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비보이전용극장에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넌버벌퍼포먼스를 봤다.

발레리나가 비보이를 만난 후 스트리트 댄스에 빠지게 되고, 결국 비보이들과 함께 멋진 비보잉을 선보인다는 내용이다. 발레와 비보이라는 상반된 춤을 가지고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심장을 두들기는 강력한 비트에녹아들어 사람을 흥분시킨다. 더구나 이 공연은 휴대폰을 꺼 둘 필요도 없고, 몰래 카메라를 감추고 들어와 조마조마해 할 일도 없다. 마음껏 통화하고,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춤이라는 것도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발레는 우아함으로만 느껴지고, 비보이는 묘기로만 보이는 것은 가장 원시적인 몸짓 언어를 이미 몸과 뇌리에서 잃어버린지 오래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번 공연은 비보이를 보며 감탄을 자아내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다. 발레리나가 스트리트 댄스에 녹아들어 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장면은 악몽으로 표현되는데, 비보이들이 탈을 쓰고 나와, 음산한 음악 속에 녹아들어 긴장감을 자아낸다. 관중석의 관객들은 마치 귀신을 본듯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비보이의 동작에 한국적 색채의 음악과 귀신의 이미지가 주는 섬뜩함은 단순한 묘기를 뛰어넘어, 고정관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공연 내내 고개를 까딱이고,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느라 허기가 질 정도다. 오랜만에 마음껏 내지르는 함성 덕분에 목이 쉴 정도다. 길거리의 춤이 이렇게 훌륭한 무대공연으로 탄생되다니 놀랍다.

바로 코앞에서 벌어지는 비보이들의 몸짓은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다. 나도 한번 저렇게 신나게 몸을 비틀어봤으면 좋겠다는 소망과 함께 과연 저들의 몸은 무사할까 걱정도 깃든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앞에 이 걱정은 그야말로 쓸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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