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 정보라


"외로운 사람들의 섬뜩하고 비상식적인 욕망…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그것’이 다가왔다."


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욕망과 두려움의 세계를 다룬 소설로 저자는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읽고 있으면 섬뜩하고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 같지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원죄에 대한 묵직한 울림이 크게 전해진다.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


아내가 죽고나니 집안이 조용하다.

썰렁한 집안, 요한네스는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귀찮기만 하다.

귀찮지만, 몸을 일으켜 걷던 중 해변에 서 있는 페테르를 보게 된다.

페테르와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하나를 깨닫게 된다.

페테르는…….


반복이 가득한, 마침표가 눈에 띄지 않는, 쉼표가 가득한 그의 문체는 참 단순하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욘 포세.

단순하지만 심오하다.



TAKEOUT 유럽역사문명 | 하광용


진한 커피 한 잔 내려 책을 읽다보면 유럽 문명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들을 뚝딱 볼 수 있다.

저자와 함께 와 과거를 초월하며 유럽 곳곳을 다니다 보면 이런 마음이 바로 들 것이다.

아! 당장 유럽 가고 싶다✈








어느 작가의 오후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나는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부지런히 번역해왔다. 피츠제럴드는 나의 출발점이자 일종의 문학적 영웅이다."


피츠제럴드가 활동했을 때, 후기에 발표한 단편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편집하고 번역하였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살았기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초조하고 불안했던 피츠제럴드, 그럼에도 쓰는 것을 놓지 않았던 그였다.

특히 후기에 발표했던 작품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희망과 애정을 엿볼 수 있어 피츠제럴드의 팬인 하루키는 더 깊은 애정을 느꼈다고 한다.




국토박물관 순례 1 | 유홍준


부족한 한국사 공부를 하기엔 역시 '책'만한 것이 없고 역사하면 역시 유홍준 교수님의 책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나오는 족족 다 봤을 정도로 역사책 중 애정하고 있는 시리즈이다.

『국토박물관 순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출간 이후, 답사기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역사를 차근차근 풀어나간다고 하니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하고 싶은 건 없지만 내 꿈은 알고 싶어 | 김태연


나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더더욱 필요한 책이다.

이런 책을 중학교 때, 늦어도 고등학교 때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원해서 혹은 사회의 이목으로 인해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원하지도 않는 길을 걸어간다면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타인에 의해 결정에 영향을 받았다해도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기에 책임져야 할 사람도 자신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학생들에게 수십 년간의 진로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진로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랜드 퀘스트 2024 |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그랜드 퀘스트 Grand Quests 란, 각 분야에서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했으나 거대한 분야로 성장할 최초의 씨앗이 되는 도전적 문제를 의미한다.

국내 최고 석학들이 전하고자 하는 10개 분야의 그랜드 퀘스트는 과연 무엇일까?

이정동 교수는 각 분야마다 두 사람의 전문가를 초빙하였다. 깊이 있는 토론으로 도전적 질문을 탄생시킴과 동시에 그 답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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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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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나는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부지런히 번역해왔다. 피츠제럴드는 나의 출발점이자 일종의 문학적 영웅이다."


피츠제럴드가 활동했을 때, 후기에 발표한 단편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편집하고 번역하였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살았기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초조하고 불안했던 피츠제럴드, 그럼에도 쓰는 것을 놓지 않았던 그였다.

특히 후기에 발표했던 작품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희망과 애정을 엿볼 수 있어 피츠제럴드의 팬인 하루키는 더 깊은 애정을 느꼈다고 한다.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미국의 소설가이며 단편 작가이다.

1896년 9월 24일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자퇴 후, 군에 입대하여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 그중에서도 1920년대 화려하고도 향락적인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무너져 가는 미국의 모습과 ‘로스트제너레이션’의 무절제와 환멸을 그린 작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등과 함께 20세기 초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작품과 생애,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 인물이다. 1919년 장편소설 『낙원의 이쪽』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25년 4월, 피츠제럴드는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완성했는데, 1920년대 대공황 이전 호황기를 누리던 미국의 물질 만능주의 속에서 전후의 공허와 환멸로부터 도피하고자 향락에 빠진 로스트제너레이션의 혼란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작품에서 청춘의 욕망과 절망이 절묘하게 묘사되고 있다. 세계적인 명작으로 연극,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에서 다루고 있다.




어느 작가의 오후


잠에서 깼을 때 그는 지난 몇 주 사이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그것은 부정문으로 나타낼 수 있는 분명한 사실ㅡ그는 편찮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ㅡ이었다.


몸이 아프고 나서 모든 것이 느려진 듯하다.

진즉 나간 딸이 머물렀던 자리를 서성거리다 하녀가 만든 토스트와 오렌지주스, 홍차를 아침으로 들었다.

반가움이라고 없는 지루한 우편물들만 가득하다.

'소설 아이디어' 노트를 보던 중 파트타임 비서에게 전화가 왔다.

몸이 아파 고용했던 비서였다.

그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 썼던 글을 찢어버렸으니 오늘은 올 필요 없고 우편물, 청구서가 많이 와 있으니 내일 오후에나 오라고 일렀다.


그는 상의와 하의의 색상이 다른, 가장 좋아하는 정장을 입었다. 지난 6년 동안 정장을 단 두 벌 샀지만, 둘 다 최고급이었다. 상의 하나만 해도 가격이 110달러나 되었다. 목적지를 정해두고 가야 했기에ㅡ목적지 없이 어딘가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ㅡ그는 단골 이발사가 사용할 연고 샴푸 튜브를 호주머니에 넣고, 루미놀이 든 작은 약병도 챙겼다.


젊은 시절 그는 참 호기로웠다.

허세 낭낭한 그도 이제는 나이를 먹어 교통 신호를 요령껏 무시하고 빠른 걸음으로 건너가는 젊은이들을 뒤로 한 채 모퉁이에 얌전히 서서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린다.


…… 여섯 살부터 서른 살까지의 복장은 형형색색으로 다채로웠다. 그들의 얼굴에는 계획도 갈등도 없었다. 그저 도발적인 동시에 평온한, 감미로운 미정 상태의 얼굴이었다. 문득 자신이 얼마나 인생을 사랑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난간을 붙잡으며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딛어 호텔 이발소로 향했다.

이발할 목적으로 시내로 외출한 것이 몇 달만인지 모르겠다.

단골 이발소에 들어서니 익숙하고 좋은 냄새가 코를 찔러 기분을 좋게 만들었지만 오랫동안 자신을 이발해주었던 단골 이발사가 관절염으로 몸져누었다는 사실은 지난 날을 더 떠올리게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하녀가 그를 맞아주었다.

딸은 아직 집으로 오지 않았다.

하녀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냐고 물으니 그가 말했다.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볼링을 치고, 맨 마운틴 딘과 어울려 논 다음 증기탕에서 마무리했지. 전보 온 거 없나?"

"없어요."


서재로 걸음을 옮기니 2천 권의 장서가 햇빛에 반짝였다.



망가지다 The Crack-Up


…… 그러니까 계속 뇌리를 맴돌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갖가지 안 좋은 일에 대한 원인으로 돌리며 탓해대고, 마음이 약해질 때면 친구들에게 얘기하게 되는 종류의 타격은 갑자기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 한편 이와는 다른 종류의, 내부에서 오는 타격이 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그것을 자각했을 때는 너무 늦어서 손쓸 도리가 없는, 그런 종류의 타격이다. 어느 면에서는 자신이 다시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게 되는, 그런 타격이다. 첫 번째 종류의 타격으로 인한 손상은 순식간에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종류의 타격으로 인한 손상은 거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알아차리게 된다.


10년 전만 해도 인생이란 대체로 개인적인 문제였다. 나는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과, 싸우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확신과 그럼에도 '성공'하겠다는 결의 사이애서 균형을 유지해야 했고, 특히 과거의 성과가 주는 압박감과 미래의 고상한 의도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균형 있게 다루어야 했다.


"들어봐요! 세상은 오직 당신 눈에만 존재해요. 당신의 관념 속에 존재한다는 말이에요. 당신은 세상을 원하는 대로 크게 만들 수도 있고 작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스스로 작고 하찮은 사람이 되려 하고 있어요. 있잖아요. 만약 나에게 균열이 생긴다면, 난 세상도 나와 함께 망가지게 만들어버릴 거예요. 들어봐요! 세상은 오직 당신의 인식을 통해서만 존재해요. 그러니 균열이 생긴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말하는 게 훨씬 나아요."


하루키가 몇 번이고 읽었을 정도로 애정하는 작품으로, 직접 번역하고 싶었지만 나이를 더 먹고 번역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소중히 품었다가 이번에 번역했다고 한다.

이 해설을 읽기 전에 작품을 먼저 봤기에 해설을 보며 흠칫했다.

하루키는 에세이를 쓸 때 '망가진 3부작'과 「나의 잃어버린 도시」를 염두에 두었다고 하는데 나 또한 두 작품이 인상깊어 글쓰기 노트에 꼼꼼하게 요약해놓았기에 놀랐던 것이었다.

하루키가 말한다.

헤밍웨이에게 '여성스럽다'라고 비난받은 이 에세이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여기에 숨은 단단함을 부디 맛보시길.



젊은 시절 누구보다 화려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조용하고 적적해진 삶은 그를 우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젤다의 신경쇠약, 가난한 형편 그리고 이제 막 날개를 달아 훨훨 나는 후배들에게 추월당하는 초조함까지 여러 요인들이 그의 불안함을 자극하고 또 자극했다.

그럼에도 펜을 놓지 않았다는 것, 그는 진정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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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란 하루아침에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 추구하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나에게 맞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자기 이해'와 '나다움'은 개개인이 가진 가장 특별한 '경쟁력'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지금의 방법이 실패를 거듭하게 한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의식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단순히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기계적인 노력이 아닌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선택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 또한 달라진다.

선택은 우리에게 책임감을 실어주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는 그 어떤 때보다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직은 알 수 없으며, 당연히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실패란 것은 성공의 여정에 있어 피해갈 수 없는 베이스캠프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습득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이다. 예측도 선택도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한 기회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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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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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부족한 한국사 공부를 하기엔 역시 '책'만한 것이 없고 역사하면 역시 유홍준 교수님의 책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나오는 족족 다 봤을 정도로 역사책 중 애정하고 있는 시리즈이다.

『국토박물관 순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출간 이후, 답사기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역사를 차근차근 풀어나간다고 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거린다.


저자, 유홍준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석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박사)를 졸업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인협의회 공동대표,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1985년 2000년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공개강좌를 십여 차례 갖고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를 맡았다.

영남대학교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학교 교수 및 문화예술 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주 추사관 명예관장도 맡고 있다.




역사의 처음을 살펴볼 때, 떠오르는 한 곳이 있으니, 바로 연천 전곡리다.

외가집에 가는 길에 항상 지나치다 보니 일 년에 한두번은 꼭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알고 있는가?

1933년 함경북도에서 구석기시대의 동물 뼈와 흑요석 석기가 발견되었으나 우리나라가 역사적 발견의 우세를 거머쥐게 하기 싫어 일제가 덮어버렸다고 한다.

해방 후, 북한에서는 고고학 발굴에 나서 1963년 옹기군 굴포리에서 구석기 유적지를 발견하였고 1966년 평양의 검은모루동굴에서는 5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동물 화석을 발견해 주목을 받았다.

남한에서는 1964년 공주 금강변에서 구석기시대 유적지가 발굴되었고 1973년에는 제천 점말동굴에서 구석기시대 유적지가 발견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82년 청원 두루봉동굴에서 구석기 유물과 5세가량의 어린아이 인골을 발견했는데 학계에서 의견 일치를 보진 못했지만 발굴자는 약 4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8년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한탄강변에서 한 미군 병사가 주먹도끼를 발견한 후 여기서만 30년 동안 발굴 작업이 이어졌는데 구석기 유물이 무려 약 8천 점이나 출토되었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지가 된 연천 전곡리다.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유적지는 약 150 곳으로 대부분 강변과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서울 암사동 유적지, 함경북도 웅기 굴포리, 강원도 양양 오산리, 부산 영도 동삼동 그리고 섬으로는 통영 욕지도, 제주도 고산리가 대표적이다.

제주 고산리, 웅기 굴포리는 가장 오래되었고 양양 오산리는 잘 보존된 유적지인데, 부산 영도 동삼동은 도시화 과정에서 많이 파괴되고 길모퉁이에서 초라하게 명색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시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가장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빗살무늬토기는 물론 고래를 잡아먹은 자취까지 있으며 흑요석 도구를 사용하고 조개껍데기로 팔찌를 만들어 치장한 모습을 추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패총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다.

범방동 패총, 동삼동 패총, 영선동 패총, 조도 패총, 청학동 패총, 안남동 패총, 다대포 패총, 가덕도 패총, 북적 패총, 율리 패총……

(패총이란,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나 생활쓰레기들이 쌓인 것으로, 조개더미 또는 조개무지라고도 부른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언양현은 조선시대 경상도의 당당한 고을로 1895년 언양군이 되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울산군에 통합되었다.

이후 울산읍이 방어진, 대현면, 하상면 등과 합쳐 울산시로 독립하고 나머지 지역은 울주군이 되는 바람에 울주군 언양면이 되었다.

언양과 두동면의 살골짝을 내려가는 대곡천변에는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초기철기시대의 유적지가 다 남아있다.

대곡천 아래쪽부터 신석기시대의 반구대암각화, 청동기시대의 천전리각석, 초기철기시대의 대곡리 유적지로 이어진다.

단순히 생활 유물이 아니라 신석기 시대의 사실적인 암각화, 청동기시대의 추상무늬 그림, 초기철기시대의 오리형토기와 같은 유적들이 대부분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역사책 전집이 있는데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를 다룬 1권부터 7권을 가장 좋아했었다.

신화적인 요소도 책에 반영되어 있다보니 어린 시절부터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느꼈던 감정은 신비로움, 웅장함 그 자체였다.

『국토박물관 순례』를 읽고 나니 그 어린 시절에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 때 읽었던 책과는 달리 매우 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기에 위대해보였다.


역사책을 따로 읽지 않는다면 대부분 학교에서 배웠던 한국사가 끝일 것이다.

사방이 강대국인데다 영토는 작아도 뚝심 하나만큼은 알아주던 대한민국!

역사는 그 나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표이자 미래의 지침서가 되어주는 과거이다.

과거에 했던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고 본받아야 할 점을 되새겨야만 미래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는 역사의 배움을 놓쳐서는 안 된다.


훗날 유홍준 교수님의 책들은 몇 백년이 흘러도 한국 문화를 증언해 줄만한 위대한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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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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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외로운 사람들의 섬뜩하고 비상식적인 욕망…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그것’이 다가왔다."


저자, 정보라는 연세대학교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에서 러시아와 SF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예일대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애나대에서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F와 환상문학을 쓰기도 하고 번역하기도 한다.

중편 「호(狐)」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단편 「씨앗」으로 제1회 SF 어워드 단편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선정되었다.




"저거 확 치어버릴까."

"야, 우리 골목으로 빠지자."

"저거 확 치어버릴까."

"야, 치어버려. CCTV 없어."


한 차에 타고 있던 두 번째 남자와 세 번째 남자, 결국 발은 가속페달 위에 올라갔다.

어두컴컴한 골목은 도무지 어디인지를 알 수 없었다.

이상하게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아 내비게이션은 연결되지 않았다.

좀전에 큰 소리가 나 차 밑을 웅크린 채 바라보았을 때 새빨간 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깜깜했던 밤, 그 끝에 서 있던 노인을 보고선 두 남자는 헐레벌떡 뛰었고 친구의 아파트로 향했다.


이유 없는 고통을 당한 사람은 잊지 않는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며 즐긴 사람에 대한 증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죽음은 영원히 당신과 함께.

또한 당신의 원혼과 함께.


화장실에 간 두 번째 남자는 그 빨간 눈을 다시 보았고 수건걸이를 힘으로 뽑아 미친듯이 휘둘렀다.

그리고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세 번째 남자였다.

세 번째 남자도 두 번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둘은 시체가 되었고 그는 부인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은 세 번째 남자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신고했다.

곧장 경찰이 도착했는데 그 집에서 나온 사람은 트렁크만 입고 머리는 헝클어진 첫 번째 남자였다.

그는 자신이 결혼하지도 않았으며 이 집에 시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 안은 피범벅에 시체까지 있었다.

친구가 유산으로 남겨줘 이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남자는 구구절절 설명했는데 한 젊은 경찰관이 형사에게 말했다.

옆 반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유명한 놈들이었다.

얌전한 아이들 괴롭히고 돈 빼앗고 심지어 성매매까지 강제로 시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제 그 경찰관이 네 번째 남자이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또한 당신의 원혼과 함께.



극단적으로 가정해 보자면, 세상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선함과 악함으로 구분 지어져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뉴스거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신림동 등산로에서 성폭행 및 살인을 저질렀던 최윤종,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학폭 피해자라며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합의금 줄 돈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서현역에서 칼부림을 벌였던 최원종은 유족들에게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40대 여성을 납치해 초등학교에서 성폭행했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흉악범죄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도 못한 시점에서 일부 초·중생 사이에서 플라스틱 칼 모형 완구인 당근 칼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기는커녕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취하고 있다.


세상이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과는 달리 더 무심해지고 더 잔인하게 변해가는 것 같아 할 말을 잃게 만드는데, 결국은 이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맞는 벌을 받는 것이 당연시되어야만 이를 모방한 범죄는 물론 작고 큰 범죄들이 줄어들 것이다.

잡지였나? 책이었나? 한 문장이 문득 떠오른다.

범죄자들은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 자체에 죄책감마저 느끼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범죄자들도 벌받는 것은 싫다고 한다.

하기야 벌받는 게 싫으니 재판에서 판사에게 반성문을 쓰고 온갖 변명으로 본인들은 변호하는 것이겠지.

피해자가 아닌 판사에게 반성문을 쓰는 것 또한 참 아이러니다.

이렇듯 법은 가해자를 위해 존재하고 세상은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추세로 흘러가는데 죄가 분명하면 응당 받아야 할 벌도 더 세게 받아야 한다.

덧붙여, 촉법소년도 폐지되어야 한다.


저자는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읽고 있으면 섬뜩하고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 같지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원죄에 대한 묵직한 울림이 크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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