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6일

장마가 시작되기전 지붕이 올라가 비가 와도 작업이 계속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일이 자꾸 지연되면서 결국 장마가 시작될 때까지 기둥 하나 서 있지 못했다. 마음대로, 계획대로 된다는 건 드문 일이다. 

결국 기초공사를 하고 두 달이 그냥 흘러갔다. 아마 기초공사 후 바로 지붕이 올라갔다면 지금쯤 집이 거의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폭우에 쓸려내려간 땅을 복구하느라 진땀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완전히 나쁜 일이란, 반대로 완전히 좋은 일이란 없는가보다.

 계속된 폭우에 진입로 초입이 조금 씻겨내려가고 굳은 땅이라 생각했던 곳도 진흙탕이 되어 차가 빠질 정도가 됐다.

전봇대 주위가 가장 심한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전봇대가 쓰러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에 감사할 뿐. 그래도 굉장히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이렇게 피해가 컸던 것은 옆 밭과의 경계를 절개한 사면에서 빗물이 새어 나왔기 때문이다.

맨 땅이 위험한 것은 빗물을 품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낸다는 점에 있다. 부직포와 잡초를 긁어내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씻겨내려가진 않았을거다. 사면 끝자락을 중심으로 배수로를 놓아야 할 듯 싶다. 반면 집 앞 사면 경계는 굳이 배수로를 놓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설계도면이 갖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지형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모든 상황을 다 반영할 수는 없는 법일테니까 말이다.

 

아직 집이 들어서지 않았기에 이번 장마로 입은 피해를 거울삼아 토목을 철저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물론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겠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퍽 다행스런 일이다.

 

아무튼 이번 폭우로 늪처럼 변해버린 땅은 모두 포크레인이 한 번이라도 긁어 놓은 곳이다. 다진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 그렇다고 시멘트를 바를 일도 아니다. 어떻게 대책을 세우고 활용할 것인지 연구를 해야겠다.

 

공정이 늦어진 덕분에 알게 된 취약점. 어려운 일에 부닥치면 드러나는 인간성. 아직 개선할 시간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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