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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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비주류다. 아니, 세상이 양극화되어가고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대부분 하류인생으로 전락할 것이므로 오히려 주류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주류란 힘의 역할에서 주류가 아니라, 다수라는 입장에서  껍데기만 주류인 주류다.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체제로부터 완전히 빗겨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혹 빗겨가고 싶어하더라도 책 속의 단편 <코리안 스텐더즈>의 KS크롭서클 마냥 자신의 처지를 비아냥 거리게 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현실이 행복하지 않은 이들이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순응과 전복, 양자택일만을 강요했던 사회가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소설 속 인물들, 또는 현실 속 인물들의 삶의 방식도 가지각색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행복해보이는 것은 주인공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다. 이들은 체제에 순응함으로써 부를 얻는다. 자본주의에서 부는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들이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행복할 것처럼 보인다. 그럼 그 부의 길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는 주인공들은 어떤가?

푸쉬맨,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겨우 꾸려가는 고딩, 관같은 고시원에서 숨죽이며 살아야하는 대학생, 너구리 오락을 알게 됨으로써 현실과 멀어진 인턴사원, 시외 유원지에서 오리 보트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 재수생 등등은 삶의 행복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그간의 장편과 달리 압축되어진 단편을 읽으면서는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없어 당혹스럽다. 아직도 소설 읽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리라. 느닷없이 만나게 되는 황당한 상황들,. 지하철 역의 기린이나, 사방에서 나타나는 왕오징어, 헤드락을 거는 헐크 호건 등등은 물론이거니와 갑작스레 끝을 맺는 소설의 전개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채지 못하겠다.

다만 엉뚱한 사건들로 인해 현실이라고 하는 것이 누구인지도 모를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고정된 길로만 걸어간 것은 아니었는가 돌아보게 만든다. 당혹스러움은 평상과 어긋나면서 생긴다. 그리고 그 당혹은 현실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대로의 삶을 지양하게 만듬으로써 당혹은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지양된 삶이 더 나은 삶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평상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결코 행복은 맛볼 수 없으리라는 것은 안다. 따라서 당혹은 불행이라는 늪을 자각하게 만듬으로써 행동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 당혹은 소설 속에선 외부로부터 주어지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는 소설이 주는  당혹감과 함께 현실에서 당혹을 만들어보고 싶은 유혹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당혹은 혹시 사고를 일으키고 싶은 일탈의 강렬한 욕망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사고 한번 쳐보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말만 그렇다. 언제쯤 질러 보련지...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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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06-05-0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쎄... 왜 소심한걸까요.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