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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낚는 마법사
미하엘 엔데 지음, 서유리 옮김 / 노마드북스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미하엘 엔데의 노래가사를 모아둔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마도 그 운율을 어차피 살리지 못하는 관계로 풀어쓴 꽁트정도로 생각하는게 더 나을듯 싶다. 엔데의 글을 읽으면 굉장히 혼동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내가 반어적으로 쓰인건지 직설적인 건지를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전쟁이나 파시즘에 대한 반대를 그려보이는 글들은 명확한 풍경화를 보는 듯하지만, 인생에 대한 고독감이나 외로움, 사랑이나 꿈에 대한 글들은 몽롱한 추상화를 보는듯하여 쉽게 어떤 결론을 끌어내지 못하겠다. 인생이 푸른색인지 붉은 색인지 때론 붉었다 푸른 느낌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독자의 처지에 따라 반어적으로 해석해도 될듯해 보이고, 또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 수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만든다. 이것이 혹 작가의 의도라면 오히려 다행이겠지만, 또는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독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리면 된다는 식의 수용자 중심적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면야 그건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자.
어쨋든, 그럼에도 명확하게 이야기되어지는 것들 중 나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은 꿈에 대한 것들이다. 꿈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전적으로 슬퍼하거나, 반대로 꿈만을 쫓아 사는 사람들을 전적으로 동경하지도 않은채 세상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모두 포용하려 하는 자세 뒤편엔 그래도 꿈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줄곧 토로하는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특히 벼룩시장에서 발견하는 영롱한 꿈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나를 일깨워주는 작용을 해줄듯 싶다.
벼룩시장에선 다양한 꿈들을 판다. 빛바랜 꿈에서부터 보석보다 찬란한 꿈들까지. 누군가 잃어버렸을지도 모르고, 스스로 버렸을지도 모르고, 또는 팔어버렸을지도 모르는... 그중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꿈을 사고 싶지만, 그것이 이미 내것이었던 것일지도 모르는 그 꿈을 사려하지만 지금은 가난하기에 살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꿈을 사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은 애틋하지만, 가난이라는 핑계로 꿈을 저버린다는 것은 슬프다.
지금 세상 어딘가에서 꿈을 팔고 있을 벼룩시장을 떠올려보자. 혹시 그곳엔 나의 빛바랜 꿈이 주인을 찾고자 슬피 울고 있진 않을까? 나의 마음 속에 절반을 걸친채, 절반은 그 벼룩시장으로 몸을 맡긴 꿈도 혹시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저것이 나의 꿈이었다는 것조차 잃어버린 꿈이 체념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고 있을지도. 자, 핑계대지 말고 꿈을 그러모으자. 그것은 결코 가난하다고, 현실이 너무 힘들다고, 또는 달콤한 유혹 때문에 포기할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잖은가? 자, 이제 벼룩시장에 버려진 꿈들을 찾아오자. 휘황찬란하진 않더라도 나에겐 그 무엇보다도 값진 꿈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