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불멸을 꿈꾸는 것. 그것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영원불멸의 꿈일 것만 같다. 그런데 영원한 삶은 행복할까. 최근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그렇듯 대부분의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불멸의 삶을 사는 존재들은 무척 괴로운 삶을 살아간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야 하는 경험을 몇번이나 겪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원불멸의 삶은 매혹적이다. 죽음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영원불멸의 삶이 지옥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반복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임머신 등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기존의 초능력이나 공상과학 영화와는 달리 공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영웅이 등장한다. 축지법의 수준을 넘어서 공간을 자기 마음대로 뒤틀리고 변형시킨다. 그런데 이 영화의 축을 이루는 공간에 대한 접근보다는 오히려 시간에 대한 관점이 마음을 잡아끈다.
세상이 지옥으로 변할 수 있는 것. 끊임없는 반복의 순간이라는 영화 속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악한 힘의 정체인 도르마무와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은 불멸의 삶이 한 순간의 반복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괴로움 때문이었다. 그 어떤 악한도 반복된 삶을 견딜 순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들 말한다. <반복된 일상>이라고. 실제 우리들 대부분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불행하다. 어떻게든 힘이 남아있다면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그렇다고 반복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일탈이나 여행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도돌이표를 끝낼 수 있는 것은 도돌이표의 변주다. 일상 속 변주. 그것은 되풀이되는 것의 응시로부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지금 쳇바퀴를 돌고 있다는 자각이 바로 불행의 시작이며, 그 불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작이다. 그 되풀이 속에서 변주를 시도해야 한다. 그 변주만이 불행이라는 지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탈출구이다.
오늘 나의 변주는 무엇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