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란 하루아침에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 추구하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나에게 맞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자기 이해'와 '나다움'은 개개인이 가진 가장 특별한 '경쟁력'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지금의 방법이 실패를 거듭하게 한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의식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단순히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기계적인 노력이 아닌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선택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 또한 달라진다.

선택은 우리에게 책임감을 실어주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는 그 어떤 때보다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직은 알 수 없으며, 당연히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실패란 것은 성공의 여정에 있어 피해갈 수 없는 베이스캠프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습득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이다. 예측도 선택도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한 기회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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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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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부족한 한국사 공부를 하기엔 역시 '책'만한 것이 없고 역사하면 역시 유홍준 교수님의 책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나오는 족족 다 봤을 정도로 역사책 중 애정하고 있는 시리즈이다.

『국토박물관 순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출간 이후, 답사기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역사를 차근차근 풀어나간다고 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거린다.


저자, 유홍준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석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박사)를 졸업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인협의회 공동대표,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1985년 2000년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공개강좌를 십여 차례 갖고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를 맡았다.

영남대학교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학교 교수 및 문화예술 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주 추사관 명예관장도 맡고 있다.




역사의 처음을 살펴볼 때, 떠오르는 한 곳이 있으니, 바로 연천 전곡리다.

외가집에 가는 길에 항상 지나치다 보니 일 년에 한두번은 꼭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알고 있는가?

1933년 함경북도에서 구석기시대의 동물 뼈와 흑요석 석기가 발견되었으나 우리나라가 역사적 발견의 우세를 거머쥐게 하기 싫어 일제가 덮어버렸다고 한다.

해방 후, 북한에서는 고고학 발굴에 나서 1963년 옹기군 굴포리에서 구석기 유적지를 발견하였고 1966년 평양의 검은모루동굴에서는 5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동물 화석을 발견해 주목을 받았다.

남한에서는 1964년 공주 금강변에서 구석기시대 유적지가 발굴되었고 1973년에는 제천 점말동굴에서 구석기시대 유적지가 발견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82년 청원 두루봉동굴에서 구석기 유물과 5세가량의 어린아이 인골을 발견했는데 학계에서 의견 일치를 보진 못했지만 발굴자는 약 4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8년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한탄강변에서 한 미군 병사가 주먹도끼를 발견한 후 여기서만 30년 동안 발굴 작업이 이어졌는데 구석기 유물이 무려 약 8천 점이나 출토되었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지가 된 연천 전곡리다.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유적지는 약 150 곳으로 대부분 강변과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서울 암사동 유적지, 함경북도 웅기 굴포리, 강원도 양양 오산리, 부산 영도 동삼동 그리고 섬으로는 통영 욕지도, 제주도 고산리가 대표적이다.

제주 고산리, 웅기 굴포리는 가장 오래되었고 양양 오산리는 잘 보존된 유적지인데, 부산 영도 동삼동은 도시화 과정에서 많이 파괴되고 길모퉁이에서 초라하게 명색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시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가장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빗살무늬토기는 물론 고래를 잡아먹은 자취까지 있으며 흑요석 도구를 사용하고 조개껍데기로 팔찌를 만들어 치장한 모습을 추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패총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다.

범방동 패총, 동삼동 패총, 영선동 패총, 조도 패총, 청학동 패총, 안남동 패총, 다대포 패총, 가덕도 패총, 북적 패총, 율리 패총……

(패총이란,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나 생활쓰레기들이 쌓인 것으로, 조개더미 또는 조개무지라고도 부른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언양현은 조선시대 경상도의 당당한 고을로 1895년 언양군이 되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울산군에 통합되었다.

이후 울산읍이 방어진, 대현면, 하상면 등과 합쳐 울산시로 독립하고 나머지 지역은 울주군이 되는 바람에 울주군 언양면이 되었다.

언양과 두동면의 살골짝을 내려가는 대곡천변에는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초기철기시대의 유적지가 다 남아있다.

대곡천 아래쪽부터 신석기시대의 반구대암각화, 청동기시대의 천전리각석, 초기철기시대의 대곡리 유적지로 이어진다.

단순히 생활 유물이 아니라 신석기 시대의 사실적인 암각화, 청동기시대의 추상무늬 그림, 초기철기시대의 오리형토기와 같은 유적들이 대부분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역사책 전집이 있는데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를 다룬 1권부터 7권을 가장 좋아했었다.

신화적인 요소도 책에 반영되어 있다보니 어린 시절부터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느꼈던 감정은 신비로움, 웅장함 그 자체였다.

『국토박물관 순례』를 읽고 나니 그 어린 시절에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 때 읽었던 책과는 달리 매우 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기에 위대해보였다.


역사책을 따로 읽지 않는다면 대부분 학교에서 배웠던 한국사가 끝일 것이다.

사방이 강대국인데다 영토는 작아도 뚝심 하나만큼은 알아주던 대한민국!

역사는 그 나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표이자 미래의 지침서가 되어주는 과거이다.

과거에 했던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고 본받아야 할 점을 되새겨야만 미래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는 역사의 배움을 놓쳐서는 안 된다.


훗날 유홍준 교수님의 책들은 몇 백년이 흘러도 한국 문화를 증언해 줄만한 위대한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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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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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외로운 사람들의 섬뜩하고 비상식적인 욕망…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그것’이 다가왔다."


저자, 정보라는 연세대학교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에서 러시아와 SF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예일대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애나대에서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F와 환상문학을 쓰기도 하고 번역하기도 한다.

중편 「호(狐)」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단편 「씨앗」으로 제1회 SF 어워드 단편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선정되었다.




"저거 확 치어버릴까."

"야, 우리 골목으로 빠지자."

"저거 확 치어버릴까."

"야, 치어버려. CCTV 없어."


한 차에 타고 있던 두 번째 남자와 세 번째 남자, 결국 발은 가속페달 위에 올라갔다.

어두컴컴한 골목은 도무지 어디인지를 알 수 없었다.

이상하게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아 내비게이션은 연결되지 않았다.

좀전에 큰 소리가 나 차 밑을 웅크린 채 바라보았을 때 새빨간 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깜깜했던 밤, 그 끝에 서 있던 노인을 보고선 두 남자는 헐레벌떡 뛰었고 친구의 아파트로 향했다.


이유 없는 고통을 당한 사람은 잊지 않는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며 즐긴 사람에 대한 증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죽음은 영원히 당신과 함께.

또한 당신의 원혼과 함께.


화장실에 간 두 번째 남자는 그 빨간 눈을 다시 보았고 수건걸이를 힘으로 뽑아 미친듯이 휘둘렀다.

그리고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세 번째 남자였다.

세 번째 남자도 두 번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둘은 시체가 되었고 그는 부인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은 세 번째 남자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신고했다.

곧장 경찰이 도착했는데 그 집에서 나온 사람은 트렁크만 입고 머리는 헝클어진 첫 번째 남자였다.

그는 자신이 결혼하지도 않았으며 이 집에 시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 안은 피범벅에 시체까지 있었다.

친구가 유산으로 남겨줘 이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남자는 구구절절 설명했는데 한 젊은 경찰관이 형사에게 말했다.

옆 반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유명한 놈들이었다.

얌전한 아이들 괴롭히고 돈 빼앗고 심지어 성매매까지 강제로 시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제 그 경찰관이 네 번째 남자이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또한 당신의 원혼과 함께.



극단적으로 가정해 보자면, 세상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선함과 악함으로 구분 지어져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뉴스거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신림동 등산로에서 성폭행 및 살인을 저질렀던 최윤종,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학폭 피해자라며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합의금 줄 돈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서현역에서 칼부림을 벌였던 최원종은 유족들에게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40대 여성을 납치해 초등학교에서 성폭행했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흉악범죄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도 못한 시점에서 일부 초·중생 사이에서 플라스틱 칼 모형 완구인 당근 칼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기는커녕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취하고 있다.


세상이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과는 달리 더 무심해지고 더 잔인하게 변해가는 것 같아 할 말을 잃게 만드는데, 결국은 이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맞는 벌을 받는 것이 당연시되어야만 이를 모방한 범죄는 물론 작고 큰 범죄들이 줄어들 것이다.

잡지였나? 책이었나? 한 문장이 문득 떠오른다.

범죄자들은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 자체에 죄책감마저 느끼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범죄자들도 벌받는 것은 싫다고 한다.

하기야 벌받는 게 싫으니 재판에서 판사에게 반성문을 쓰고 온갖 변명으로 본인들은 변호하는 것이겠지.

피해자가 아닌 판사에게 반성문을 쓰는 것 또한 참 아이러니다.

이렇듯 법은 가해자를 위해 존재하고 세상은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추세로 흘러가는데 죄가 분명하면 응당 받아야 할 벌도 더 세게 받아야 한다.

덧붙여, 촉법소년도 폐지되어야 한다.


저자는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읽고 있으면 섬뜩하고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 같지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원죄에 대한 묵직한 울림이 크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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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퀘스트 2024 - 대한민국 과학기술과 산업의 미래에 ‘질문’을 던지다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외 지음, 이정동 기획 / 포르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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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그랜드 퀘스트 Grand Quests 란, 각 분야에서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했으나 거대한 분야로 성장할 최초의 씨앗이 되는 도전적 문제를 의미한다.

이정동 교수는 각 분야마다 두 사람의 전문가를 초빙하였다. 깊이 있는 토론으로 도전적 질문을 탄생시킴과 동시에 그 답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국내 최고 석학들이 전하고자 하는 10개 분야의 그랜드 퀘스트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은 한국과 세계가 직면한 주요 이슈를 연구하고 중장기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정책 싱크탱크를 지향하고 있다.

다양한 전공 분야와 전문성을 보유한 서울대학교의 학문적 자산을 기반으로 학문의 구분을 넘어선 융복합적 연구, 증거 기반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한국, 인구, 민주주의, 팬데믹, 과학과 기술의 미래, 경제안보, 탄소중립이란 주제를 다학제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7개의 연구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이 당면한 지정경 리스크’, ‘다시 쓰는 민주주의’, ‘교육 개혁’ 등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정책을 제시하기 위한 프로젝트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랜드 퀘스트


☞ 초미세·초저전력이면서 아날로그 방식의 계산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

☞ 한 번 충전에 10,000km, 10년 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 수소 생산을 위해 인체 내 효소처럼 활성과 선택성 및 안정성이 뛰어난 금속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 변화된 환경을 인지하고, 이에 맞추어 행동을 적응시켜 나갈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 인간의 뇌와 같이 동적인 환경과 상호 작용하고, 인지 구조를 형성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새로운 인공지능 패러다임을 구현할 수 있을까?

☞ 인간이 납득할 만한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까?

☞ 암호화된 상태의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뒤, 암호화된 질문으로 암호화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궁극의 동형암호를 만들 수 있을까?

☞ 노화 세포가 인체 각 조직에 노화를 전파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항체를 설계하고 생명체의 적응 면역계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 양자 큐비트의 조작 가능성과 계산의 신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 집적회로 기술을 기반으로 양자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


혁신의 시작은 도전적인 질문에 있다.

최초의 도전적 질문은 의지만 가득할 뿐 실상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적 질문이 없으면 새로운 길을 결코 만들 수 없다.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는 10개의 과학기술을 주제로 그랜드 퀘스트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각 분야에서 두 사람의 전문가를 초빙해 도전적 질문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정동 교수는 10개의 그랜드 퀘스트가 도출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좋은 질문이 만들어지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탁월한 질문들은 기초과학과 응용 기술의 접점에서 탄생한다.

둘째, 제시된 아이디어는 흥미롭게도 한국의 강점을 잘 살려 해법을 구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이었다.

셋째, 탁월한 질문의 이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연한 조우다.

질문을 출제하기 위해선 다른 분야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우연히 도출된 질문과 연관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도전적 질문을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질문이 진화해 나가는 넓은 대지가 바로 가능성의 공간이다.


경계를 알 수 없는 넓은 가능성의 공간에서 탄생하여 진화하는 그랜드 퀘스트는 의문이 들 법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즉, 단기적인 성과로 끝내지 않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꾸준한 국가 연구 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해법을 구하는 과정에서 질문 자체가 진화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진정 선진국으로 가고자 한다면 국가 정책 방향은 물론 과학기술에 적극 투자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잡혀야 한다.



☞ IT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현재 컴퓨팅 서비스들이 요구하는 반도체 계산량과 에너지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므로 현 세대의 반도체가 아닌 새로운 반도체가 개발되어야 한다. 신개념 반도체는 지금보다 매우 작아져야 하고, 동시에 전력 소모량도 함께 줄어야 하며, 반도체의 정보 계산 및 저장 원리로 기존의 디지털 방식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까지 적용해야 한다. 이런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을까?

☞ 한 번 충전에 10,000km, 10년 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이차전지의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은 상충관계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 수명을 길게 하려면 극단적으로 가벼운 소재에 기반하면서도 가역적인 전기화학 반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리튬이온배터리 기술의 한계는 어디일까? 리튬을 대체할 다른 금속을 주기율표에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 효소처럼 뛰어난 수소생산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효율적인 촉매 없이는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대량으로 얻을 수 없다. 지구상에 가장 효율적인 수소생산촉매는 인체 내의 효소다. 효소가 탁월한 촉매의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소처럼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금속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제한된 환경에서 주어진 명령만을 수행하는 로봇은 재난 상황처럼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쓸 수 없다. 변화된 환경을 인지하고, 이에 맞추어 행동을 적응시키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 뇌와 같이 인지 구조를 적응적으로 생성하고 활용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닫힌 환경의 한정된 데이터 기반으로 학습하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환경과 문제에 스스로 대응하지 못한다. 반면, 사람의 뇌는 발달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인지 구조를 변형하고 성장시키면서 적응한다. 인간의 뇌와 같이 동적인 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인지 구조를 형성하며 발달해 나가는 아기의 마음을 가진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을까?

☞ 인과관계를 완전히 추론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대답과 함께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인공지능을 믿고 쓸 수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의 인공지능 패러다임에서는 인과관계 추론이 불가능하다. 인간이 납득 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제시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까?

☞ 암호화된 데이터로 인공지능과 소통할 수 있을까?

개인이나 조직의 중요한 정보를 인공지능에게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암호화된 상태의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암호화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궁극의 동형암호체계를 만들 수 있을까?

☞ 노화 세포를 탐색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노화 세포가 인체 각 조직에 노화를 전파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노화와 관련된 많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노화 전파의 메커니즘을 과학적, 실험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을 넘어 항체를 설계하고 생명체의 적응 면역계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인류는 아직 적응 면역계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수많은 질병에 대해 맞춤형 신약을 만들 수 있다. 획기적인 규모의 항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학습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까? 이를 통해 인간의 적응 면역계 작동 메커니즘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일 가능할까?

☞ 반도체 집적회로 양자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을까?

양자 컴퓨팅을 실용적으로 쓸 수 있으려면 고전 컴퓨터만큼 오류가 낮아야 한다. 큐비트의 조작 가능성과 계산의 신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반도체 집적 회로 분야에서 축적된 한국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집적 회로 기반의 양자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일까?



체화 인지 구조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계학습이라는 강력한 학습 알고리즘의 개발에 힘입어 다양한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하는 기술 분야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지능은 닫힌 환경의 한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환경에 스스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인간의 뇌는 발달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인지 구조를 변형하고 성장시키면서 이와 같은 환경에 적응한다. 인간의 뇌와 같이 동적인 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인지 구조를 형성하며 발달하는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을까?


1950년대 인공지능의 개념이 처음 정립되었지만 희망과 좌절만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다 2010년 무렵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빅데이터를 접할 수 있게 되자 컴퓨팅 파워가 획기적으로 커져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인 이세돌을 이기는 사건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이 무렵 나온 인공지능 기법들은 머신 러닝으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챗GPT가 등장해 사람처럼 말하고 글을 써주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일단 기계가 학습하는 머신 러닝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주면 학습시켜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을 사용해 문제에 대한 답을 도출하도록 시키는 것이 머신 러닝의 원리이다.

즉, 빅데이터를 학습시킬수록 답은 더욱 더 정교해진다.

우리의 뇌 세포들은 아파트처럼 층을 이루고 있는데 머신 러닝에서 말하는 뉴럴 네트워크도 이를 모방해 만들었다.

뇌에서 빌려온 여러 가지 원리들을 머신 러닝에 적용해 가면서 성능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중인데 생각보다 발전 속도가 빨라 전공자들도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발전중이다.

하지만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고 해도 아직 지도학습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학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독이 꼭 필요하다. 다만 학습한 데이터 세트에 없는 샘플이 나오면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감독하는 것 또한 한계이다.

비지도학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학습 데이터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학습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응 능력이 없다는 것이 지도학습의 단점이다.

지금의 인공지능이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데 여기서 단순히 양만 많아선 안 되고 순도 높은 좋은 데이터여야만 한다.

좋은 데이터, 좋은 데이터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결국 인간이다.


우리의 뇌에도 인공지능과 같이 폐쇄된 시퀀스만 반복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래서 큰 힘 들이지 않고 같은 루틴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뇌에는 동적으로 움직이는 자극이나 환경에 대해서도 금방 인지하는 시스템이 함께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지금처럼 닫힌 환경 속에서 학습된 데이터만 수행시킬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적응할 수 있게 발전시킬 것인지.


초기 인공지능이 프로그래밍된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론적인 사고를 했다면 지금의 머신러닝은 극단적인 경험론적 사고를 하고 있어 데이터만 주어진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부 만들 수 있다.

몸을 강조하기도 하고 행동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열린 세계에 들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의 선택으로 행해진 행동은 환경을 바꿔 끊임없는 불확실성의 세계에 놓이게 되는데, 지금의 머신러닝은 이 과정을 생략하고 일단 모든 데이터를 모아두고 학습을 시작한다.

텍스트에 기반한 문서 업무를 사람보다 훌륭하게 처리할 순 있어도 물리적인 영역에서는 사람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사람에게 쉬운 일은 기계가 잘하지 못하고 사람에게 어려운 일을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이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다.


"궁극적으로 체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가상의 세계를 넘어 물리적인 현실 세계와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된다."

근본적인 한계만 극복하게 된다면 인간이 하기엔 비효율적인 작업 또한 척 척 해내며 우리의 일상을 넘어 산업 전반에 어마어마한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그랜드 퀘스트의 질문들은 결국 국가적 수요와 연계되어 있다.

질문과 해답은 분명 나와있다.

암호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이 있고 노화 문제는 고령화와 관련이 있으며 항체 설계는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관련되어 있다.

즉, 그랜드 퀘스트와 국가적 수요를 연계한다면 혁신적 기술을 키우면서 국가 편익 또한 증진시킬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셈이다.


과학과는 먼 사람이어도 충분히 이해하며 따라올 수 있어 읽기에는 어려움이 전혀 없다.

그랜드 퀘스트 2024는 미래 산업을 예견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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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과학자의 만남!
이들이 생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두 저자의 어린 시절과 생명을 주제로 한 학문적인 발전을 이뤄가는 과정이 진솔하게 그려지고 김병종 교수의 그림이 더해져 감동은 배가 된다.
무엇보다 두 저자가 디지털 시대를 고되게 달리는 우리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생명이 충만한 이 세상을 만끽하라는 전언으로 가득차 있다.

김병종 선생님은 서울, 파리, 뉴욕, LA, 베를린, 브뤼셀, 도쿄, 베이징 등에서 4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베스트셀러 《화첩기행》(전 5권), 《시화기행》(전 2권) 등 3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피악, 바젤, 시카고, 베를린 등의 국제 아트페어와 광주, 베이징 등의 비엔날레에 참가했으며 대영박물관, 로열 온타리오 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등의 방한 때 작품이 증정되기도 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화훈장, 대한민국근정훈장, 대한민국미술인상, 한국미술기자상 등을 받았고 서울대 미대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가천대 석좌교수로 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는 초기작 <바보 예수> 부터 근작 <풍죽> 에 이르기까지 작품이 상설 전시되어 있다.


김병종 교수는 알제리, 튀니지, 쿠바, 페루, 칠레 등의 여행지에서 또 다른 ‘생명력’을 발견했다. 초록색의 나무와 꽃이 영기를 뿜어대는 마조렐의 정원, 옥빛 바닷물에 아이가 뛰어드는 카리브 해변, 쿠바 여인네들의 현란한 몸짓을 길 위에서 만나고, 감격하고, 그림으로 그렸다. “모든 생명은 서로 바라보다가 마음이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그는 전한다.

최재천 교수는 시인이 되고 싶었던 소년이 동물학과를 선택한 사연, 누구보다 아름다운 방황을 즐겼던 대학 시절, 그리고 천사 스승, 에드먼즈 교수와의 인연, 그리고 국립생태원장이라는 새로운 도전까지… 자연,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최재천 교수만의 특별한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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