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도 삶의 한  방식이다. 크게는 사회가 혼란스러울때 기존의 것을 고수하거나, 반대하거나 하지않고 침묵으로 살아가는 것. 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택하고 있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비록 누구나 스스로는 그렇지않다고 주장하겠지만.

침묵을 비겁하다고 욕할 필요는 없다. 침묵도 자기 표현의 방법일뿐이니까, 흘러가는대로 살아가겠다는 수동적 삶의 표현일수도 있겠고, 아무리 외쳐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회의주의자임을 알리는 방식일 수도 있다.

사회가 아닌 개인적 삶으로 시선을 맞춰보자. 학교에서 회사에서 얼마나 많은 침묵으로 일관했던가? 침묵은 금이라고 배우지 않았는가? 하지만 진정 침묵해야 할 때와 침묵하지 말아야 할때를 생각하지 않고 그와는 오히려 정 반대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을 것이다.

침묵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데이지>에서는 거리의 화가 혜영과 인터폴 정우, 킬러 박의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을 그리고 있다. 킬러로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나서지 못하는 박의, 사랑조차도 거부해야 하건만 혜영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래서 매일 그녀 앞에 남모르게 데이지 꽃만을 놔두고 사라진다. 정우는 국제 마약조직망을 수사하기 위해 혜영을 이용한다. 하지만 혜영은 정우를 데이지의 남자라고 오해한다. 정우는 사실을 밝혀야 하지만, 끝내 침묵으로 일관한다. 오해는 사실로 굳어지고 비극은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한다. 혜영을 지키고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마는 박의와 그에 맞설수 밖에 없는 정우.

비극의 출발은 바로 침묵에 있었다. 엇갈린 운명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 마치 침묵의 우화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영상과 읊조리는 대사들 사이에 계속되는 독백들은 침묵의 다른 이름들이다. 그리고 침묵의 다른 성격들이기도 하다.

미안해요, 당신을 알아보지 못해서.

결국 말할수 없는 , 침묵을 강요당할수밖에 없는 처지의 박의와 침묵함으로써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정우 모두 비극적 결말로 치닫게 된다.

사랑은 말해야 하며, 침묵은 오해를 눈덩이처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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