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차 세계대전의 실화. 전쟁터에서 총을 들지 않고 75명의 부상병을 구출해낸 의무병 이야기. 만화 속 영웅이 아닌 현실의 진짜 영웅을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다만 잔인한 장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겐 비추. 전쟁 장면은 꽤나 사실적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부터 전쟁영화는 팔다리가 잘리고, 내장이 터져나오는 것을 예사로 여긴다.
2. 멜 깁슨의 과장된 연출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 주인공 데스먼드 도스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라거나, 꼭 필요치도 않은데 집어넣은 일본군의 할복 장면(아마도 신념의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으로 여길 수도 있겠다. 이 이야기는 다음 꼭지에), 굳이 도스의 용기 덕분에 동기유발이 되어 용감무쌍해진 병사들이 핵소 고지 전투에서 승리하는 장면 등은 들어가지 않아도 될듯하다. 이 장면들은 감정의 선이 느닷없거나 부추기는 것들이라 다소 과한 느낌이 든다. 전쟁의 승리 여부는 영웅의 탄생과 상관이 없을텐데......
3. 주인공 도스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에 지원입대한다. 하지만 훈련과정에서 집총 훈련을 거부한다. 총을 쏘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는 소위 군대 내 왕따를 당한다. 군대에서 사람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것은 나의 행동으로 내가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군대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길들인다. 동료들의 분노를 사게 만들고 함께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도록 상황을 만든다. 군대를 벗어날 수 없는 조건에선 이것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이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과 함께 하는 것 뿐이다. "전쟁터에서 총을 들지 않는 전우는 내가 죽음에 직면했을 때 나를 살릴 수 없는 전우다." 이것만큼 가혹한 정신적 고문이 어디있겠는가. 인간은 별 수 없이 사회적 동물이지 않은가. 전쟁터에서 혼자라는 건 자살행위다.
4. 그럼에도 도스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끝끝내 전쟁터로 가 자신이 옳았음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죽음 앞에서도 "제발 한 명만 더!"라 외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전우들을 구해낸다. 겁쟁이라 비난했던 동지들도 그의 용기에 감명하며 힘을 낸다.
그런데 잠깐. 그런 꺾이지 않는 신념이 꼭 찬양의 대상이기만 한 것일까. 이 영화 속에서 일본군 수장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할복한다. 영 화 속에서만 그런가. 우리 근현대사 속에서도 지도자들의 신념 떄문에 국민이 곤란을 겪지 않았던가.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하지 못하겠다. 다만 이런 말이 있다.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목숨을 택하겠다. 나의 신념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념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는 없다."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내가 청개구리여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