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영화 <i호스티지>. 25년 4월 18일 오픈. 네덜란드. 100분. 범죄. 스릴러. 202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번화가 애플 매장에서 실제 일어났던 인질극 사건을 영화화. 과장하지 않고 꽤 실감나게. 하지만 사건이 지나고 나면 해프닝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잊혀질까. ★★★ 6점/10점

   

2,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번화가. 애플 매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때 위장복(군복같은)을 입고 쇼핑백을 든 남자가 들어온다. 쇼핑백을 입구 근처에 내려놓고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외치는데, 다름아닌 소총이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하고, 이 남자는 "엎드려"라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화를 잔뜩 낸다. 웃옷을 벗으니 온 몸에 폭탄이 감겨 있다. 곧바로 경찰과 통화를 하며 협상가를 불러오라 한다. 그의 요구사항은 비트코인 2만 달러와 자유통행권. 과연 이 남자는 무엇 때문에 이런 인질극을 벌인 것일까. 


3. 실제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영화화 했다. 영화 속 장면은 실제 사건의 개요 그대로다. 범인과 인질이 됐던 사람들, 범행 장소에 있던 사람들의 대화는 각색되어졌을 듯하다. 영화는 반나절 사이 일어났던 일을 2시간이 안 된 시간으로 축약해 보여준다. 다소 망상에 사로잡힌 듯한 범인은 테러를 일으키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질을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다소 인간적이다. 범인이 두른 폭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따라 이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 달라질 텐데, 구분을 할 수 없다. 범행의 동기도 진짜 목적도 알 수가 없다. 영화는 사건의 진행을 과장 없이 다큐멘터리처럼 오히려 담담하게 보여준다. 관객 입장에선 이 담담함이 스릴을 더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느슨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말을 알고 보느냐, 모르고 보느냐의 차이도 커 보인다.


4. 영화는 인질이 된 사람, 협상가, 경찰 등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으로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각자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면서 입체감이 돋보인다. 반면 이 입체감은 한 두 명의 주인공에게의 감정 이입을 허락하지 않기에 몰입감을 다소 저해한다. 그럼에도 다양한 시선에서 사건을 마주치는 점은 장점으로 보여진다. 


스포일러?

5. 범인의 죽음 이외 사망자도 부상자도 없이 사건이 정리되면서,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일상이 돌아오는 듯 보여진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의 눈물과 포옹은 그저 한 번 바람이 불었던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마치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계엄을 말하는 이들에게 영화 <i호스티지>의 마지막 부분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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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를 삽목한 지 7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아침 기온은 10도 안팎, 오후에는 20도를 넘어선다. 혹시나 몰라 집안으로 들여놓았던 삽목들을 밖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차광막을 해 주었다. 하루종일 그늘이 든 곳이 있으면 좋을텐데 마땅한 자리가 없다. 



뿌리가 아직 충분히 자라나지 않았기에 잎이 너무 무성한 것들은 일부 제거해 주었다. 



그늘막이 하루 종일 그늘을 만들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온종일 땡볕에 놓여 있는 것은 막아줄 터다. 바람이 솔솔 드나들도록 해서 병에 취약하지 않도록 했다. 새 환경에서 잘 적응해 뿌리를 많이 내려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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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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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한강의 소설이다. 

그의 소설은 머릿속에 영상을 명확하게 떠올리게 할 만큼 묘사가 상세하다. 영화 봉준호 감독의 별명이 '봉테일'인 것처럼, 디테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광복 이후 제주 4.3을 비롯해 여순사건, 6.25 전후로까지 이어진 서북청년단을 비롯한 국가와 집단의 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제주 4.3의 뒤에 어떤 글자를 붙여야 할 지 망설이고 있다. '사건' '사태' '항쟁'.... 4.3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달리 불리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하더라도 민간인이 집단으로 학살되어졌다는 사실만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그렇게 희생된 민간인 한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죽었을지 살았을지 모를 가족을 찾기 위한 애달픔과 슬픔이 디테일 속에 녹아 있다. 


개인적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게 느껴진 부분은 떨어진 눈이 살아있는 것에 닿으면 녹고, 죽어있는 것에 닿으면 쌓인다는 이미지다. 살아 있는 것들은 온기를 품는다. 죽은 것들은 냉기를 발산한다. 온기를 품은 것들은 부드럽고, 냉기를 품은 것들은 딱딱하다. 광기와 폭력은 살아있는 것들의 온기를 빼앗는 일이다. 제주 4.3을 비롯해 집단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위로 내린 눈은 녹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간다. 쌓인 눈은 우리와 그들을 가로 막아 이별을 선언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전히 따스한 온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와 그들을 갈라서게 만든 눈을 온기로 녹여야 한다. 다시는 이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그들과 작별해서는 안된다.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 속 경아와 인선이 주고받는 촛불은 따스함이요, 어둠을 밝히는 빛이다. 촛불은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현재의 우리에게도.(지금은 쉽사리 꺼지지 않는 응원봉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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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을 넘기며 어김없이 블루베리가 동해를 입었다. 10그루 정도가 고사했다. 이렇게 죽어나간 자리에 묘목을 새로 심는 보식 작업이 필요하다. 다행이라고 할까. 2년 전 삽목했던 것 중 10여개가 잘 살아남았다. 그런데 막상 보식을 하려고 보니 대여섯개 정도만 잎을 내밀고 초록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른 개체는 겨울을 못 이기고 죽은 듯하다. 



죽은 나무를 뽑아내고 묘목을 심었다. 상토를 한 삽 뿌리고 피트모스를 대여섯삽 정도 뿌려줬다. 죽은 나무를 뽑아보니 흙이 촉촉했다. 아무래도 배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보인다. 이것이 나무를 죽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래서 피트모스 이외에 상토도 조금 뿌려준 것이다. 그리고 흙을 깊이 파지 않고 두둑을 조금 높이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아무래도 비가 많이 올 경우, 또는 지하수위가 높을 경우를 대비해서 두둑을 두텁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블루베리도 곧 잎과 꽃이 필 터인데 이번 추위로 냉해를 입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아직은 활짝 핀 상태가 아니기에 큰 피해는 없을 듯하다. 올해는 삽목을 오십여 개 정도 진행하고 있는데, 잘 키워서 보식에 문제가 없도록 하고 싶다. 어차피 죽음이란 피해갈 수 없을테니. 새로운 삶으로의 순환을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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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불규칙할 때는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 4월 13일과 15일 연달아 0도~영하 1도까지 아침 기온이 떨어지면서 일찍 핀 과일나무의 꽃들이 냉해를 입었다. 



세 그루의 배나무 중 원황이 가장 먼저 꽃을 피웠는데, 이 차가운 날씨에 직격탄을 맞았다. 



분홍색 술을 내밀지 못하고 까맣게 타버렸다. 꽃술  중 2~3개 정도를 남겨 놓고 냉해를 입었고, 이런 꽃들이 꽃 뭉치 7~8개 중 4~6개에 달했다. 이렇게 냉해를 입게 되면 수정이 어려워지고, 수정이 된다 해도 기형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신고배는 이제 꽃봉오리를 맺고 있어서 냉해를 피해간 건 아닐까 싶은 것이다. 하지만 꽃봉오리 자체가 냉해를 입은 경우도 있기에 꽃이 다 피어날 때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개복숭아도 어느새 분홍색 꽃을 활짝 피웠다. 옆의 복숭아밭에서는 아직 꽃 필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개복숭아가 부지런을 떠는가 보다. 



원황배 보다 2~3일 정도 늦었는데, 그 덕에 냉해를 피해갈 수 있었다. 날씨가 이렇게 뒤죽박죽일 때는 꽃이 되도록 늦게 필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는 어렵겠지만, 마냥 날씨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아몬드를 비롯한 여러 곡물과 과일이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떤 과일과 곡물은 사치품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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