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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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가 한비야가 월드비젼이라는 구호단체로 들어가 긴급구호활동가로 변신하게 된 사연과 5년 간의 활동을 담고 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에세이로서뿐만 아니라 긴급구호활동에 대해 톡톡하게 홍보역할을 해내고 있다. 책을 읽은 나 자신도, 감명을 받고, 한편으론 지금까지의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당장 후원가입을 신청했으니 말이다.

소년병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에서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이겨내고 삶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아이들, 전쟁과 가난으로 고생받는 사람들에겐 한방울의 물, 한톨의 쌀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런데 그것은 거창한 무엇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돈 단돈 2만원이면 굶주리는 아이의 한달 생계가 해결된다. 책 한두권, 영화 한두편, 또는 술자리 한번 꾹 참으면 아이의 생명이 한달간 보장되는 것이다. (난, 세상이 이렇게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 도대체 환율의 마력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인가? 똑같은 쌀을 생산하면서 왜 한쪽에선 금값이 되고 한쪽에선 똥값이 되는지... 그 차이의 극복부터가 필요하지 않을까? 경제에 문외한인 나의 오래된 의문이다)

가난과 질병이 이들이 게으른 탓이 아니라, 재해나 환경, 또는 정부의 탄압 등등 외부 조건때문임을 안 이상, 그리고 자력으로는 그 죽음의 늪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이상,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잠깐만 손을 뻗쳐주면 스스로 살아날 수 있는 사람들. 한비야는 이들이 삶의 끈을 놓치않도록,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책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프가니스탄에서부터 시작해 말라위, 잠비아, 이라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네팔, 팔레스타인, 남아시아, 북한 등에서 펼치는 구호활동이 주는 현실적 생동감은 물론, 현지 직원들간의 만남을 통해 보여주는 우정과 사랑, 충돌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의 갈등 등등이 웃음과 눈물로 범벅되어 마음을 관통한다.

그렇다고 긴급구호활동이 꼭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힘든 일임을 자신의 세계여행 첫발을 내디뎠던 일화를 통해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견딜만큼 견뎠으니 누구도 욕하지 못하리라는 생각 한편으로 몸은 편해도 자신이 꿈꾸어 왔던 것을 쉽게 포기했다는 것 때문에 쉽게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의 불편함으로 끝내 목표를 향해 뛰어갔던 모습 속에서, 의지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또 한편 시에라리온의 아이들이 다이아몬드 광장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 속에서 준비나 노력없이 하루아침에 무엇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지 모른다는 헛된 꿈이 어떻게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로또와 같은 복권이나 주식, 집값 폭등 등에 목말라하는 한국이라는 곳의 어른들의 모습과 겹쳐져 씁쓸함을 건네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책이 주는 감명은 한비야라는 인물 그 자체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두 번째 삶에 온통 마음이 끌려 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하고싶은 일을 하려고 해도 현실은 다르지 않는냐고. 물론 다르다. 그러니 선택이랄 수밖에. 난 적어도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새장 밖은 불확실하여 위험하고 비현실적이며 백전백패의 무모함뿐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제발 단 한번만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14쪽) 

나는 사람은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진심과 감동으로 움직인다고 믿는다. ...걸림돌로 만든 것인가, 디딤돌로 만들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과 활용 방법에 달려 있는 것이다.(302쪽)

나의 피를 들끓게 하는 무엇을 찾아 새장 밖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또한 무엇이 나를 불꽃처럼 태우게 만드는지 곰곰히 더듬어보아야겠다. 지도 밖으로행군하는 한비야 이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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