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유미리 지음, 한성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유미리의 소설은 처음이다. 이 책은 운좋게도 그녀의 처녀작이다. (처음 접하는 소설이 첫 작품이라는 것은 작가의 변화를 그대로 쫓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든다)  자신의 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는데,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8년간 재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책은 그 와중에 조금 개정을 본 후 출판된 것을 번역한 작품이다. 책 후기에 쓰여진 재판 과정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 외적인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소설은 주인공이 일본에서 희곡으로 유명해지고,  그 작품이 한국에서 번안되어 공연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한국을 찾는 과정이 삽입되어져 있다. 힘없는 아버지와 남자를 찾아다니는 어머니와, 정신병원에서 요양을 받아야 하는 남동생 등등 가족들의 이야기 한편으로, 연극 연출가와의 동거 중에 카메라 작가와의 바람 등 남성과의 편력, 그리고 한국에서 만난 한쪽 얼굴이 일그러진 동성의 친구와 그로 인해 얽히게 되는 주변 인물 등의 이야기가 마치 일기장이나 다큐멘터리를 들여다보듯 그려지고 있다. 말그대로 사소설의 전형으로 보여지는데, 이상하게도 책을 읽으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세상은 왜 이리 주인공의 삶을 조여오는지, 그리고 왜 그녀는 그렇게 세상을 증오하는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 분노하지 않고 대할 수 있는 감나무집 사내와 리화라는 한국의 여자친구가 사이비 종교집단에 같이 있는 것을 목격하는 착각 또는 현실로 끝을 맺는 소설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불경의 한 구절만을 Ÿ슷떳게 만든다.

세상에 손을 내밀어 어깨동무하며 살아가는 행복의 나라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어머니의 자궁과 닮은 바다, 물이 주는 평온함과 거리가 먼, 딱딱하고 건조한 돌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 고독과 소외감이 온 몸에 들러붙어 도저히 떨쳐내지 못하는, 끝없는 몸부림조차 유영을 가능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곳은 물 속이 아니라 돌이기 때문에. 자신 안으로의 침잠. 애벌레처럼 갇혀버린 자신만의 공간. 오직 그곳만이 나를 자유롭도록 만들 것인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만 하는가? 가끔은 스스로, 홀로, 무너져 내리는 나를 생각한다. 돌은 황무지며, 황망하지만, 그곳이 내 삶의 터전임을 자각한다. 끝내 도달하지 못할 물을 꿈꾸며 온 몸으로, 지느러미를 꿈틀댄다. 그(녀)는 (혹은 나는) 행복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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