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삽목 20주차. 지난 주에 화분으로 옮겨 심으면서 뿌리를 다친 것은 말라 죽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4~5주 정도 시들시들했는데 1주는 다시 잎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죽는 모양새다. 

살아남은 삽주들은 잎을 무성하게 내미는 것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삽주마다 자라는 양상이 다 다른데, 일부는 잎을 새로 내면서 잘 자란다. 이 화분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할텐데, 좀처럼 차이를 알 수가 없다. 



지난 봄에 구입해서 옮겨 심었던 묘목 중 일부는 잎이 하나도 없이 다 사라졌다. 벌레의 소행인지, 아니면 병이 걸려 그런거지 알 수 없다. 가끔 쳐다보니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뿌리는 아직 살아 있어 다시 잎을 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옮겨 심은 묘목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2~3주 정도가 잎을 잃었다. 1주는 비가 오기 전 가뭄 상황에서 마름병에 걸린 듯 죽어 있는 것도 있다. 가뭄과 폭우 속에서 살아 남은 것들은 그 버티는 힘으로 잘 커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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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의 미래를 바꿔왔는가?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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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세계가 뒤숭숭하다. 트럼프는 관세정책을 통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경제적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관세 정책은 중국을 제일의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미국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생산과 공급 기지로서의 위치를 다지기 위한 정책으로도 보여진다. 이로 인해 세계는 다자주의에서 양자주의로의 변화가 읽혀지며, 자국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여러 경제 블록이 새롭게 나타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런데 이 모든 변화를 지정학적 접근을 통해 바라보면 어떻게 읽혀질까.  


이책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태동과 발전을 다루고 있다. 지리적 특성이 경제, 문화, 정치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평소 유심히 보지 않았던 산맥과 강, 바다가 어떻게 각 국의 정치,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의 지리적 특성이 유럽에서의 역할을 좌우하고,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의 위치와 인도양, 태평양의 접근성이 그들의 역사에 끼친 영향, 태평양과 대서양을 아우르는 대륙을 갖춘 미국의 힘, 육로와 해로를 통해(일대일로) 무역의 지평을 넓히려는 중국의 구상 등등.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경제적 흐름을 지정학적으로 간략히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의 경우엔 토건주의와 맞물린 현대 경제사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지리와 다중스케일적 접근을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 앞으로의 변화를 읽어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이 책이 그런 눈을 키워주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그런 눈이 세계 경제사를 읽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깨달음과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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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호우에 이어 폭염이다. 비바람을 피하고 더위를 이겨낼 실내를 찾는다. 밖은 위험하다. 문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당장 자연 속에 내몰린다면 생존을 장담하기도 쉽지 않다. 자연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자연에 대한 환상도 강렬하다. 자연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에 대한 로망도 가득하다.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의 <맨 vs 와일드>는 12억 명이 시청할 정도다. 


넷플릭스 시리즈 <언테임드>는 총 6화로, 각 화가 40~50분 정도로 시리즈 치고는 그리 길지 않다.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 국립공원의 연방요원으로 자연의 생태를 잘 알고 있는 베테랑이다. 시리즈의 첫 장면은 암벽등반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900미터 높이의 화강암 절벽 앨 캐피탄에서 시작한다. 


두 명의 암벽등반가가 아슬아슬하게 앨 캐피탄을 오르고 있다. 암벽을 오르는 기술이 상당히 사실적이다. 베테랑이 다른 이를 가르치며 올라가던 도중 갑자기 위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떨어진다. 시체는 둘을 잇는 로프에 걸리면서 두 명의 등반가 또한 위기에 처한다. 클리프 행어나 미션 임파서블의 암벽 등반 보다 더 사실적이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시리즈는 암벽등반이 아니라 이 떨어진 젊은 여자의 시체에 집중한다. 도대체 왜 이 여자는 앨 캐피탄에서 떨어진 것일까.


<언테임드>는 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 연방요원의 자연 속에서 흔적을 찾아가는 실력이 빛을 발한다. 이 요원의 짝꿍으로 LA에서 갓 요세미티로 온 경찰이 호흡을 맞춘다. 자연과 도시로 대변되는 두 인물의 호흡이 어떻게 틀어지고 맞아지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건의 발단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뜻밖의 전개가 이어진다.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되어지고, 새로운 살인 사건도 발생한다. 이 사건들은 서로 연결되어진 듯 보인다. 마침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듯 보이지만, 마지막 반전을 남겨둔다. 


<언테임드>는 요세미티라는 거대한 자연 풍광과 이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촘촘히 잘 짜여져 있다. 특히 자연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마주칠 수 있는 단서와 흔적들을 찾아 쫓아가는 장면들은 인상적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연에 대한 로망이 투사되어 마음을 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도 킬러로서의 재능과 사냥꾼으로서의 재능이 맞부딪히는 장면이 숨막히는 추격전을 만들어 냈다. 물론 영화는 두 재능이 모두 경험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 낸 능력이지만, 결국 허무하게 바스러지는 모습을 담아내지만. 


반면 <언테임드>는 제목이 뜻하는 야생적인 모습에 대한 로망이 가득하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던 전 LA 경찰은 이제 말을 타고 사슴 무리 사이를 지난다. 생존이 걸린 사투의 장이 아닌 공존과 모험이 가득한 자연이라는 로망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의 욕망이 사건을 만들어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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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극한호우에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산사태로 마을이 위태로운 곳도 있었다. 제발 비가 그치기를 빌고 또 빌었다. 


2년 전 사흘간 끊임없이 내린 비에 블루베리밭 사면이 쓸려내려 간 경험이 있었기에,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올해도 제법 비가 내렸지만, 이쪽은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쓸려내려갔던 사면엔 축대가 쌓여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비가 한꺼번에 쏟아질 때는 쓸려내려갔던 부분의 사면 중간에서 물이 흘러내린다. 축대 위에 쌓여있던 흙이 한 번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사면 중간에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잡을 방법이 없어 그대로 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많은 비가 내릴 때면 조마조마하다. 




또 한편으로는 집 윗밭의 무책임한 배수 탓에 집 쪽으로 물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어 불안하다. 내가 삽질을 해서 배수로를 내놓았지만, 비가 한꺼번에 쏟아질 때면 배수로의 둑이 터져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번에도 배수로는 또 터져서 집 쪽으로 물을 쏟아냈고, 펌프실을 물로 가득 채웠다. 그 탓에 전기가 끊기고 물을 쓸 수가 없다. 펌프실 주위를 파서 물이 빠지도록 조치를 취하고 나서야 전기와 물을 쓸 수 있게 됐다. 펌프실이 있는 쪽은 배수에 특히 신경을 썼는데, 이번엔 칡 뿌리인지, 아니면 두더지길인지 모를 구멍을 통해 물이 사면 중간에서 터져 나오는 바람에 낭패를 당했다. 




칡과 두더지가 파 놓은 땅 속 구멍이 비가 통하는 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을 또 어떻게 잡아야 할지 난감하다. 일단 이번 비가 그치고 풀들이 숨을 죽이는 가을 께 배수로를 지금의 두 배 정도로 깊고 넓게 만들어 볼 생각이다. 윗 밭이 정말 원망스럽지만, 스스로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지 않는가. 비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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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하나 하나 먹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간 게 있다. 음악이다. 몇 시간의 장거리 이동에도 피곤을 모르던 청춘 시절엔 내내 이어폰이 귀에 꽂혀 있었다. 테이프 플레이어에서 CD플레이어, MP3 플레이어로 까지 기기는 변해갔지만, 이어폰은 여전히 귀에 음악을 선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귀에는 아무 것도 꽂혀 있지 않게 됐다. 일상 속에서 항상 흐르던 음악이 사라졌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음악 없이도 삶은 궁핍하지 않았다. TV로 즐겨보던 음악 프로그램을 마주쳐도 채널을 돌렸다. 가끔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정도다. 굳이 음악을 찾아 듣지는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음악에 어쩌다 취하기는 한다. 하지만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겠다고 시간을 내지는 않는다. 




유튜브를 서칭하다 문득 오랜만에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선택한 것은 영화 <스타 이즈 본> OST 중 하나인 <Always Remember Us This Way> 였다. 혼자만의 느낌이겠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무엇인가 강렬한 게 쏟아져 나오지만 그것을 온전히 다 쏟아내는 게 아니라 조금은 억제되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마치 꾸억꾸억 한을 가슴 속에 구겨 담았다가 마침내 폭발하듯이. 하지만 완전히 폭발하지 못하는 그 마음 같은 노래였다. 


두세 번 반복해 듣다가 영화 <스타 이즈 본>을 찾아 넷플릭스로 들어갔다. 2018년 개봉된 영화이지만, 노래가 좋다는 소문이 주위를 떠돌았지만, 보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영화다. 시간이 흘러 OST가 영화로 이끈 셈이다. 


<스타 이즈 본>은 못생긴 외모 탓(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에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앨리가 스타 가수인 잭슨을 우연히 만나면서 큰 무대에서 가수 데뷔를 하고, 일류 프로듀서 레즈를 만나 앨범을 내고, 그래미상까지 움켜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이 줄거리와 함께 잭슨과 앨리의 사랑을 담는다. 잭슨은 알코올 중독의 할아버지 나이 뻘 되는 아버지와 단 둘이서 자랐다. 이 환경이 그를 알코올 중독으로 내몰았고, 끝내 이겨내지를 못한다. 앨리의 첫 모습에 반했던 그는 앨리가 레즈를 만나 대중가수로 변해가는 모습도 참아내지 못한다. 잭슨의 앨리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


영화 <스타 이즈 본>의 매력은 단연코 음악이다. 여기에 더해 잭슨의 입장에서, 그리고 앨리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과거에 사로잡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잭슨과, 과거를 떨치고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앨리를 바라보며 갖가지 감정이 솟구친다. 영화의 마지막  I'll Never Love Again  이 불려지는 부분은 이 솟구친 감정이 바로 사랑이었음을 실감케 한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스타 이즈 본>의 여자 주인공이자 가수인 레이디 가가의 노래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레이디 가가는 댄스팝과 일레트로닉을 주로 불렀고, 이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 이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들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레이디 가가는 이후 음악 스펙트럼을 넓혀 재즈, 컨트리,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스타 이즈 본>에서 들려주는 컨트리 풍의 소프트 록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장르이기에 귀를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찾아 듣는다. 100%가 아닌 97~98%의 폭발과 2,3%의 제어가 마음 속 깊이 묻어둔 감정을 끄집어 내는 것처럼 들려지는 레이디 가가의 목소리가 한동안 귓가에 맴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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