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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칸타타
마쓰다 아유코 지음, 안혜은 옮김 / 올댓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클래식의 탄생은 '서양'이지만 여전히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사랑하고 있다.
클래식은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에 와닿아 계속 듣게 되는데 그 관심이 쭉 이어져 곡이나 작곡가의 이야기 또한 자연스레 궁금해지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음악학과도 아닌데 클래식과 관련된 책은 꾸준히 읽게 된다.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있는 분야라고 자부한다.)
이 책에서는 자주 연주되어 들을 기회가 많은 곡과 당대에 한 획을 그은 작곡가의 대표곡들을 선별해 곡의 특징과 그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 마쓰다 아유코는 아몬드주식회사 대표이사로 전 도쿄 필하모닉 홍보 섭외부 부장이었다.
갓스이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오르간 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나가오카 시 예술문화진흥재단과 도쿄 필하모닉에서 기획과 홍보를 담당했다. 이후 일본우정주식회사 등을 거쳐 2013년 도쿄 필하모닉에 복귀했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은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한 작곡가들이고 비발디, 노시니, 베르디는 이탈리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한 작곡가들이다.
언급한 작곡가들의 사진을 보여주면 대부분 전자는 쉽게 알아차리지만 후자는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자는 이 경우를 기악(독일) 대 성악(이탈리아)의 영고성쇠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독일 작곡가들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음악가'란 당연히 '이탈리아어를 쓰는 이탈리아인'을 의미했으며 프랑스와 빈 궁정에 기용된 음악가 모두 이탈리아인이었다.
음악의 본고장은 이탈리아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기에 오페라로 성공하기를 바랐던 모차르트 또한 대부분의 오페라를 이탈리아어로 썼다.
또한 악기 연주자보다 성악가를 특급 대우했을만큼, 연주회의 주요 레퍼토리도 항상 성악이었기에 자연스레 성악가들도 주목을 받았다.
이전에는 전기가 없던 시대여서 처음과 끝은 꼭 오케스트라 단독 연주로 진행되었다. 서곡과 중곡은 각각 연주회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 역할을 한 셈이다.
프랑스혁명 이후, 왕정이 붕괴되자 왕실의 후원으로 진행했던 비공개 연주회는 줄어들었고 대신 음악가가 흥행주와 손잡고 청중에게 돈 받는 공개 연주회 방식이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오페라의 경우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제작비가 덜 드는 기악 작품으로 관객을 모으게 되었다.
음악을 듣는 계층이 귀족에서 시민으로 옮겨가자 기악과 오페라의 지위가 역전되기 시작했고 19세기에는 기악이 오페라에 승리를 거둘 정도였다.
오페라는 언어 문화권에 가로막혀 전세계로 나아가지 못했으나 기악곡은 언어 장벽을 뚫고 전세계로 뻗어나가게 된다.
시대, 국경을 초월하여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을 '이탈리아 대 독일'과 같은 일부 대결이 아니라 거대한 빛으로 클래식 음악을 이끌고 있다.
Ⅰ 음악 후진국 독일의 도약
독일 출신의 바흐와 헨델은 바로크 시대를 상징하는 거장이다.
(클래식 음악에서는 오페라가 탄생한 17세기초부터 바흐가 서거한 1750년경까지를 바로크 시대로 보고 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초기에는 부를 축적하는 것이 곧 국가의 부라는 믿음을 가지게 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음악을 이용했다고 한다.
음악이 영혼과 감정을 다스리는 훌륭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루이 14세의 충직한 신하였던 장 밥티스트 륄리는 왕을 찬양하는 수많은 발레와 오페라를 만들었었다.
넓은 베르사유 궁전의 홀에서 화려한 사운드를 위해 현악기에 오보에를 조합했다.
이 때, 현악기+관악기 편성은 '관현악'의 발전을 한 걸음 앞당기게 된다.
그의 음악은 느리고 당당한 곡조로 시작해 경쾌한 음악으로 이어지다 당당한 음악으로 돌아가는 완-급-완 형식이었다.
'서정 비극'이라는 프랑스 오페라의 작풍을 개척하였고 오페라 공연 전에 연주되는 서곡의 형식을 새롭게 정립했으며 모든 바로크 작곡가의 교과서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잇달아 화려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던 무렵, 30년 전쟁으로 암흑기를 보내던 독일은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이후 1685년, 베토벤이 진정한 천재라 칭했던 바흐와 헨델이 태어나게 된다.
결국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뒤쳐졌던 독일 음악을 그들의 활약으로 활기를 띠게 된다.
(바흐와 헨델은 같은 독일 출신이긴 하지만 활동 무대가 달랐는데, 바흐는 평생 독일에 머물며 활약한 반면 헨델은 명예혁명 이후 최전방에서 시대를 이끈 런던에서 활약하게 된다.)
Ⅱ 예술과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다양성
1827년 3월, 베토벤이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 무렵, 고전파는 막을 내린다.
그 말인즉슨, 이제 낭만파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모차르트, 베토벤이 확립한 교향곡을 바탕으로 다채롭게 음악을 만들어간 결과, 교향시와 악극과 같은 새로운 음악 장르가 탄생하게 된다.
고전파 시대 이후 왕실 귀족의 손을 떠나 부르주아지 마니아에 의해 명맥이 유지됐으며 낭만파 시대에는 그 대상이 시민 계급까지 확대된다.
이는 자유롭게 작품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낭만파는 인간의 힘으로 헤아릴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동경을 표현했다. 시, 문학, 미술 등 영감의 근원이 매우 다양해졌다.
기존 악기가 작곡가의 구상을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하자 민족 악기 등이 새롭게 발명되면서 악기 종류가 다양해졌고 오케스트라 편성 또한 대규모로 바뀌게 되었다.
민족주의 혹은 애국주의도 낭만파의 특징 중 하나였다.
1800년 대, 나폴레옹이 실각해 추방되자 유럽 여러 국가 대표들이 모여 빈 회의가 열리게 된다.
당시 강화된 반동체제는 유럽 전역에서 민중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왕정복고와 제국의 압정에 시달리던 민중들이 끝끝내 폭발해 유럽에서 잇달아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동유럽, 북유럽 그리고 러시아 출신 음악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음악에 투영하게 된다. 바로 이 음악이 민족주의 음악이다.
그 시기 음악가들은 고전파 시대에 비해 변화무쌍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낭만파 후기로 접어들면서 음악은 근대화의 물결로 더더욱 다이내믹해진다.
당시 유명했던 음악가 바그너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해볼까 한다.
바그너는 30세인 이른 나이에 드레스덴 궁정 오페라 극장 관현악단의 지휘자로 취임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이후 3월 혁명을 시작으로 잇달아 혁명운동이 일어나자 바그너는 직접 혁명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명수배자가 된 바그너는 십수 년을 망명자 신분으로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바그너는 예술론을 정리하여 논문을 쓰는 한편 게르만 신화에 심취하게 된다.
여기서 비롯된 작품이 바로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이다. 20년 이상을 소요한, 실로 장대한 오페라였다.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라인강의 황금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신과 인간, 거인, 소인이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초연은 1876년 8월 13일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용 공연장으로 지은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으로 연주 장소를 정했는데 이는 관객석에서 오케스트라가 보이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 위에 뚜껑이 덮인 상태라 금관악기가 한꺼번에 포효해도 전체 음량이 억제되고 노래는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히지 않은 채 오롯이 객석으로 전달된다.
즉, 청중이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그리고 파리 부르주아지의 감상 태도를 용납하지 못해 박스석을 없앴다고 한다.
음악을 사교장의 액세서리 취급하는 태도를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또 그는 자신의 작품은 자신의 극장에서 연주해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다른 극장에서는 절대로 못하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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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 줄이고 줄이느라 혼났다.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물론이고 시대의 작곡가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싶을 정도였으니, 책 한 권에 얼마나 많은 내용이 꽉 차 있었는지 모른다.
생각해보면 클래식에는 동서양을 초월하는 보편성이 있는 것 같다.
클래식의 탄생은 서양이라 할지라도 동양에서도 서양만큼 듬뿍 사랑받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도처에서 수시로 들을 수 있을 만큼 광고, 영화에서도 흔하게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 있고 무엇보다 카페, 전시회 등에서도 잔잔하게 틀어놓고 있으니깐.
요즘은 쇼팽에 푹 빠져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내 한 곡, 한 곡씩 연주하며 음미하는 중이다.
잔잔함 속에 스며든 웅장함, 웅장함 속에 스며든 잔잔함때문에 클래식은 앞으로도 못 끊을 것만 같다.
공부한다는 느낌과 동시에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책' 읽는 기분이라 술술 읽혔던 것 같다.
클래식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