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대부분 혹평으로 뒤덮힌 리뷰. 설리를 중심으로 한 댓글. 참 말 많은 영화였다. 혹시나 노이즈 마케팅? 그러기엔 100만명이 되지 않는 관객수가 낯부끄럽다. 

 

2. 불친절한 영화. 영화사 측 또는 홍보하는 입장에선 난해함으로 표현하지만 난해함에도 두 가지가 있다. 철학적 깊이를 요구하는, 또는 복선이나 추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난해함과 겉도는 이야기 또는 아귀가 맞지 않는 전개로 인한 해석 불가. 리얼은 난해함보다는 오히려 불친절에 가깝다. 이야기 중간 중간을 빼먹은듯한 느낌 같은 느낌? 또는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중간에 길을 잃어버린 기분 같은 기분?

 

3. 그래도 볼거리는 풍부하다. 오프닝을 비롯해 화려한 조명과 영상. 미장센만큼은 시선을 잡는다. 권투에 가까운, 또는 춤에 가까운 액션도 그럭저럭. 그런데 볼거리만 무성할 거면 CF를 연이어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화면과 화면을 이어 꿰어주는 이야기의 힘을 다시 생각해본다.

 

4. 호접몽 - 일장춘몽 - 시에스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이해해보고자 하면 그 중심엔 바로 시에스타가 있다. 영화 속에서는 카지노의 이름이 시에스타이며 마약의 이름이 시에스타이다. 시에스타는 마약이기도 하면서 식물인간을 살려내는 묘약이기도 하다. 카지노는 벼락부자를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빈털터리를 만든다. 시에스타는 한낮에 즐기는 잠이다.  잠 속에서 나비꿈을 꾸다 깨어보니 내가 나비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사람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장자의 호접몽. 그래서 영화 제목이 <리얼>인듯하다. 누가 진짜인가?가 바로 영화의 주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5. 르뽀 작가로서의 장태영, 카지노를 만든 조직 보스 장태영은 한 인물이다. 해리성 인격장애. 그런데 여기에 카지노 투자자 장태영이 나타난다. 모두 생김새가 똑같다. 투자자 장태영은 르뽀작가는 물론 보스로서의 장태영을 그대로 투사한다. 그럼 누가 진짜야?가 영화의 핵심이 될텐데, 누가 진짜든 무슨 상관이지? 라는 생각이 떠오를만큼 진짜를 찾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영화의 맹점.

 

6. 그래서 오히려 중요한 인물은 신경정신과 박사 최진기(이성민 역)다. 최진기는 보리스이기도 하다. 그는 시에스타를 개발해 때론 신약으로 사람을 살리기도 마약 중독으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장태영의 또다른 인격을 살해하고자 한다. 한편으론 장태영(투자자)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형성시키기도 한다. 결국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보리스에 의해 놀아난 꼴이다. 여기서 최진기 또는 보리스는 사람이기도 또는 사물(가령 화폐같은)이기도 또는 어떤 시스템이나 제도 등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번쯤 생각해본다. 혹시 내가 지금 보리스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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