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라 너만 슬프냐
안효숙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장터만을 돌아다니며 화장품을 파는 아주머니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장터를 지키는 장사꾼과 이들을 찾는 단골들, 비워진 자리는 어김없이 채워지는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울고 웃는다. 가혹한 현실 속에서 꿈을 잃지않고 생계를 꾸려가며 살아가는 가장의 어깨가 웃음으로 때로는 울음으로 들썩인다. 못된 사람들에게 분노하다가도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는 천사같은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찾고,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는 시장 사람들로 말미암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제 남의 슬픔보다 내 아픔에 점점 고집스러워지고 있나 보다(184쪽)

며 맨 처음 장에 나섰을 때의 막막함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지금 조금은 자신이 모질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책을 조금만 읽어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구질구질하다고 생각도 했다. 소위 밑바닥이라고 하는 인생살이가 얼마나 화려하며, 즐거울 수 있겠는가? 햇빛나는 삶이 아니라 먹구름 속에서 살아가며 언젠가 볕들날 있기를 바라는 모습을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실은 고개를 돌리고픈 광경일지 모른다. 솔직히 책을 덮어버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더라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저잣거리의 사람들 속에서 이들이 바로 천사임을 깨달으며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장터에 자리잡기 까지의 어려움, 또 자리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 물건을 조금이라도 많이 팔면 나타나는 함박웃음과 아무것도 팔지 못했을 때의 절망감. 날씨에 따라 희노애락이 교차하고, 꽃이 피면 나들이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마음, 떠나고픈 심정을 꽉 붙들어매고 장터를 지키고 앉아야 하지만 그래도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행복해하는 소탈함. 자신의 처지도 어려운데 옆에 자리를 펴고 앉은 아이나 아낙들을 위해 물건을 팔아주기도 하는 심정, 비와 눈이 쏟아지는 날 집에 있는 것이 나은 줄 알면서도 나섰다가 몰골만 추레해지기도 하는 주인공의 현실과 감추어진 속내를 보고 있노라면 솔직히 지금 나의 처지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인간이라는 것이 우스워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꼭 잣대를 들이대며 혼자서 판단해버린다. 고백하건대 내가 겪었던 무엇인가 조금은 억울하고 불편하고 괴로웠던 경험들을 과대포장해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로 채색해, 지금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나를 바라보며 안도하는 것이다. 우습게도 말이다. 그러자고 책을 읽은 것이 아닌데도. 그 따뜻한 마음을 종이를 통해 가슴으로 전달받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엉뚱한 심정이 드는 것이다.

울지마라, 너만 슬프냐.를 통해 울일 조차 없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꼴이니, 나는 정말 "남의 슬픔보다 내 아픔에 점점 고집스러워지고 있나 보다"  살아가는 것이 고달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여, 한번쯤 책장을 펼쳐 볼 일이다. 세상이 꽃밭일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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