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덕 감독, 조정석, 이미숙, 이하나 출연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가 조작되고, 누군가 잘못 올린 글이 진짜인 양 퍼 날라지는 세상에서 뉴스는 정말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일까? 의심해볼 만 하다. 흔히들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쓴다’라고 표현하듯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의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고 대부분 묵묵히 수용한다. 그리고 그런 수동적 수용이 여론인 양 힘을 발휘할 때도 있다.

영화 <특종-량첸살인기>는 ‘사실여부를 떠나버린 뉴스’라는 생각을 블랙코미디로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 허무혁 기자는 광고주와 연관이 있는 줄도 모르고 비판기사를 썼다가 해고 위기에 처한다. -사실 여부라는 주제보다 실은 이게 현실적으로 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신문이나 방송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이 없고 광고료가 대부분의 수입을 차지하는 경우 광고주 눈치보기는 극에 달한다.- 이때 연쇄살인범을 알고 있다는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온다. 허 기자는 이 제보를 믿고 특종을 터뜨린다. 그런데 이 제보는 사실이 아니었다. 허 기자는 거짓이 들통날까봐 다시 거짓으로 무마시키려 한다. 사건은 이제 일파만파로 커졌다. 그런데 웬걸. 연쇄살인범이 허 기자의 이야기대로 살인을 저질러버린다.

한편 허 기자는 사적으로는 이혼 위기에 처해 있다. 아내는 임신을 하고 있지만 헤어질 태세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합치려하는데 출산한 아이의 아빠가 자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내는 허 기자의 아이라고 믿어달라 한다. 허 기자는 친자확인을 해보지만 그 결과를 끝내 보지않고 자신의 아이라 믿는다.

블랙코미디인 이 영화의 핵심 장면은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친자확인 결과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 뉴스 보도된 내용의 반론을 들어볼 것인가, 말 것인가. 허 기자는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이 자신의 삶에 하등 도움을 주지 않는다 생각한다. 그냥 믿고 살자. 그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겠나. 그러니 허 기자가 자신의 잘못을 실토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 보도된 뉴스가 잘못됐다고 말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다. 백국장이 말하듯 그것을 믿는냐 믿지 않느냐가 중요할 뿐.

그래서 사실은 누군가 애써 드러내지 않으면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우리는 사실이 숨바꼭질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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