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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판한다 - 마이크 해머 시리즈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30
미키 스필레인 지음, 박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대중문화도 분명 유행을 탄다. 하수도 문화의 대표격으로 불리던 B급 무비가,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걸출한 감독의 등장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런 조류는 어느덧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더 이상 B급 무비가 B급 무비로 취급받지 않게 됐다. 감각적이면서 자극적인, 본능에 보다 더 가까운 소재와 이야기들이, 고급스럽다거나 교양이라는 말로 감추었던 세상 속에서 환히 드러나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보다 더 진실하다는 의미에서 재탄생된 이 B급이라는 용어는 어느새 문화 곳곳에 쓰여졌다. 이젠 자신을 B급으로 평가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것은 아마도 A가 주는 엘리트적 취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혀질 수 있겠다.
<내가 심판한다>라는 이 추리 소설은 하드보일드다. 소위 B급이다. 이 소설이 1940년대에 쓰여진 것을 생각해보면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충격은 이미 1990년대 초 <원초적 본능>이라는 영화가 영상으로 이미 다 보여준 것이다. 마초적인 남자 주인공, 금발의 팜므파탈, 잔혹한 시체... 신선한 충격이었던 B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오락이 넘쳐나는 세상에 B만으로는 부족하다. B보다 더 강렬한 B플러스의 탄생을 기대하든가, 아니면 B 모양새를 갖춘 A의 진중함이 필요할듯 싶다. 그래서 <내가 심판한다>는 시대를 초월한 힘을 얻지 못하고, 기억 속으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누군가는 이 B급 소설 속에서 황금을 발견해낼지는 알 수 없다. 10년전 <원초적 본능>의 충격처럼, 또 다시 새로운 <원초적...>무엇인가를 캐낼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