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프로그램중 사토야마;물의 정원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일본 비와호 근처의 마을을 배경으로 80대 어부로 살아가고 있는 상고로의 1년 간 삶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어 52분 내내 눈이 즐거웠다.

자연의 순환이라고 할 때 대부분 땅을 예로 든다. 똥돼지와 같이 사람의 배설물이나 남은 음식물을 동물이 먹고 그 배설물은 다시 땅에 뿌려져 식물들에게로 돌아가고 사람은 그 식물의 수확을 획득하는 과정 속에서 엔트로피는 증가되지 않은채 사람과 자연이 서로 순환하며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 말이다. 물의 정원은 땅의 순환이 아니라 물의 순환을 보여준다. 각 가정마다 연결된 수로, 그리고 수로 안에 관상용으로 기르는 잉어들. 이 잉어와 망둥이 같은 생물들은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찌꺼기를 처리해주는 자연 정화물이다. 이렇게 깨끗하게 걸러진 물은 비와호로 흘러가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풍족한 수산물을 얻는다. 대량으로 포획하지 않고 적당하게 잡아낸 물고기, 그리고 왜가리나 솔개와 나누어 먹는 풍요로움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복잡하고 시시각각 변해가는 도시인이 바라보기에는 다소 무료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미소 속에서 삶이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카메라는 육지와 물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을 아주 가깝게 보여주고 있어 재미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다큐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시간에 밝혀진 이야기지만 아름다운 영상 속에서는 다소 자연과 거리가 먼 인간의 손길이 들어가 있었다. 여름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불꽃놀이가 꼭 인간만이 바라보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물위로 올라선 개구리의 눈망을에 비친 불꽃을 보여주는 부분은 환상적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분명 CG가 아닌 실사이지만, 그 불꽃이 사람이 바라본 불꽃과 같지 않음을 시사하고(편집이 갖는 힘이란 여기서 드러나는데, 이 다큐에서는 개구리의 시선과 사람의 시선이 일치하듯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 개구리가 사람의 손에 3개월동안 길러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뱀이 망둥어를 잡아먹는 장면 또한 사람이 키운 뱀을 이용해서 담아냈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다시 물의 정원을 돌이켜보니 뱀이 나오는 장면은 그다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어지진 않는다. 그저 흥미거리고 내세운 장면을 위해 인공이 가미된다는 점에서 다소 불편한 기분을 느낀다. 개구리가 바라보는 불꽃놀이 장면은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다큐의 진행상 그리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꼭은 아니라 하더라도 상당히 필요한 부분인듯 싶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다큐에 인공적인 가감이 있어야 하는지는 의문이 간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아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자연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지 않는 삶은 인공 그 자체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도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순수함을 잃는 것은 옳은 일일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인위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작위성은 실제 자연이나 인간의 삶을 오역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인위적 아름다움이 빠져 혹시라도 재미가 반감되어져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냐고 반문한다면, 글쎄 아직 그런 질문에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상과 현실 사이엔 보이지 않는 커다란 벽이 존재하는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