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SBS 스페셜로 방송됐던 고지마 원숭이가 자꾸 떠오른다. 일본의 고지마라는 무인도에 살고 있는 원숭이 집단을 촬영한 기록을 보여준 다큐프로였다. 5년이라는 시간의 공백동안 변한 집단의 권력구조 속에서 제작진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야시'라는 암컷 서열 1위의 권력에 대한 집착과 그 몰락의 과정이었던 듯 싶다. 내가 보기엔 서열의 혜택이라는 것이 먹이의 접근도에서 드러나는 것 같고, 그야말로 그들에게 있어 먹이를 구한다는 것은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보여졌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집단의 우두머리가 바뀌기 전까지 분쟁을 조절하고 외부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해왔던 서열 2위였던 수컷 원숭이가 서열 1위로 오르는 순간 먹이에만 집착하고 모든 제 문제들은 그냥 놓아둬버리는 나태함을 보여준다. 누구도 자신의 권력을 침탈할 수 없다는 안정적인 요소가 그의 게으름을 불러 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서열 맨 꼴찌였던 암컷 한마리. 원숭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구마를 먹기 위해 자신에게 매달린 새끼마저 떼어놓으려 하는 어미를 보는 심정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달려드는 새끼와 그것을 떼어놓으려는 어미, 그리고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해 새끼를 쥐어패는 모습 속에서 모성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가? 라는 의문을 품는다. 보다 못한 할머니 원숭이가 어미를 새끼에게 보내는 장면, 그리고 새끼를 안으면서도 쥐어박는 모습 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불온한 생각.
가족은 굴레다. (사랑이 굴레인것 처럼)
원숭이를 통해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 걸까? 모성이라는 것도 결국 교육을 통해 확장되어지고, 강화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보험금을 위해 아이를 살해하는 어머니, 벌어먹는 게 힘들어 동반 자살을 택하는 어머니,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가 아이들 먼저 강에다 던져버리는 냉정함...
모성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그리고 우리는 아름다운 모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 한계를 계속 넓혀왔고, 아예 한계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기야 그래서 동물과 인간은 다르다는 핑계를 댈터이니 원숭이를 가지고 모성을 논하지는 말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성은 본능이라고 배워온 터이니 오직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본능도 있을 것인가?
어머니에게 한없는 사랑을 바라지 말자. 어머니의 이름으로 한 여성을 저울질하지 말자.
아~ 그러니, 나의 사랑스러운 어머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