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의 방법
유종호 지음 / 삶과꿈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50명의 시인과 그 대표작(작가가 선정한)을 싣고 그 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무릇 시를 읽는 독자들의 몫은

모든 훌륭한 문학 작품은 크건 작건 사람살이와 세상에 대한 독자적인 발견을 보여주고 있고 또 언어적 세목에서 새로운 발명을 보여주고 있다. 이 새로운 발견과 발명을 알아차리고 공감하고 감탄하는 것이 독자의 소임이다.

라고 저자는 공표한다. 그래서 이 정의에 주목하고 시를 읽다보면 갑자기 눈에 띠는 시어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그 시어로 인해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감탄하는 마음을 얻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시가 존재하고, 어려운 시라는 것이 걸작과 함께 미성숙한 또는 과시하는 낮은 수준의 시가 혼재되어 있다는 저자의 말에 또다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예사롭게 보이는 시라 할지라도 그것이 수작인지 평작인지 또한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데, 그것 또한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많은 시를 대하고 읽으면서 그 눈을 뜬다고 한다. 얼핏 그럴듯하다고 공감하면서도 또 하나, 시라는 것이 경험의 깊이, 연륜이라는 것이 쌓여갈 때 비로소 제대로 읽혀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몇 일전 길을 가다 우연히 엿듣게 된 모자의 대화

와~ 단풍 예쁘다.

엄마, 뭐가 예쁘다는 거야

음~. 너도 조금 더 커야지 단풍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거야.

걸으면서 한참을 생각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절대적이어서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은 없는 것일까? 난, 이렇게 단풍에 흠뻑 취해있는데, 조금 전 그 아이는 무엇이 아름다운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왜일까?

그 고민은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풀렸다. 생명을 다하는 것의 처절함, 그리고 그 마지막 찰나의 몸부림, 떨어진다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단풍의 아름다움을 이해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 시에 쓰여진 시어들은 80,90년 전에서부터 10여년 전까지, 그리고 시골에서 도시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는데, 과거 시골에서의 삶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전혀 감흥을 일으키지 못할 것들이 상당히 많이 선택되어져 있다. 단순히 상상만으로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에서부터 전혀 알 수 없는 것까지, 추억 또는 기억은 아름다움마저도 그 깊이를 다르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수없이 시를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더 세심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시는 다음과 같다.

먹고 산다는 것

너는 언제까지나 나를 쫓아오느냐.

-김광균<노신>중에서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유치환<너에게>중에서

지금 이 험난한 시기를 지나면 이 싯구들이 조금은 다르게 내 마음에 다른 무늬의 파장을 그릴지 궁금해진다. 지금의 나에겐 파장이 아니라 파랑이다. 파랑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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