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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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엄마의 엄마』는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에 이어 읽게 되었다.

전작을 읽을 때도 작가의 필력에 대단함을 느꼈었는데 이번 작품도 역시나였다.

아마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잔잔한 이야기에 이내 포옥 빠져들 것이다.


저자, 스즈키 루리카는 2003년 생으로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문학상의 상금을 모아 좋아하는 잡지를 사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타고난 재능으로 초등학교 4, 5, 6학년에 걸쳐 출판사 쇼가쿠칸에서 주최하는 '12세 문학상'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매년 생일에 맞추어 소설집을 출간해오고 있으며 『엄마의 엄마』는 2019년 출간된 세 번째 소설집이다.



> 목차

태양은 외톨이

신이시여, 헬프

오 마이 브라더



하나미의 중학교 입학 그리고 사치코 (feat. 돈)


더울 땐 팥소 장인을, 추울 땐 미나미 하루오를 생각하라는 엄마의 열변을 듣는다 할지라도, 역시 더울 때는 너무 덥고 추울 때는 너무 춥다.

"갑부는 여름에는 시원하게 지내고 겨울엔 따뜻하게 지낸다더라."

엄마의 말을 듣고 나면 이는 돈 있는 사람과 돈 없는 사람의 차이겠지. 물론, 하나미는 후자에 속한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하나미.

입학 전에 받아든 교복 주문서에 엄마는 기겁을 한다.

하마터면 학군이 다른 교복을 입을 뻔 했지만 새 교복을 입는 데 감사함을 느끼며 절대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친한 친구들도, 선생님도 중학교에 없지만 오하라 사치코라는 친구와 처음 사귀게 되었고 이내 집으로 초대받게 된다.

초콜릿 브라우니 같은 벽돌이 쌓아진 양옥집, 그 안은 노랑, 빨강, 분홍색의 장미가 마당을 뒤덮고 있었다.

고급 브랜드의 마크가 새겨진 슬리퍼는 분명 집에 있는 신발 전부를 합쳐도 못 이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책상, 유리 테이블, 책장, 옷장, 침대가 있는 사치코의 방은 고급스러움이 물씬 묻어났고 대접 받은 홍차는 물론 수제 장미잼이 그 정점을 찍었다.

피아노 위에 있던 사진은 사치코는 없는 아버지, 어머니, 사치코의 여동생만이 있었고 방에 있는 사진은 사치코가 있었다.

같은 날 찍은 사진이 분명했는데 하나미가 계속 바라보자 사치코는 그 궁금증을 곧장 해결해 주었다.

어머니가 사치코가 있는 상태에서 재혼을 하게 되었고 이후 여동생을 낳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엄마, 즉, 사치코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보내드릴 사진도 찍었는데 이 때 사치코는 빠졌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미와 사치코는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사치코는 하나미에게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털어놓았을까? 그리고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하얀 장미 두 송이 그리고 겐토


사치코에게 선물받은 장미 중 하얀 장미 두 송이를 겐토에게 건넨 하나미.

어느 날, 한 청년이 겐토를 찾아오게 된다.

겐토와는 동창이었던 야스타케는 어쩌다 하나미에게 둘 사이에 있던 일들을 다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겐토를 결국 만나지 못한 야스타케는 하나미에게 대신 전해주라며 하얀 장미 두 송이를 건넨다.

하얀 장미에는 '깊은 존경'과 '나는 당신과 어울립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하얀 장미 두 송이는 '이 세상에 우리 둘 뿐이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연 겐토와 야스타케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책의 백미 중 하나는 하나미와 겐토의 티키타카다.

10대와 20대라는 사실부터 나이차가 굉장하지만 그들의 티키타카를 볼 때면 절로 미소 지어진다.


"그리고 겐토, 겐토라고 함부로 부르는데 나 너보다 한참 어른이거든?"

"그럼 집주인 아줌마의 아들, 이층의 무위도식자, 미스터 니트."

"겐토면 됩니다. 아니, 제발 겐토로 부탁합니다."


"아, 외출했었네? 시간 때우다 왔어?"

"갑자기 무례한 소릴 하네. 뭐, 그 말대로지만. 그 장미는 웬 거야?"

"친구가 줬어. 마당에 가득 피었다면서."

"그래? 그런데 문 앞에 그렇게 두니까 꼭 내가 죽은 것 같다?"

"뭐 어때. 어차피 비슷하잖아?"

"거듭 무례한 발언인데. 하지만 받아칠 말이 없는 내가 한심하군. 그나저나 예쁘다. 고마워."

"향도 엄청 좋아. 방 냄새가 조금은 가실 것 같아서."

"냄새라니. 하긴, 그것도 사실이니까 두 손 두 발 다 들 뿐입니다."




(서로 원하지 않았던) 삼대의 동거


까만 바지에 자주색 블라우스를 입을 깽 마른 한 여자가 바닥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집에 들어가려는 하나미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하나미냐?

"하나미 맞지?"

엄마가 집에 없다는 소리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난 할머니.

하나미는 엄마에게 이를 얘기하였고 엄마는 한밤 중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속을 게워냈다.

엄마는 하나미에게 두렵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절대 상대하지 말라고만 일러둔다.

그리고 다음 날 그 할머니의 존재에 대해 하나미는 알게 된다. 바로 죽었다고 생각했던 할머니였다.

덧붙여, 엄마가 죽어라 중노동을 하고도 집에 돈이 없는 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4월부터 받지 못했다는 돈을 받기 위해 이 집에서 머문다는 다쓰요 씨, 그러니깐 하나미의 할머니는 배째라 식으로 이 집에서 머물게 된다.

할머니는 엄마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을까? 사랑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삼대가 지내는 그 시간 동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결혼도, 출산도 내게 먼 이야기같지만 '모성애'라는 단어는 그렇게 멀게 느껴지진 않는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나이차 많이 나는 막내동생을 내 손으로 거의 키웠으니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어떤 마음인지는 잘 알고 있다.

막내동생이 돌이 막 지날 때, 학교 방학이 겹쳐 외가집에 내려가게 되었다.

막내동생도 이후 엄마가 데려와 외가집에서 같이 머물게 되었는데 항상 새벽 2시면 우유를 찾았다.

외할머니께서 일찍 잠드시고 일찍이 일어나시는데 괜스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고 한편으론 내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초등학생의 나이였지만 새벽 1시 40분쯤 되면 누가 깨운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일어나 부엌으로 향해 분유부터 탔다.

그렇게 분유를 타고 방에 조용히 들어오면 마침 막내동생이 눈을 떠 분유를 먹이고 트름을 시켜 다시 잠을 재웠다.

2주를 그렇게 지냈는데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힘들지 않았다.

바빴으니깐, 시간이 없으니깐 하지 못했던 것을 그대로 동생에게 주고 싶지 않아 틈날 때면 여동생과 함께 막내동생을 데리고 동물원은 물론이고 놀이동산, 박물관에도 열심히 데리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중, 고등학생이 어린 동생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녔으니 가끔씩 셋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추억에 빠지곤 한다.)

내 자식이 아닌 동생에게도 이렇게 애틋하고 모성애까지 자연스레 느꼈을 정도인데 어느 부모가 자식 귀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물론, 예외도 있다. 이번에 정인이 사건만 봐도 그렇다.

혈연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더라도 '가족'이라는 공동체로 묶인 것인데 어떻게 예쁘고 여린 아이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예전에 3-4세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 읽어주고 볼풀에서 놀며 순식간에 마음을 준 예쁜 아이들은 집에 가려는 나에게 시키지 않았는데도 한 명씩 포옹해주었었다.

그렇게 천사같은 아이들인데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거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안 보려 했는데 CCTV 보고선 절로 눈물이 나 내 아이가 아닌데도 가슴이 미어질 정도였다.

크게 보자면, 두가지의 경우다.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의 끈으로 이어진 경우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 그 어떤 끈도 끊어져 버린 경우.

매정하게 딸을 버린 엄마 그리고 절대로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딸.

할머니는 엄마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을까? 사랑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나미의 할머니가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책에서 꼭 확인해 보시길.

하나미에게 말한 할머니의 말이 자꾸 맴돈다.

"태양은 언제나 외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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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0 0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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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1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