앗겼지 않았나 싶다.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하였다. 즉,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늦었다고 할 때가 정말 늦었다는 것이 맞으니, 이제는 그 순서가 바뀌었다.


앞서 말했듯이, 일도 자기계발도 열심히 사는 게 맞다.

하지만 정작 놓치지 않는 것이 있는지 꼭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 또한 고려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면 정말, 엄지 척이다!


발목까지 쌓일 정도로 폭설이 내려 마당에 쌓인 눈 때문에 삽질하다 허리를 살짝 삐끗했는데 이제야 괜찮은 듯하다.

1월 1일이 되고 곧장 올리고 싶었던 리뷰였는데 10일이나 지난 지금 이제야 올린다.

(묵혀있는 글들 중에 올리고 싶은 글들이 많으니 내일도 하나 더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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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13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모옆에 말린 장미 노란색이였다고 믿고 싶은 1人[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 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 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하나님 덕분에 추억속에 있던 모모를 소환해냄 ^0^

하나의책장 2021-01-13 22:43   좋아요 1 | URL
저도 정말 좋아하는 구절이에요:)

그리고 사실 책 옆에 있는 장미는 빨간 장미였어요🌹
플라워박스를 만들고선 남은 장미를 조그마한 화병에 옮겼는데 마침 택배가 와서 나갔다가 손에 쥐고 있으니 마당의 옥외마루에 잠깐 올려놓았거든요.
그런데 그 잠깐사이에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꽃이 얼어버렸어요.
빨간 장미도 순간 얼어버리니 구겨진 양피지마냥 변해버리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