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 - 제8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작은 책마을 43
허가람 지음, 조승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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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아,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경우가 있다. 출근시간은 다가오는데 아이는 밥을 먹으며 해찰하고, 옷을 고른다고 이리저리 들쑤시고, 급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맞다.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은 서두르지 않는다고 야단을 친다. "빨리 빨리 하란 말이야" 야단도 치고 "이러다 지각하겠다. 얼른 서두르자~" 달래도 보고. 야단을 치든 달래보든 속에선 불이 난다. 꼭 나를 골탕먹이려고 하는 짓인가 어이없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아이는 그저 밥만 먹는게 심심할 뿐이고, 예뻐보이고 싶을 뿐인데....

울화통이 치밀고 욱 하는 것. 잠깐만 멈추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면 조금은 가라앉는다. 실제 해결의 방법은 상대방의 말을 듣겠다는 자세와 내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두 가지다. 말은 듣지만 난 변하지 않겠다면 그건 들으나마나다. 듣겠다는 자세는 내가 변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동화는 갑자기 땅 속에서 커다란 지렁이가 솟아올라 도시를 무방비상태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하는 어른들을 풍자한다. 물론 거친 고정관념이 있긴 하지만 그 풍자는 어른들이 보기에도 유효하다. 사건의 원인이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 때문이라는 것을 고발한다. 환경보전에 대한 이야기가 고리타분하지 않고 공상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아이들이 읽기에 제격이다. 

이 동화는 환경오염이라는 현대사회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한 자연스러운 접근법까지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있어서 좋다. 아이들에게 지렁이를 몰아낸 괴물같은 것이 또 무엇이 있을지 서로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빠에겐 가끔 아침에 늑장을 부리는 아이가 괴물일 수도 있겠다는 발칙한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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