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한달에 하루는 굶어보자고 생각했다.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하루 끼니를 굶은 돈으로 배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모금에 나서는 것도 아니요, 결식아들의 배고픔을 직접 체험해보자는 뜻도 아니다. 그저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한 이기적 욕심에서 비롯된 행위이다.
TV를 끄고 온종일을 보내다 보면 하루가 이렇게 풍성해질 수 있을까 놀라게 된다. 매일 TV를 끄고 살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TV나 라디오 없이 하루를 보내면서 행복해한다. 물론 처음엔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지만.
순전히 그런 이유때문이었다. 우리가 일주일에 한번 재충전을 위해 회사나 학교를 쉬는 것 마냥, 나의 몸뚱아리도 가끔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말이다. 내 몸 속에 보이지 않는 내장들도 가끔은 쉬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괴상망측한 생각으로부터 하루 단식은 시작했다. 좀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에.
하루 단식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하루 반 정도다.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전까지. 먹는 것은 차나 생수. 이런 날엔 TV도 보지 말아야 할 것을, 프로그램은 온통 음식 이야기다. 돌리는 채널마다 먹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배고픔은 그야말로 고통이다. 다이어트보다는 살을 찌워야 할 판에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한번 작정했으니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참아낸다. 머리 속에 계속 어른대는 음식들.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 내가 얼마나 식욕이라는 탐욕 앞에서 무력한지를 실감하게된다. 그리고 굉장히 많은 시간을 먹는 것에 소비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된다. 음식을 준비하고, 밥상을 차리고 ,먹고, 설겆이 하고. 우리네 삶에 먹는 것만큼 소중한 것이 없으니, 하루의 많은 부분을 공들여 준비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느끼는건대, 하루 단식을 끝내고 먹게되는 밥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쌀 한톨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내장도 푹 쉬워 행복해했을 테지만 혀와 뇌는 더욱 행복해진다. 물론 인내의 열매이긴 하지만.
끼니의 소중함, 참기 어려운 탐욕의 실체. 하루 단식은 의외로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이제 두번 시도해봤지만 아무래도 익숙해지기는 힘들것 같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할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실험을 해볼지 확신할 순 없지만 나태해진 나의 마음을 일깨우는 소중한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가끔은 비워보자.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