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케이프

   

 

감독- 존 에릭 도들 

출연 - 오웬 윌슨, 피어스 브로스넌, 레이크 벨, 스털링 제린스

 

 

 

 

 

 

 

 

영화를 보고나니 할리우드가 참 약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만이 유일한 선 또는 영웅이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보같은 짓을 교묘하게 피하는 법을 알았다고 할까.

이스케이프는 미국의 물 관련 기업의 기술자가 가족과 함께 아시아의 어느 국가로 들어간 첫날, 혁명(폭동?)이 일어나면서 목숨을 위협받게 되자 그곳으로부터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죽음 앞에 내몰린 가족이 마냥 죽음을 기다리거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가거나의 기로에서 당연히(? 누군가는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기도 한다) 도망을 선택하면서 펼쳐지는 긴박함이 숨을 가쁘게 만든다. 이제 죽겠구나 하는 순간 나타나는 영웅(피어스 브로스넌) 덕분에 고비도 넘기고, 새로운 출로도 모색한다. 그리고 그가 첩보원이라는 것을 알게되며, 그로부터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얻게 된다.

그는 작금의 상황이 다국적기업의 탐욕으로 발생된 것이며, 그 활동의 밑바탕엔 기업과 관련된 정부에서 일하는 첩보원들의 활동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절대 선도 악도 없으며, 당신이 가족을 위해 탈출하듯, 이들도 가족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들고 일어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혁명가들은 폭도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도 상관않는 무차별적 살인과 잔인한 폭력이 이들을 악하다고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선도 악도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은 그저 귀로 흘러들어 빠져나가고, 악당의 이미지만 넘쳐난다. 그러하기에 주인공의 가족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때 우리도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말과 이미지의 어긋남. 숨가쁘게 몰아치는 이야기 속에서 이미지에 사로잡힌 우리는 선악의 구별이 없다는 고백을 허공에 날려버린다. 이로써 말로는 악한 서방세계가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는 선한 존재로 비쳐지고, 말로는 희생자인 약소국의 국민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인이 된다. 할리우드의 잔꾀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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