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도 현실은 다르지 않느냐고. 물론 다르다. 그러니 선택이랄 수밖에. 난 적어도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새장 밖은 불확실하여 위험하고 비현실적이며 백전백패의 무모함뿐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새장 밖의 삶을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새장 밖의 충만한 행복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새장 안에서는 도지히 느낄 수 없는, 이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중에서

새장 안에선 얼마나 평안한가? 누군가 시간이 되면 먹이를 가져다 줄 것이며, 맹수로부터의 접근은 일체 불가능한 곳. 그래서 평화롭게 잠을 청할 수 있는 곳. 비록 날개짓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파란 창공을 날지 못하지만 애시당초 그것을, 또 그곳을 알지 못했으니 그저 그것은 망상일 뿐일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데 누군가 소리친다. 새장 밖으로 나와보라고. 그곳이 때론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야만의 땅일지언정 한번 크게 날아보라고. 두려움에 떨었던 바로 그곳이 진정한 행복이 숨쉬는 곳이라고.

그러나 어찌하랴. 새장 속의 새들은 당장 눈 앞의 먹이가 걱정이다. 그냥 주어진 일만, 그러니까 잠시 노래를 불러준다거나 살짝 뛰어다니는 것만 잘하면 착착 주어지는 먹이를, 새장 밖에선 과연 어떻게 구할수 있단 말인가? 걱정이 태산이다. 무척 두렵다. 가슴이 뛰는 삶을 살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걱정은 하지 않는 삶을 저버리고, 궂이 열어젖힐 필요도 없는 열려진 문을 통해 밖으로 나서야만 할까?

새장 속에 갖힌 새들에게 한비야는 말한다. 새장 밖의 삶이 괴로워 혼자 감당하기에는 억울해서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행복에 겨워 말한다. 충만한 행복과 견딜수 없는 열정을 말한다. 분명 불확실하고 무모하고 백전백패의 가능성이 있지만 꼭 그것만이 아니라고... 그러니 인생에 한번쯤이라도 가슴이 뛰는 삶을 위해 새장 밖으로 뛰쳐 나오라고 말이다.

그래, 나가긴 나가고 싶은데... 글쎄, 난 무엇에 가슴이 뛰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새장 속의 먹이가 열정을 사그라들게 만들었나 보다. 망각으로 빠져들게 했나보다. 새장 밖으로 뛰어나가기 전 먼저 내 가슴부터 점검해야 하려나, 아니면 일단 밖으로 뛰어나가면 가슴 뛰는 옛 기억을 되찾을수 있으려나? 한비야를 만나봐야겠다.(물론 책으로뿐이겠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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