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어

여름이면 찾아오는 손님. 1978년 한국을 찾아온 <죠스> 이후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죠스>의 '빠~밤 빠~밤 빠밤빠밤'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음악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영웅과 악당의 대결구도. 죠스는 새로운 악당으로 등장한다. 죠스는 꽤 인기를 얻어 5년 후 <죠스바>라는 아이스크림까지 나왔을 정도. 하지만 이후 나온 상어 소재 영화들은 죠스의 아류이거나 그저 그런 영화에 그쳤다. 

좀더 자극적이거나 좀더 강력한 상대가 필요했을까. 20여년이 흐른 후 상어는 유전자 조작된 괴생명체로 나타났다.(물론 그 전에도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상어가 제작되긴 했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바로 <딥 블루 씨>. 하지만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괴물이 꼭 상어일 필요는 없을터. 그래도 한정된 공간이 갖는 공포감을 잘 드러냈다.

이후 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상어 영화가 없다(순전히 개인적 평가다) 20년이 조금 못돼 <언더 워터>라는 영화가 나타났다. 서핑을 즐기던 여주인공이 상어의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고 암초에 피신하면서 생존을 위한 사투가 벌어지는 내용이다. 간만의 차로 인해 암초가 물에 잠기는 것은 시간 문제. 즉 한정된 공간에 제한된 시간이라는 요소가 더해졌다. 해변까지는 불과 200미터. 희망을 눈앞에 두고서 진행되는 사건이 흥미진진했다.

<47미터>는 이 <언더 워터>와 많이 닮아있다. 샤크케이지(상어를 구경할 수 있도록 고안된 철창 상자)라는 한정된 공간과 20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산소통. 즉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투라는 점이 비슷하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가 된 것이 바로 소리다. 심해라는 공간이 갖는 고요함이 공포심을 더욱 극대화한 것이다.  

 

2. 소리

<47미터>는 소리가 주는 심리적 공포를 잘 이용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빛이 번쩍 하고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천둥소리가 들리면 바짝 긴장하게 된다. 친구들과 장난을 칠 때도 살금살금 다가가서 "왕"하고 큰 소리를 내 깜짝 놀라게 만든다. 고요함, 또는 잔잔함 속에서 쾅 터지는 소리가 주는 공포감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듯하다. 

<47미터>는 이런 큰 소리의 공포가 아니다. 심해의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가 긴장을 자아내는 것이다. 거친 숨소리는 평온을 잃었다는 표시이자 산소통을 빨리 소모시킨다는 점에서 급박함을 나타낸다. 영화는 이 소리를 적소에 잘 뽑아내고 있다.

 

3. 연결

생존은 연결의 문제이다. 케이지가 47미터 아래로 추락한 것은 케이블과 케이지를 연결한 고리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영화 중반 구출됐다는 안도감도 잠시 다시 위기 속으로 내 몰린 것도 배와 연결된 케이블이 끊어져서다. 

두 여주인공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배와의 무선 통신이다.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그 연결만이 유일한 희망이 된다. 두 여주인공 사이에서도 서로 희망이 되어 줄 수 있는 끈은 바로 통신이다. 통신이 끊긴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인간은 모든 생명, 사물과 연결되어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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