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너무 완벽하다면 그것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특히 자신만이 아는, 그래서 도저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면 그것은 절대 비밀일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관심을 갖지 않는 비밀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비밀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은 상대방이 필요하다. 나와 상대방만이 아는 그 무엇, 또는 경험한 그 무엇이 다른 누구에게로 퍼져 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때 비로소 비밀은 성립된다. 또한 그렇게 성립된 비밀을 꼭꼭 숨기기 보다는 다른 이들에게 서로만의 비밀을 있음을 살짝 내비쳐 타인의 반응을 은근히 즐길때 비밀은 비로소 비밀로서의 작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스릴감이 없는 비밀이라는 것은 또한 이미 비밀이 아닐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극히 홀로 개인적인 비밀이라는 것도 그것이 비밀로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글씨로 쓰여지거나 음성으로 녹음되는 등 표현의 한 방법을 택해서 누군가에게 알려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즉, 밝혀질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앞에서 말했듯 이미 비밀이 아닌지라, 혹시도 모를 폭로의 순간을 두려워하거나 혹은 즐기기 위한 자신만의 표현수단을 갖고자 한다.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 일기장이 아닐까싶다.

비밀은 끝내 폭로되어질 때 비로소 비밀이라는 단어의 형체를 갖는다. 누군가 끈덕지게 비밀을 찾아나섬으로써 밝혀지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비밀의 정체는 그 당사자의 발설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비밀은 소수의 독점에서 다수에게로 퍼져갈 때 전혀 예상치 못한 힘을 갖게된다. 물론 그 시기가 길어질수록 폭발력은 거세어진다. 때로는 비밀의 폭로가 자신에게 비수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비밀은 스릴만점이다. 하지만 그 스릴을 즐기다 비수를 맞는 괴로움 또한 자뭇 심각하다. 오히려 그 점이 비밀을 비밀스럽게 만드는 기폭제로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후회하노니, 절대 '너만 알아라' 식의 비밀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너만 알라는 그 비밀은 끝내 비밀의 성질을 갖고자 세상에(돌고 돌아 결국 알아서는 안될 사람에게까지 전해진다 ) 퍼져 나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었다. 뒤돌아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미 비수를 맞고 피를 흘리며 비틀거린다. 내 머리를 쥐어뜯고 벽에 주먹질을 해댄다고 그 아픔이 가셔지지는 않는다. 그 부끄러움 또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제발 "너만 알아" 라고 말하지 말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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