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까리 밤콩

 

"100원만 더 쳐줘유~"

"선별도 안됐지, 종자도 섞였지. 아무리 좋게 쳐줘도 안됩니다."

"에이, 그러지 말구 100원만 더 쳐줘유~"

붉은밤콩, 아주까리밤콩 등 토종콩을 수매하는 곳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밥맛좋은 콩이지만 개량된 콩들에 밀려 찾아보기 힘든 콩들이다. 그래도 그 맛이 좋아 근근이 버텨오고 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다보니 많이 팔리지도 않는다. 그러니 이 콩을 재배하고 수확한 농부들에겐 판로가 중요하다. 어떻게든 팔아야 한다. 직거래 능력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토종을 취급하는 유통회사에 팔아야 한 해 농사가 끝나는 것이다.

수매가는 등급에 의해 정해진다. 1~3등급. 1등급은 선별도 잘 되고 종자도 단일해야 한다. 토종콩이다 보니 종자의 보존 차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2등급은 종자가 단일하면서 선별이 100%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균등한 품질을 지니고 있으면 가능하다. 3등급은 종자도 섞이고 선별도 되지 않은 수확물에 매겨진다.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 등급을 매기지도 못하고 수매가 거부당할 수 있다. 농부들의 농사짓는 실력이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등급에 따라 수매 가격이 달라지니 농부들도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깟 100원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수확량이 몇백kg이 되다보면 총 금액에 있어 몇 십만원의 차이가 생긴다.

이러다보니 수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갈등은 벌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1~3등급의 차이가 명확하다 보면 이내 수긍하고 만다. 실제 토종콩은 친환경 인증에 상관없이 팔고 있다. 그러니 친환경인증을 받았다고 더 가격을 쳐주지 않는게 옳다. 그럼에도 토종을 보급하고 친환경을 확대하고자 하는 수매 회사의 정책 상 수매 가격을 더 쳐준다. 친환경은 흙과 생명을 살리는 길이기에 이익에만 매달릴 수 없는 것이다. 농부들이 친환경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좋겠다.

수매가 다 끝나면서 비로소 한해 농사도 끝을 맺는다. 으레 그렇듯이 끝남은 또다른 시작이다. 이번 수매가 잘 되고 판매까지 잘 이루어진다면 이들 농부는 토종콩을 더욱 많이 심고, 정성을 기울여 등급을 올리려 노력할 것이다. 그 밑바탕엔 소비자들의 선호와 맞물린다. 결국 소비자도 농사는 짓는 셈이다. 소비자의 구매는 농사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토종이어서 지켜야 되는 것이 아니라, 맛도 좋고 훌륭한 종자여서 지켜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종은 소비자가 밑거름을 뿌리고 농부가 재배함으로써 그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부디 그 열매가 풍성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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