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

어스름. 감자를 캐던 밭에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헬리콥터나 탱크같은 육중한 소리다.

그렇지않아도 새를 쫓는 총소리에 신경이 거슬리는데 이건 또...

시골에서도 소음공해가 만만치 않다 생각하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봤다.

커다란 팬이 돌아가며 약을 뿌려대고 있다.

머지않아 수확할 옥수수에 살충제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하얀색의 살충제는 팬이 일으킨 바람을 타고 몇십미터를 뒤덮는다.

어.... 이런면 안되는데.

옥수수밭에서 멀지 않은 곳이 유기농으로 토종벼를 짓고 있는 논이다. 우렁이와 가끔씩 찾아오는 오리들이 사는 곳. 논에 만들어 놓은 생태둠벙 속에 토종미꾸리와 새뱅이가 넘치는 곳. 하지만 이놈의 농약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퍼져나간다.

그런데 이 농약을 뿌리는 기계가 친환경 광역 살포기다. 대단지 유기농 논에 친환경 약재를 뿌리기 위해 사용하는 기계인 것이다. 아마 지방 정부가 유기농을 지원하기 위해 들여온 것일게다. 하지만 막상 커다란 덩치의 기계를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농부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살충제나 뿌리고 있는 모양새다. 친환경 지원하겠다는 기계로 친환경 농사를 죽이고 있다. 친환경에 대한 근원적 고민없이 마치 유행처럼 진행되는 정책들이 오히려 친환경 농사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농사.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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