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진한 에스프레소같은 느낌을 준다.

부드럽고 우아하지만 매우 강렬하다.


두려울 때면 기억해야 할 유일한 사실, 변화란 화학적으로 언제나 가능한 것이다.


저자, 보니 가머스는 소설가로 올해 예순다섯 살 생일을 맞은 문학계의 후발 주자다.

미국과 영국에서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야외 수영을 즐겨 하며, 조정 선수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최근까지 시애틀에 살다가 두 명의 딸과 남편 그리고 강아지 99와 함께 런던으로 이사했다.

그녀의 데뷔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20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는 보니 가머스의 원고 『레슨 인 케미스트리』였다.

“올해의 출판 센세이션”이라는 평과 함께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영국에서 16개의 출판사가 경쟁한 뒤 데뷔작 사상 가장 높은 계약금 200만 달러(한화 약 25억)에 출판권이 계약되었다.

출간 후에는 아마존 4.7점, 굿리즈 4.5점의 기록적인 평점을 달성했다.

현재는 35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애플TV는 이 소설을 브리 라슨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다.




험난한 환경 속에서 꿋꿋이 꽃 피웠던 그녀, 엘리자베스 조트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그녀와 그녀의 오빠는 방치되며 살아왔었다.

그녀의 부모는 거짓 종말론을 사람들에게 설파하며 이와 관련된 성물을 판매하였는데 그들의 자녀는 그들의 관심사 밖이였다.

그렇게 방치된 채 자란 두 남매였다.

그녀에게 하나 남은 오빠는 동성애자였고 이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평범한 가정 속에서 살지 못했던 그녀의 운명은 초년부터 기구했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구한 인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캘빈, 그 또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인생이 참 기구했다.

보육원에서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평범하게 사나 싶었지만 양부모가 사고로 죽어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가야만 했었다.

그런 그는 "살아갈 날이 많으니까 힘내자. 내일은 달라질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캘빈에게 있어서 엘리자베스는 말그대로 '빛'이었다.

이렇게나 힘든 환경 속에서도 절대로 지칠 줄 모르는 오뚝이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그녀의 자존감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녀의 자존감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그녀는 전도유망한 화학자였다.

그렇기에 과학자다운 합리주의에 따라 모든 것을 생각해본다.

사실에 근거해서만 판단을 내리기에 자기 확신이 흔들릴지라도 무너지는 법이 없다.

그녀는 독학으로 학사 과정을 마치고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밝혀내지 못한 ‘진화 이전’ 분자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었다.

1955년, 당시 여자들은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으며 일을 하더라도 보조원이나 행정직원이 전부였다.

즉,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은 엘리자베스를 심부름이나 시킬 수 있는 보조원이라 생각할 뿐 동등한 화학자로 생각하진 않았다.

단, 한 사람을 빼고! 노벨과학상 후보인 캘빈 에번스만이 오롯하게 그녀를 봐주었다.

앞서 설명한 엘리자베스가 사랑했던 인물이 바로 캘빈 에번스이다.

이 때 둘의 사랑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을.

그래서 그들은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하게 되었으며 둘 사이에 예쁜 딸도 낳게 되었다.

그렇게 행복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

알았지만, 그녀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캘빈이 사고로 죽고 비혼모가 된 것이었다.

마냥 슬퍼하고 울부짖을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아이 딸린 여자라며 연구소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오뚝이다.

이미 훌륭한 화학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는 집 부엌을 실험실로 개조해 연구를 이어나간다.

그렇게 딸이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우연한 기회로 TV 요리 프로그램 「6시 저녁 식사」의 MC로 발탁된다.

그런 말이 있다.

초년 고생길을 걸었다면 중년, 말년에는 꽃길만 가득하다고.

TV 요리 프로그램을 계기로 그녀는 미국 최고의 슈퍼스타가 된다.




참 대단한 인물이라 평할 수 있겠다.

소설이지만, 어쩌면 현실은 더 험난하기에 더 공감하며 읽은 게 아닐까 싶다.

진한 에스프레소같은 느낌을 준다.

부드럽고 우아하지만 매우 강렬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곧장 떠오른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Hidden Figures이다.

Hidden Figures는 Lessons in Chemistry와 달리 실화를 다룬 영화로, 천부적인 수학 능력을 가진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이란 인물이 나온다.

그 당시에도 백인·남성 우월주의인 시대였기에 흑인 그리고 여성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나사에서 전산원으로 일한 캐서린 존슨은 "흑인 여성"이었으니 자신의 천부적인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는 없었다.

소설 속 엘리자베스 조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캐서린 존슨 또한 오뚝이 같은 뚝심이 있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으며 그 어떤 손가락질에도 자존감만큼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세상은, 참 어렵고 험난하다.

어떤 일이 닥칠 지 모르기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존심은 내려놓을 수 있지만 자존감은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좋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하더라도 그 상황에 안주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나아갈 수 있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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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17 09: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정말 대단하네요!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

하나님 관심 갖고 있었던 책이었는데 덕분에 도움을 받습니다^^ 히든 피규어스도 함께 보고 싶어졌어요.

하나의책장 2022-07-23 17: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히든피겨스 꼭 보세요! 몇 번이나 더 봤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거든요ㅎ
아마 거리의화가님 마음에 쏙 드실 거예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06-17 12: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질거같은 책이네요. 리뷰만으로도 약간 힐링이 되는 기분입니다. ^^

하나의책장 2022-07-23 17:2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비가 오긴 하지만 기분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6-17 18: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첨들어본 작가인데 표지도 인상적이고 내용도 인상적이네요~! 판권이 크게 계약될 정도면 책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중요한건 역시 뚝심 ^^

하나의책장 2022-07-23 17:23   좋아요 2 | URL
맞아요!ㅎㅎ
주말 내내 비소식이긴 하지만 행복하게 보내세요♥

mini74 2022-06-17 1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히든피겨스 넘 재미있었어요. 유색인종의 여성과학자들이 실력으로 이겨내는 모습 멋있었어요. 이 책도 넘 재미있겠어요 하나님 ~

하나의책장 2022-07-23 17:26   좋아요 1 | URL
역시 미니님도 보셨군요^^
재미도 있고 영어공부도 할 겸 보고 또 보는 영화 중 하나예요!
요새 인문/철학서만 읽는 것 같아 소설도 살짝 살짝 보고 있는 중이에요ㅎ
미니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