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 동서 미스터리 북스 5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사회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마쓰모토의 대표작 2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점과 선><제로의 초점> 두 작품은 3,40년 전쯤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데, 심증이 가는 범인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깨뜨려가는 재미가 그만이다. 다만 그 알리바이라는 것들이 지금-여기서 지금이란 세월이 흘러가버린 현재 상황- 돌이켜보면 그다지 기발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시간이 주는 퇴색을 맛본다는 것이 아쉽다. 마치 바둑을 배울때 다음 수도 보이지 않던 것이 조금 실력을 쌓아보면 3,4수 앞이 보이는 것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3,40년 전의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들이 일상화 되어 버린 생활 속에서 자주 대하는 것들이라 알리바이의 허점을 다분히 눈치 챌 수 있다는 것이다.

<점과 선>의 경우에는 정사로 보여지는 남녀 2구의 시체를 둘러싸고 미하라라는 형사가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분명 범인이 확실시되는데,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 그것의 허점을 찾아내려는 주인공의 치열함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소설에서는 사건의 해결이 선입견의 불식으로부터 비롯된다. 즉 선이란 점과 점의 연결상태인데, 사람들은 그 점들과 별개로 선을 만들어버린다는 것. 점을 선으로 이해하는 선입견이 사건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으며, 범인은 이 선입견을 철저하게 이용한다.

<제로의 초점>은 갓 결혼한 여자 데이꼬가 갑작스레 실종된 남편을 찾는 이야기다. 남편과 연계된 사람들이 차례대로 독살되고, 범인이라 여겼던 인물도 죽음을 맞이하는 통에 범인을 가려내는게 쉽지않다.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범인의 심리가 자세히 그려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동정하게 된다는 점이 이 소설을 읽는 숨은 재미가  아닐까 싶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현재의 교통, 통신 수단을 생각해본다면 사건 자체가 보다 쉽게 처리될 수도 있을듯하지만, 그것은 조금 감안해서 읽어야 할 부분이다. 전화가 귀한 시절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현재에선 상상하기 힘들지 않겠는가? 이런 점이 소설의 재미를 조금 떨어뜨리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역시 사회추리소설이라는 장르 속에 있다.

범행의 동기가 개인적 연유라기 보다는 사회적 문제 속에서 드러난다는 것이 책의 무게를 묵직하게 만든다. 특히 <제로의 초점>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시대의 희생자가 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폭력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개인을 들여다보게 된다. 물론 사회적 문제라는 것 또한 개인적 문제를 도외시하곤 생각할 수 없지만, 또 개인의 문제를 사회의 문제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약점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점과 선>은 사회적 권력이 품고 있는 치부와 힘의 악용을 엿볼 수 있어 보다 더 직접적이다. 추리 소설이 개인적 사건을 주로 이야기하지만, 그 뒤에 감추어진 조직과 사회의 폭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